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선정 도서]
넷 포지티브
비누를 팔아 세상을 구하려는 유니레버의 ESG경영 전략
- 지은이: 폴 폴먼∙앤드루 윈스턴
- 옮긴이: 이경식
- 펴낸곳: 현대지성
- 발행일: 2023년 5월 26일
- 가격: 19,900원
- 면수: 448쪽
- ISBN: 979-11-397-1106-6
목적을 가진 기업은 흔들리지 않는다
2017년, 유니레버는 164조 원 규모의 적대적 인수합병이라는 거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3G캐피털과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를 등에 업은 크래프트 하인즈의 제안이었다. 단기 수익을 좇는 주주들에게는 솔깃한 제안이었으나, 당시 CEO 폴 폴먼은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유니레버가 추구해 온 장기적 목적과 사업모델이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유니레버는 단기적인 비용 절감보다 연구개발과 브랜드,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장기 전략을 지키기로 했다. 책은 이러한 사업모델이 매출과 이익을 성장시키고 꾸준한 주주가치를 창출해 왔다고 설명한다.
“기업의 목적은 이득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 문제를 발생시키거나 문제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다.”
《넷 포지티브》 3장, p.127
국방 품질의 출발점 역시 이와 닿아 있다. 품질보증은 검사성적서에 합격 도장을 찍는 단순한 요식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장병이 온전히 신뢰하고 운용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전력화한다는 확고한 ‘목적’을 품고 있다. 기품원의 시험평가, 국제품질보증, 기술지원 활동이 하나의 목적을 향해 긴밀히 정렬될 때, 어떠한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국방 품질의 기준이 비로소 완성된다.
신뢰는 검사가 아니라 투명성에서 시작된다
규격은 서류로 증명할 수 있지만, 신뢰는 투명한 행동으로 입증해야 한다. 책은 2015년 발생한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를 신뢰 붕괴의 대표적 사례로 제시한다. 당시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저감 장치를 조작해 청정공기법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테스트 때만 허용 기준치보다 질소산화물이 적게 배출되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것이다.
이처럼 조작된 차량은 미국에서만 50만 대, 전 세계적으로 700만 대 넘게 판매되었다. 기만행위의 대가는 혹독했다. 폭스바겐은 시가총액의 4분의 1이 증발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업계 1위라는 위상마저 잃었다. 저자는 폭스바겐 사례를 통해 과오 그 자체보다, 이를 감추려는 태도가 기업의 신뢰를 더 치명적으로 훼손한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감추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자기를 감추면 신뢰를 쌓기 어려울뿐더러 연대와 학습의 기회까지도 차단된다.”
《넷 포지티브》 5장, p.198
국방 분야에서도 투명성은 품질과 신뢰를 담보하는 핵심 자산이다. 첨단 무기체계는 수많은 협력업체와 복잡한 공급망을 거쳐 비로소 완성된다. 따라서 국방 품질보증은 완제품의 상태만 확인하는 단편적인 점검에 머물 수 없다. 생산 공정, 시험 결과, 나아가 공급망 전반의 품질 수준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공유될 때 소요군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진짜 신뢰’가 구축된다.
경쟁력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만든다
오늘날의 첨단 무기체계는 단일 기업의 기술력만으로 결실을 맺기 어렵다. 연구기관, 체계기업, 협력업체, 그리고 정부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비로소 완벽한 무기체계가 완성된다. 최근 방위산업 전반에서 공급망 안정성과 상호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이유다.
책은 유니레버가 협력업체를 단순한 공급자가 아닌, 함께 혁신을 만들어가는 동반자로 바라보았다고 설명한다. 파트너십을 통해 신기술과 혁신 제품을 개발하고 공급망 전체의 체질을 개선할 때 기업 역시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뜻이다.
“유니레버는 ‘파트너에게 승리를’을 통해 강력한 유대를 마련했고, 협력업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아 유대의 결실을 맺었다.”
《넷 포지티브》 6장, p.234
국방 품질의 패러다임 또한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다. 국제품질보증 역시 개별 제품의 적합성을 확인하는 역할에서 나아가, 공급망 전반의 품질 수준을 높이고 협력업체와 선제적으로 문제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단일 장비의 우수성만으로는 미래 국방력을 담보할 수 없는 시대다. 상생과 신뢰를 기반으로 구축된 방산 생태계의 경쟁력이야말로 미래 국방 품질을 지탱하는 굳건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Epilogue Interview] 신뢰를 넘어, 지속가능한 방산 생태계를 만드는 사람들
《넷 포지티브》는 기업이 사회와 상생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한다고 역설한다. 기품원의 품질보증 현장 역시 개별 군수품의 검사를 뛰어넘어, 협력업체와 공급망 전체의 체질을 튼튼하게 다지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무기체계 공급망 조사분석을 담당하는 공급망관리연구실 박상근 선임연구원에게 ‘지속가능한 국방 품질’의 의미를 물었다.
Q. 최근 품질보증 현장에서도 공급망 관리와 ESG 및 지속가능성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어떤 변화를 체감하십니까?
A. “과거 완성품이 규격대로 잘 만들어졌는지 최종 확인하는 데 집중한 반면, 오늘날 품질보증은 무기체계 개발단계부터 품질을 관리하여 높은 수준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여러 통계적 분석과 현장검사를 병행하면서 그 영역이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주요국 무역갈등, 재난 등 지정학적 요인으로 글로벌 공급망 환경이 변화하였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군수품 조달과 해외 방산 수출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제는 공급망관리가 품질보증 업무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Q. 앞으로 미래 국방 품질이 지향해야 할 ‘넷 포지티브(순 긍정적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단순히 결함을 없애는 데서 멈추지 않고, 방산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가치를 더하는 것입니다. 협력기업이 우리와 함께 기술적으로 성장하고, 그 결과로 군과 국민이 완벽하게 신뢰할 수 있는 국방력을 창출해 내는 과정 전체가 품질보증입니다. 즉, 제품을 검사하는 일을 넘어 ‘지속가능하고 튼튼한 방산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우리의 진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