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에 기여하는 국방기술품질원의 이야기

기술로 품질로

현장

국방품질 4.0의 현재와 미래, 2022 국방품질 종합학술대회

강현숙

사진 유승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춘 대한민국 국방 품질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9월 21일 킨텐스에서 열린 ‘2022 국방품질 종합학술대회’가 그 방향을 제시했다. ‘품질 4.0 시대의 국방 품질경영’을 주제로 민·관·산·학·연 관계자 5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인 학술대회는 국방품질경영 및 K-방산 수출 지원 등을 위한 제도 발전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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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방품질 4.0을 말하다

4차 산업혁명은 산업 전반의 혁신을 요구한다. 국방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기존에 가던 길을 더 쉽고 빠르게 가는 데 만족하지 않고 방향을 틀어야 하는 전환의 시기. 단순히 기술과 제품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프로세스와 시스템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 ‘2022 국방품질 종합학술대회’에서 제시된 국방품질 4.0의 방향성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사진2022국방품질 종합학술대회
사진2022국방품질 종합학술대회

첫째, 납품 단계에서의 품질관리가 아니라 선행적/프로세스 중심의 관리를 통해 품질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 둘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스마트 방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 셋째, 품질의 개념을 혁신과 신뢰의 문화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젠 품질은 기본이 아니라 본질이다. 불량의 유무를 떠나 혁신과 신뢰 그 자체다. 국방품질 4.0이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에 모두가 수긍하는 이유다. 민간분야에서는 이익과 손실을 가르지만, 국방에서는 생과 사를 가르고 국가 안보와 직결되기에 국방품질 4.0은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다.

그렇다면 국방품질 4.0을 향한 현장의 목소리는 어떨까? 2022 국방품질 종합학술대회 기조 강연의 화자로 나선 한국품질경영학회장 최정일 숭실대 교수는 국방품질 4.0을 위한 첨단화, 지능화, 고도화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자율적 품질관리와 예방적 품질관리를 제안하는 한편 철학적 변화도 촉구했다. 품질은 새로운 ‘발견’의 영역으로 혁신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 이를 현장에서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인의식, 동료참여 등의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사진허건영 국방기술품질원장

기조강연에 이어 2022 국방품질 종합학술대회 특별세션에서는 3명의 강연자가 국방품질 4.0을 위한 고견을 아끼지 않았다. 박수찬 세계일보 기자는 국방품질의 개념을 확장해 ‘국방 신뢰성 강화’를 품질의 주요 축으로 제시했다. 연구 개발 단계에서부터 양산 여건을 고려한 품질을 확보하고, 부품 관리 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신뢰성’이라는 정성적 품질까지 두루 갖췄을 때 국방품질 4.0을 달성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국방기술품질원 송재용 생산품질경영부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방품질 정책 방향’을, 이재원 선임연구원은 ‘국제품질보증협력’을 주제로 국방기술품질원이 주도하는 국방품질 4.0과 수출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국방품질 정책 방향”

송재용 국방기술품질원 생산품질경영부장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이 국가 전반과 전쟁의 패러다임까지 바꾸고 있다. 주목해야 할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2035년에는 2차 인구 절벽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가 예상된다. 다가올 위험에 대비할 국방 대책은 무엇일까?

기존 국방 개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첨단 전력 중심의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 국방 혁신 4.0에 발맞춰 본격적으로 국방품질 4.0 시대를 열어야 한다. 송재용 부장은 특별세션 강연에서 제품 검사에 치중한 기존의 품질관리에서 벗어나 프로세스 평가를 통한 예방과 개선이 국방품질 4.0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번 강연에서 송재용 부장은 신선한 제안 하나를 던졌다. 품질의 개념을 바꾸고 재정립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품질을 정의하는 개념은 급격하게 커진 방산 수출 규모에 비해 확장력이 미비하다. 달리 말하자면, ‘무결점’에만 초점을 맞춘 소극적인 해석이다. 그동안 ‘규격 기준 충족, 결함 없음’ 정도로 만족했다면, 이제는 ‘우수한 질, 사용자 편의성, 가성비, 신속한 생산 가능성’ 등을 갖추어 지금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수준의 품질을 목표로 하자고 그는 당부했다.

송재용 부장의 말에 따르면 품질의 개념을 ‘성능, 기능, 신뢰’ 등으로 전환하여 불량의 발생 원인을 탐구해 근원적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방기술품질원의 품질 보증 방법은 ‘시스템 평가’, ‘프로세스 검토’, ‘제품 확인’ 3단계로 나뉘는데 현재는 ‘제품 확인’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납품 단계의 불량 유무를 식별하는 것은 군과 업체 모두에게 부담이기 때문에 문제의 조기 식별을 통한 예방과 개선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그는 개발 단계의 품질관리 체계를 강화해 선행적 품질 확보에 역점을 둘 것을 요구했다.

등대공장, 스마트 팩토리가 없는 방산 현장에서 데이터 전산화, 로봇 도입 등 작업의 자동화, 실시간 공정능력 분석 등의 역량을 보완하는 일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시기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품질보증 체계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끝으로 송재용 부장은 생산품질경영부장으로서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의 품질보증 체계 구축과 더불어 국방기술품질원의 지속적 품질 향상을 약속했다.

“국제품질보증협력 사례를 통한 K-방산 수출 지원 방안”

이재원 국방기술품질원 선임연구원

K-팝, K-드라마 못지않게 K-방산의 열풍이 뜨겁다. 방산 관련 2017~2021년 누적 수출 규모는 세계 8위, 2012~2016년 대비 수출 증가율은 177%로 세계 1위를 달성했다. 또한 같은 기간 원내 방산 수출품 품질관리 실적은 연평균 21억 달러에 달한다. 이재원 선임연구원은 방산 수출은 준비된 자만이 갖는 기회라고 강조하며 수출품 품질관리 현실태를 진단하고, 수출지원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원내 방산 수출품 품질보증의 양축은 협정국 대상의 ‘국제품질보증협정’과 미협정국 대상의 ‘수출품품질보증’으로 나뉜다. 국제품질보증협정은 우리나라와 수출 상대국 간 체결된 협정을 기반으로 국외 구매 군수품의 정부품질보증을 상호 인정하고 지원하는 제도로 우리나라는 현재 프랑스, 미국, 영국, 스페인, 독일 등 25개국과 협정을 맺고 있다.

이재원 선임연구원은 K9 자주포의 폴란드 수출과 K9 자주포 및 K10 탄약운반차의 노르웨이 수출을 수출품 품질보증의 성공 사례로 꼽았다. 구매국 국제품질보증협정 경험 및 이해 부족에 따른 활용 미흡 사례로는 필리핀, 페루 사례를 제시했다. 더불어 비나토국이며 동시에 협정국과 수출협상 시 안정된 품질확보를 위해 협정의 활용을 언급한다면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수출품 품질관리의 보완점은 크게 3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핵심 수출사업 수주를 위한 수출품 품질관리 활용의 미비다. 구매국/수출업체의 요구에 따르는 수동적인 품질관리에 정체되어 있고, 양산단계에서의 품질관리 위주로 업무 수행이 이뤄져 ‘품질’을 수출 유인책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둘째, 수출품 품질관리에 대한 수출업체의 행정적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국내 조달품과 동일한 수준의 품질관리는 사업 일정에도 부담일뿐더러 품질관리 용역 계약 시 사업비 증가와 행정 소요의 원인이 된다. 셋째, 수출 유망국과 부족한 교류다. 그동안 국외 도입품 품질안정화를 위해 수입대상국 위주로 국제품질협정을 체결하고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정례협의체를 운영했던 반면, 수출 유망국으로의 협정 추진은 미흡한 상황이다.

이에 이재원 선임연구원은 수출지원 발전 방안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 패키지 딜에 품질관리를 추가해 협상카드로 활용하는 것이다. 즉, 품질기술지원을 양산단계뿐만 아니라 운용유지로 확대하여 이를 협상에 활용하는 것이다. 다음은 수출국 맞춤형 품질관리 방향으로 절차를 개선하는 것이다. 우선 계약조건에 반영이 필요하겠지만, 수출품대여품인 경우 구매국의 요구 조건 및 사업일정 등을 우선 고려한 위험평가 및 품보절차를 적용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은 수출 유망국 중심으로 국제품질보증 교류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중동 등 품질관리체계가 정립되지 않은 국가의 경우, 단계적 교류협력의 필요성이 고려된다. 대표 수출 무기체계별 협의체를 통해 발전 방향을 논의할 뿐만 아니라, 협정 체결 시 수출증진을 가장 중점으로 둔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이번에 제시한 수출지원 방안은 K-방산의 두 번째 도움닫기가 될 예정이다. 이재원 선임연구원은 “K-방산 열풍이 더 많은 국가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품질관리 시스템의 필요성을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