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선정 도서]
킬 체인
미래 전쟁과 국방력 건설 방향
- 지은이: 크리스찬 브로스
- 옮긴이: 최영진
- 펴낸곳: 박영사
- 발행일: 2022년 1월 30일
- 가 격: 18,000원
- 면 수: 294쪽
- ISBN: 979-11-303-1437-2
단일 플랫폼에서 네트워크의 ‘노드(Node)’로
우리는 흔히 국방력을 평가할 때 전투기 대수나 첨단 장비와 같은 단일 ‘플랫폼’을 기준으로 삼곤 한다. 그러나 미래전의 승패는 개별 무기의 성능을 넘어, 전장 상황을 파악하고 결심하여 행동으로 옮기는 ‘킬 체인(Kill Chain)’을 누가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완료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무기체계는 더 이상 독립된 사물에 머물지 않는다. 미래의 전투 네트워크, 즉 ‘군사용 사물인터넷’을 구성하는 하나의 연결점(Node)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저자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최신 시스템을 개발하고도, 정작 이를 단일 전투 네트워크로 통합하지 못한 미국의 실패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네트워크보다는 수단, 킬 체인보다는 플랫폼에 맞췄기 때문에, 미군은 서로 통신하고 함께 운용하는 것이 어려운 일련의 감지장치와 발사장치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마치 서로 짝이 잘 맞지 않는 퍼즐 조각들을 모아 놓은 것과 같다.”
《킬 체인》 제1장, p.37
이 대목은 국방 획득 및 품질보증 현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육·해·공군이 각각 도입한 첨단 장비들이 전장에서 서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지 못한다면 전투 네트워크는 붕괴하고 만다. 국방기술품질원의 품질보증 역시 장비의 단독 성능 검사에 더해, 체계 간 연동성과 상호운용성의 중요성을 함께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드웨어의 틀에 갇힌 소프트웨어를 구출하라
미래전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은 쇠와 강철이 아니다. 인공지능, 에지 컴퓨팅, 자율성 등 첨단 소프트웨어다. 그럼에도 저자는 전통적인 국방 획득 관행이 여전히 하드웨어에 얽매여 있어, 실리콘밸리의 혁신 속도를 군이 쫓아가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는다.
“대부분의 군사 시스템에서는 하드웨어 갱신 일정에 따라 소프트웨어 갱신 일정이 결정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부분의 회사들은 소프트웨어 회사가 아니라 하드웨어 회사다.”
《킬 체인》 제4장, p.82
첨단 무기체계의 코드가 전장 환경에서 결함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사이버 위협을 방어해 내는지 검증하는 것은 곧 킬 체인의 생명선을 지키는 일이다. 그러나 하드웨어 기준에 맞춰진 기존의 장기 개발·획득 주기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소프트웨어 환경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품질보증 패러다임 역시 민간의 애자일 방식이 지닌 속도와 반복 검증의 장점을 참고한 속도와 유연성을 갖춘 선제적 소프트웨어 품질보증(SW QA) 체계로 탈바꿈해야만 한다.
AI 시대, 인간의 결정을 돕는 ‘신뢰의 품질’
미래전에서는 감시정찰, 통신, 지휘통제, 타격 체계가 더 이상 개별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인공지능과 자율 무기체계의 등장으로 기계가 킬 체인 전체를 통제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존재하지만, 책은 지능형 기계의 도입 목적이 결코 인간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인간은 결국 잘 훈련된 지능적인 기계에게 킬 체인을 완료해야 하는 인지적 부담을 상당 부분 위임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로써 사람들은 전쟁에서 더 중요한 결정을 더 빨리 내리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킬 체인》 제7장, p.130
기계는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데 탁월하지만, 폭넓은 맥락에서 정보를 해석하고 전략적·윤리적 결정을 내리는 것은 여전히 인간 지휘관의 고유한 영역이다. 즉, 첨단 센서나 무기 확보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인간이 전장 상황을 더 넓고 정확하게 이해하여 신속한 결심을 내리도록 돕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무인체계 시대의 국방 품질은 “기계가 스펙대로 작동하는가?”를 넘어, “지휘관이 시스템의 데이터를 신뢰하고 작전 결심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가?”라는 ‘신뢰성’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하드웨어의 틀을 벗어나 소프트웨어의 무결성과 체계 간 상호운용성을 끈질기게 검증하는 일. 우리 군의 전투 네트워크를 굳건히 지켜내는 것, 그것이 바로 미래 국방기술품질원이 증명해 내야 할 새로운 품질의 기준이다.
[Epilogue Interview] 숫자의 무게를 넘어, 연결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사람들
《킬 체인》이 경고하는 ‘단절된 네트워크’의 위험성은 품질보증 현장에서 이미 치열하게 다루고 있는 당면 과제다. 단일 무기의 물리적 결함을 넘어, 체계 간의 연동성과 소프트웨어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실무자들은 매일 보이지 않는 데이터의 흐름 속에서 무거운 판단을 내린다. 무기체계 상호운용성 및 소프트웨어 품질을 담당하는 지능SW팀 정민경 연구원에게 미래전 기준에서의 ‘네트워크 품질’에 대해 물었다.
Q. 킬 체인처럼 여러 체계가 연결되는 미래전 환경에서, 국방 품질보증의 기준은 실무적으로 어떻게 달라지고 있습니까?
“과거에는 개별 무기가 도면대로 완벽하게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체계 간 연동성이 핵심입니다. 전차와 헬기가 아무리 뛰어나도, 둘 사이의 데이터 전달이 지연되거나 누락되면 전체 작전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제 국방 품질은 단일 무기의 성능을 넘어, 데이터가 끊김 없이 흐르며 전체 시스템이 하나로 움직이는지 ‘연결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Q. 첨단 무기체계일수록 AI와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소프트웨어 품질보증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하드웨어가 뼈대라면 소프트웨어는 신경망입니다. 지휘관이 기계의 데이터를 100% 믿고 작전 결심을 내리려면, 소프트웨어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통신 단절이나 사이버 공격 같은 극한의 조건에서도 시스템이 멈추지 않도록 방대한 코드와 다양한 운용 시나리오를 검증하고, 킬 체인이 끝까지 작동할 수 있는 ‘논리적 완결성’을 보증하는 것이 저희의 가장 중요한 책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