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품의 품질은 설계와 생산은 물론, 운용과 정비 등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현장의 문제를 정확히 분석하고 개선 결과를 공정·정비체계에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때, 군수품의 신뢰성은 함께 높아진다.
9월 3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제8회 군수품 현장 품질·기술 분임 혁신대회’에는 산·학·연·관·군 관계자 약 250명이 참석해 현장에서 이뤄진 품질혁신 성과를 공유했다. 대기업·중견기업, 중소·벤처기업, 소요군 등 3개 그룹에서 총 62개 분임이 혁신과제를 제출했으며, 15개 분임이 본선에 올라 현장에서 발굴한 품질문제 개선과정과 주요 성과를 발표했다.
2019년 처음 시작된 본 대회는 매년 군수품 생산·운용 현장의 품질 문제와 기술적 난제를 해결한 우수 사례를 발굴·포상해 왔다. 과학적 품질관리 기법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검증된 성과를 공유하고 국방 분야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이 대회의 핵심 취지다. 특히 올해 본선에서는 실제 현장에 적용한 개선활동과 그 효과를 중심으로 평가했다.
실무 개선 사례, 국방 전반으로 확대
신상범 국방기술품질원장은 “이번 대회에서 발굴된 우수사례는 현장의 품질문제를 실제 개선성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우수한 품질혁신 사례가 개별 기업과 부대에 머물지 않고 방산업체와 소요군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현장의 품질개선 노력이 군 전투력과 K-방산의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기반임을 강조했다.
이번 대회 본선 과제들 역시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도출된 해결책을 공정과 장비에 적용하여 그 효과를 철저히 검증했다. 나아가 검증된 결과를 작업표준과 정비절차에 반영하거나 유사 공정으로 확대하는 후속 활동까지 이어졌다.
네 가지 방향으로 읽는 변화의 흐름
본선에 오른 15개 과제의 대상 장비와 해결 과제는 각기 달랐으나, 크게 네 가지의 품질혁신 흐름을 보였다.
① AI·데이터 기반 진단
LIG D&A ‘L-DRIVE’ 분임은 기존 규격 판정만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운 구동장치의 미세한 이상징후를 탐지하기 위해 시험 데이터 전 구간을 분석하는 AI 보조진단체계를 구축했다. 정상 패턴을 학습하는 AI 모델과 통계기법을 결합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진단 프로그램으로 구현했다.
② 생산·검사 자동화 확대
한화오션 ‘오션헐크’ 분임은 잠수함 압력선체의 형상과 작업조건에 맞는 자동용접 방식을 적용해 작업시수와 비파괴검사 재검률을 줄였다. 대한항공 ‘KE NDI’ 분임은 무인항공기 날개의 수작업 비파괴검사를 로봇 기반 검사로 전환해 약 30일이 걸리던 검사기간을 2일 수준으로 단축하고 검사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③ 공정조건 최적화
한국항공우주산업 ‘보라매’ 분임은 SKIN Draw 성형공정에 우레탄 치공구를 적용해 불필요한 공정을 줄이고 작업시간을 단축했다. 케이디솔루션 ‘호크아이’ 분임은 비전검사를 도입하는 동시에 펀치 형상과 길이, 설비 제어방식을 단계적으로 개선해 검사시간과 클린칭 부적합률을 함께 낮췄다.
④ 정비 프로세스 고도화·자체 정비역량 강화
공군제81항공정비창 ‘뉴파워’ 분임은 항공기 엔진의 검사·점검·세척 공정을 표준화·자동화해 정비시간을 줄였다. 해군잠수함수리창 ‘Submarine’ 분임은 전자밸브 센서 조정기준과 전용 진단장치를 마련하고, 연료유량계 자체 분해정비 기술을 개발해 비계획 수리를 줄였다. 해군정비창 ‘솔개’ 분임은 40mm 함포 발사계통의 전용 공구와 시험장비를 개발해 정비공정을 개선했으며, ‘일렉트릭디펜스’ 분임은 전자기전장비의 유닛별 세부 점검과 출력점검 프로세스를 구축해 정비 품질을 높이고 장비 가동률 100%를 유지했다.
본선 진출 분임들은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품질관리 기법을 활용해 문제 원인을 분석했다. 이후 공정 자동화, 표준화, 자체 정비기술 개발 등 각 현장에 맞는 해결책을 적용하여 불량 및 고장 재발률을 낮추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본선 진출 15개 과제, 수상의 결실로
본선 심사 결과 대상 1개 분임, 금상 3개 분임, 은상 5개 분임, 동상 6개 분임이 선정됐다.
대상(국방부장관상)
연합정밀
- 분임조명 : 연합의달인
- 과제명 : 커넥터 공정 Data 분석을 통한 자동화 개발 및 시스템 구축으로 품질, 고객 신뢰성 향상
올해 최고 영예인 대상은 연합정밀 ‘연합의달인’ 분임이 차지했다. 이 과제는 공정 데이터 분석과 자동화를 통해 품질 편차를 개선했으며, 현장 적용성, 개선 효과, 다른 현장으로의 확산 가능성 등을 인정받아 대상을 수상했다.
분임은 Micro-D Sub 커넥터 생산공정의 품질 안정화를 위해 접착제 도포, 접점 밴딩, 플럭스·디핑·세척 등 주요 공정을 자동화하고 MES와 연계해 실시간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품질 편차를 줄이고 생산효율을 높여 안정적인 양산 기반을 강화했다. 연간 약 22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분석됐으며, 개선된 자동화 기술과 시스템을 유사 제품과 공정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맹남재 연합정밀 이사는 “Micro-D Sub가 K-방산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아 큰 상을 주신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번 분임 혁신대회를 계기로 앞으로도 분임조 활동을 이어가며 연합정밀이 K-방산의 주축이 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금상
현대로템(대기업·중견기업)
- 분임조명 : 아이언하트
- 과제명 : K2전차 전압조정기 개선을 통한 완벽 품질 확보
대기업·중견기업 그룹 금상은 현대로템 ‘아이언하트’ 분임이 수상했다. 분임은 K2전차 전압조정기의 반복 불량 원인을 제조환경과 보호소자, 제어로직, 회로 설계 등 다각도로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전기 관리 강화, 보호소자 사양과 보호로직 개선, 회로 구조 변경을 병행해 품질 안정성을 확보했다. 그 결과 2025년 6월 개선품 적용 이후 동일 불량 0건을 기록했으며, 후속 양산을 고려한 경제적 효과는 약 8억 9천만 원으로 분석됐다.
금상
케이디솔루션(중소·벤처기업)
- 분임조명 : 호크아이
- 과제명 : 클린칭 공정 부적합률 저감 및 검사방법 개선
중소·벤처기업 그룹 금상은 케이디솔루션 ‘호크아이’ 분임이 수상했다. 분임은 클린칭 공정의 높은 부적합률을 낮추고 긴 육안검사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비전검사를 도입하고, 펀치 형상과 길이, 설비 제어방식을 단계적으로 개선했다. 그 결과 검사시간은 30초에서 2.5초로 91.7% 단축됐고, 부적합률은 1,244ppm에서 13ppm으로 98.9% 감소했다. 1년차 절감 효과는 7,269만 원이며 투자금은 약 4.2개월 만에 전액 회수했다.
금상
해군잠수함수리창(소요군)
- 분임조명 : Submarine
- 과제명 : 잠수함 디젤엔진 연료유계통 정비품질 향상을 통한 고장 발생 감소
소요군 그룹 금상은 해군잠수함수리창 ‘Submarine’ 분임이 수상했다. 분임은 연료유계통의 반복적인 비계획 수리를 줄이기 위해 전자밸브 센서의 최적 위치 설정 기준과 전용 진단장치를 마련하고, 고가의 연료유량계를 부대 자체적으로 분해·정비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개선 내용을 실제 함정에 적용하고 정비절차에 반영한 결과,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연료유계통 비계획 수리가 45.5% 감소했으며, 연간 약 1억 1,000만 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
은상(국방기술품질원장상)
한화오션
- 분임조명 : 오션헐크
- 과제명 : 잠수함 압력선체 용접 자동화를 통한 공정/품질 개선
대한항공
- 분임조명 : KE NDI
- 과제명 : 무인항공기 자동로봇 비파괴검사 장비 개발
라시본
- 분임조명 : 원팀
- 과제명 : 120MM 자주박격포 주전원 스위치 성능 안정성 확보를 위한 품질 개선
공군제81항공정비창
- 분임조명 : 뉴파워
- 과제명 : KT/A-1 항공기 엔진 창정비 프로세스 최적화를 통한 정비시간 감소
육군종합정비창
- 분임조명 : 클리너
- 과제명 : 전차 궤도 패드 사출성형공정 개선으로 부적합품률 감소
동상(국방기술품질원장상)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분임조명 : DEX분임조
- 과제명 : LE-1 계열 라이너 제조공정의 핵심인자 최적화를 통한 저연신율 불량 “Zero”化
한국항공우주산업
- 분임조명 : 보라매
- 과제명 : SKIN Draw 성형 방법 개선으로 생산성 향상
LIG D&A
- 분임조명 : L-DRIVE
- 과제명 : AI를 활용한 구동장치 점검 고도화
케이에스시스템
- 분임조명 : 오버더톱
- 과제명 : RF장비 하우징 Fool-Proof 검사체계 적용으로 오검사 방지 및 검사 시간 단축
해군정비창
- 분임조명 : 솔개
- 과제명 : 40mm 함포 발사계통 정비 프로세서 개선으로 품질 향상 및 정비 최적화
해군정비창
- 분임조명 : 일렉트릭디펜스
- 과제명 : 전자기전장비(SLQ-200(V)1K) 정비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정비 품질향상 및 장비 가동률 극대화
검증된 노하우, 더 넓은 현장으로
이번 본선에 진출한 15개 과제는 생산성 향상, 부적합 감소, 정비시간 단축 등 각기 다른 목표 아래 추진됐다. 공통점은 현장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개선안을 실제 공정과 장비에 적용해 성과를 입증했다는 점이다. 나아가 단순한 개선에 머물지 않고 개선 결과를 작업표준과 정비절차에 반영하거나 유사 공정으로 확대하는 등 실질적인 후속 활동도 이어졌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이렇게 발굴된 우수 사례가 개별 기업과 부대에 머물지 않고 방산업체와 소요군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제8회 군수품 현장 품질·기술 분임 혁신대회’는 실무 현장의 혁신 노하우를 공유하고 수평적 확산 가능성을 확인한 뜻깊은 자리였다. 현장의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고 끈질기게 개선해 나가는 실무진의 노력이 K-방산의 신뢰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