국방에 기여하는 국방기술품질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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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국방기술품질원, 기동화력장비 전력 극대화에 화두를 던지다

권혜란

사진 차유진

‘전차강국’, ‘화력덕후’로 불리는 대한민국. 포가 있으면 바퀴를 달아보고, 바퀴가 있으면 포를 달아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우리 국방력의 기조는 왜 화력과 기동이 되었을까?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건 화력전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아는 전략으로 백승하기는 어려운 법. 현대전을 넘어 미래전에서도 유효한 무기 및 체계 개발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품질보증의 중요성 역시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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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화력에 죽고 사는 민족이다. 우리의 민족은 먼 거리에 있는 적을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무기에 특출난 재능을 보였다. 단거리 공격이 유리한 칼과 같은 무기보단 주로 활을 많이 사용했다. 화약이 발명된 이후, 조상들은 ‘천자총통’과 같은 대포나 세계 최초의 다연장 로켓포라고 불리는 ‘신기전’을 발명했다. 한반도는 지리적 위치상 외세의 침입이 많았다. 공격보다는 방어를 위해 화력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천자총통(출처 :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사진신기전

화력이 재강조된 건 6.25 전쟁 때다. 소련제 전차를 몰고 들어오는 북한과 달리 우리는 경보병 중심으로 국군을 꾸렸다. 열세한 전력으로 전쟁을 겪은 후 우리 군은 달라졌다. 반세기 동안 화력에 기동을 추가하여 공격적으로 군사력을 보강했다. 그 덕에 2020년 12월 기준 한국은 2,130여 대의 전차와 3,000여 대의 장갑차 그리고 6,000여 문의 야포 등을 보유 중이다1).

이처럼 화력과 기동에 대한 남다른 집중력은 국방기술품질원이 주관하는 포럼에서도 느낄 수 있다. 올해 5회째 열리고 있는 2022 기동화력장비 전력발전포럼. 이 행사는 군·관·산·학·연 전문가들이 모여 다각적이고 심도 있는 발전 방향과 기술을 교류하는 현장이다. 이번 포럼에서 국방기술품질원은 품질과 미래 발전 방향 중심으로 무기체계의 품질 개선 사례와 신뢰성 증대를 위한 연구 등을 공유했다.

기동화력 분야의 유일한 기술 교류의 장인만큼 국방기술품질원 기동화력센터의 연구원들도 발표자로 나섰다. 곽대환 선임연구원은 기동무기체계(전차/장갑차/전술차량) 세션에서, 정찬만 책임연구원은 화력무기체계(자주포/소구경화기) 세션에서 미래 전장을 선도할 의견과 사례를 제시했다.

1) 출처 : 대한민국 국방부, 「2020 국방백서」, 290쪽
국방기술품질원 정찬만 책임연구원

정찬만 책임연구원은 외국의 모듈화 소총의 개발 양산 현황과 설계기술을 분석하고 한국형 소총 개발 방향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현재 우리는 약 40년 동안 새로운 소총을 내놓고 있지 못한 실정이기 때문에 더 많은 청중의 관심이 쏠렸다.

사진K2소총의 첫 번째 개량형 K2C1(출처 : 국방일보)

해외에서는 공격적이고 유연한 전술과 작전 수행에 최적화된 소총을 개발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 고민의 결과물이 지금 쏟아지는 추세다. 대표적인 예로는 MK16과 MK17처럼 두 화기의 부품 호환성을 80% 이상 높인 사례나 다양한 전장조건에 따른 유저의 요구사항에 맞춰 총열이나 총몸 또는 개머리 등을 다양하게 변경할 수 있는 해외 소총들이 있다. 이탈리아의 베레타는 7.62mm 윗총몸 베이스로 5.56mm 총열도 수용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사진MK16 SCAR(출처 : 나무위키)
사진MK17 SCAR-H(출처 : 나무위키)

시그 사우어 MCX 역시도 이원화하여 5.56mm와 7.62mm의 플랫폼을 갖고 개발됐다. 시그 사우어 MCX는 가장 최근 양산되고 있는 모델로 정찬만 책임연구원은 한국이 향후 특수작전 소총을 도입할 때, 벤치마킹해야 할 가장 모범적인 모델로 꼽았다. 시그 사우어 MCX는 총열의 길이가 5.5~6.75인치로 권총의 총열 길이를 따라잡는 수준이다. 그래서 개머리의 변형이 가능하며 총열 모듈화2) 및 총열 덮개 옵션도 다양하게 가져가는 확장성이 있다.

정찬만 연구원은 국외 모듈화 소총에 적용된 기술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분석하고 국산 소총 기술을 비교하였다. 대표적인 예로는 완충 시스템이 있다. 총기의 완충 시스템은 제한된 공간에서 그 기능을 발현하는 요소다. 특히나 모듈화 소총은 개머리의 변형을 옵션으로 설계하기 위해 완충 기구가 반드시 윗총몸 안에 내장이 되어야 한다. 완충 기구가 내장되는 공간이 더 제한적이고 협소한 만큼 고난이도의 설계 기술이 요구된다.

현재 모듈화 소총들은 총열 교환이 최대한 간편하게,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나사 2개만 풀면 총열을 바로 교체할 수 있는 식이다. 이러한 기술과 구조적 설계는 간단하지만, 국산 소총에서는 아직 적용되지 않는 실정이다. 모듈화 소총이 대세가 된 현재, 해외에서 개발된 소총에 적용된 기술을 우리가 어떻게 연구하고 언제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끝으로 정찬만 책임연구원은 소구경화기 트렌드와 함께 한국형 소총의 미래상을 제안했다. 그는 5.56mm에서 6.8mm로, 7.62mm에서 8.6mm로 각각 탄자의 운동에너지를 증대시켜 위력과 사거리를 개선하려는 글로벌 트렌드를 고려해야 하고, 동시에 모듈화방식의 설계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2) 모듈화 : 필요에 따라 총열, 총열 덮개, 개머리 등의 부품을 교체할 수 있는 방식
국방기술품질원 곽대환 선임연구원

우크라이나-러시아 간의 전쟁은 기갑전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우리에게도 긴장감을 줬다. 미래 기갑전에 유효한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신뢰성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정세에 맞춰 곽대한 선임연구원은 K21계열 차량의 품질 개선 주요 사례를 발표 주제로 삼았다. 덧붙여 무기 신뢰성과 직결된 품질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론을 함께 소개했다.

K21은 2007년에 개발된 보병전투차(IFV)로 우수한 성능과 훌륭한 스펙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K2 전차와 함께 K21 개발로 한국은 동북아에서 손꼽히는 기갑전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명품무기’라고 불리는 K21이라도 모든 무기체계의 숙명이 그렇듯이 운용 중에 불량 사례는 피할 수 없었다. 전기에너지를 기계에너지로 변환하는 직류전동의 계자(고정자) 및 전기자(회전자)의 권선이 소손되는 고장 현장이 발생한 것이다. 구동의 핵심인 모터의 권선이 타버리자 정상적인 운용은 불가능한 일. 이때 국방기술품질원은 고장 문제를 ‘역설계’라는 접근방법으로 해결했다.

사진역설계 과정

역설계는 리버스 엔지니어링 또는 역공학이라고 하는데 장치 혹은 시스템의 기술적인 원리를 구조 분석을 통해 발견하는 과정이다. 유지보수를 위해 세부적인 작동을 분석할 때도 사용된다. 역설계는 제품 생산의 절차에 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라도 최종 제품을 갖고 문제 발생지점을 추론할 수 있는 방법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직류전동기의 부하 조건을 역설계를 통해 추정한 뒤 열해석3)을 수행했다. 내열 성능을 재평가하기 위해서다. 직류 전동기에 온도센서를 설치하여 내열 성능을 확인했으며, 실측시험을 통해 고장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혔다. 그 결과, 직류 전동기의 권선 및 함침액 등을 내열 성능이 높은 재료로 대체하는 개선안을 군에 제시할 수 있었다.

이처럼 K21계열의 직류 전동기 품질개선 사례는 과열에 의한 권선소손 분석 접근방법에 좋은 예시로 남았다. 곽대환 선임연구원은 불량 사례를 효율적으로 개선한 것만큼 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빠른 문제 해소에 초점이 맞추어졌던 과거와는 다르게, 최근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곽대환 선임연구원은 국방기술품질원이 직면한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문제의 근본을 파악하여 실질적인 개선을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면밀한 원인 분석을 통해 향후에도 실질적인 문제의 해결과 품질 향상을 이루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3) 열해석: 물체에 온도적인 변화가 가해졌을 때 발생하는 열응력 등을 측정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