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전장의 문법을 바꾸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수백 달러짜리 상용 드론이 수십억 원대 전차를 무력화하는 장면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드론은 전쟁의 비용 구조를 바꿔 놓았다. 공격자는 값싸고 빠르게 보충할 수단을 쥐었고, 방어자는 훨씬 비싼 자산으로 막아야 하는 비대칭에 놓였다. 우리에게는 더 직접적인 문제다. 북한 소형무인기의 영공 침투는 이미 현실이고, 국가시설과 공항을 겨냥한 위협도 상존한다. 레이더와 RF 스캐너로 찾아내고, EO/IR로 식별하며, 재머로 통신을 끊는 대응 연쇄가 국가 방호의 새로운 기본값이 된 이유다.
문제는 속도다. 드론과 대드론은 기술 변화 주기가 수개월 단위로 짧아 전통적인 획득 절차의 호흡으로는 따라잡기 어렵다. 빠르게 개발하고, 빠르게 검증하고, 빠르게 전력화해야 한다. 이 가운데 '검증'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취약한 고리다.
인증제도를 떠받칠 물리적 기반이 없다
국방기술품질원은 군용 드론과 대드론 체계를 대상으로 하는 인증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공급망·사이버 보안·성능의 세 축으로 구성되며, 미국의 Blue UAS 프로그램을 주요 벤치마크로 삼아 어떤 드론이 군이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인지를 국가가 기술적으로 판정해 주는 제도이다.
그러나 인증의 본질은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다. 기준을 세웠다면 그 충족 여부를 실제로 확인해 보아야 하고, 확인하려면 확인할 수 있는 장소가 있어야 한다. 성능 기준서를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실측할 시험장이 없다면, 인증은 서류 심사에 머물거나 업체가 낸 자료를 믿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지금이 바로 그 상황이다. 방위사업청은 대드론 사업의 시험평가에서 시험장 부족으로 장비 성능을 입증하기 어려웠다고 밝혔고, 과기정통부도 국내 전파 환경과 지리적 요건을 감안하면 장거리 안티드론 시험이 가능한 장소가 매우 드물다고 진단했다. 또한 업계에서도 중장거리 재밍을 수행할 시험장이 국내에 없고, 하드킬 분야 역시 시험장 부족으로 수출 준비에 곤란을 겪는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인증제도는 2027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준비되고 있다. 제도는 예정대로 출발할 수 있지만, 떠받칠 기반이 없으면 곧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해외 시험장이 보여주는 것
해외 드론시험장을 살펴보면, 운영이 자리 잡은 곳들은 공통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활주로는 짓는 것이 아니라 물려받는다. 프랑스 Drones-Center(Bretigny)는 폐쇄된 공군기지를 드론 허브로 전환해 파리 인접 입지와 3㎞급 활주로를 한꺼번에 확보했고, 독일 DLR1)의 무인항공기 국가 시험센터도 구 공항(Cochstedt)을 연방정부가 인수해 문을 열었다. 스페인 BCN Drone Center는 210m 활주로로 10년째 상업 운영을 이어 왔고, 같은 스페인 ATLAS는 150㎏ 이하용 600m와 전술급용 1,500m 활주로를 무게 등급에 따라 단계적으로 늘렸다. 25㎏ 미만 멀티콥터부터 시작하는 우리 드론인증센터 로드맵에 대형 활주로 신설이 급한 과제가 아닌 이유다.
공역은 넓이보다 '지금 바로 띄울 수 있는가'가 수요를 가른다. Drones-Center는 약 3㎢의 공역을 확보한 뒤 연간 비행시간이 1,636시간에서 7,972시간으로 다섯 배 가까이 늘었다. DLR은 약 16×5㎞ 구역을 GeoZone으로 지정받아 구역 안에서는 시험비행을 개별 승인 없이 수행할 수 있다. BCN Drone Center 역시 분리공역을 확보하여 연중 24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반대 사례로, 인도 Challakere 시험장은 2.2㎞ 활주로를 갖추고도 민간 항로 간섭과 승인 지연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부지를 먼저 잡고 공역 협의를 뒤로 미룬 결과다.
장비는 나눠 쓰고, 권한은 위임한다. 고가 감시·계측 장비는 고정 설치보다 이동형으로 도입해 여러 거점이 돌려 쓰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일본 후쿠시마 Robot Test Field는 풍동과 전파무향실, 환경시험실을 비행장과 한자리에 모아 비행 전 단계의 지상시험까지 처리하고 공개 요금표로 예약을 받는다. 미국 알래스카대 ACUASI는 연방항공청으로부터 감항성 평가 권한을 위임받아 시험과 판정을 한 기관에서 처리하고, 남아공 Denel Overberg Test Range는 고객의 시험데이터 소유권과 시험용 주파수 보호를 운영규정에 명시하고 있다. 시설이 아니라 제도가 시험장의 신뢰를 만든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 10㎞ 이상의 중장거리 공역
그런데 이 사례들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BCN이나 ATLAS, 후쿠시마 RTF가 드론의 성능을 측정하는 시험장인 데 비해, 우리가 구축하려는 시험장은 드론과 대드론을 함께 시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차이가 공역 요구를 완전히 바꿔 놓게 된다.
드론 인증시험만이라면 공역은 크지 않아도 된다. 25㎏ 미만 멀티콥터의 체공 시간과 항법 정확도를 측정하는 데는 수십 ㎢면 충분하고, BCN이 50㎢ 남짓한 분리 공역으로 10년을 버텨 온 것이 그 증거다. 그러나 대드론 시험은 시험대상이 기체 한 대의 성능이 아니라 탐지에서 무력화에 이르는 거리 자체다.
최대 탐지거리를 검증하려면 표적기가 탐지범위 바깥에서 진입해야 하고, 그래야 "언제, 얼마나 멀리서 처음 탐지했는가"를 측정할 수 있다. 국내에도 이미 8㎞ 밖에서 드론을 탐지하는 체계가 있으니 최소 그 이상의 직선 구간이 전제되고, 탐지·식별·결심·무력화로 이어지는 대응 연쇄를 실제 위협 속도에서 한 번에 재현하려면 더 긴 접근 구간이 필요하다. 재밍은 거리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므로 무력화 성능도 거리별로 실측해야 한다. 여기에 무력화된 드론이 이탈·추락할 공간과 민간 통신을 침범하지 않을 완충 거리를 더하면, 직경 10㎞는 상한이 아니라 하한이다.
그림 1 대드론 시험의 대응 연쇄와 소요 시험구간(개념도)
해외에서도 대드론과 무장 시험을 수행하는 곳은 예외 없이 대형 공역을 끼고 있다. 영국 Wales UAS Environment는 약 6,500㎢ 위험구역과 40㎞ 전용 회랑을, Denel Overberg Test Range는 해상 약 350㎞ 시험해역을 쓴다. 소형드론인증센터와 대드론 시험장은 애초에 다른 규모의 공역을 전제한 시설이며, 둘을 한 몸으로 운영하려는 우리 구상이 중장거리 공역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모든 조건을 한 곳에서 충족하는 부지를 찾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영국이 국방부 시험장과 민간 비행장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어 운영하듯, 기능을 나누는 것이 현실적이다. 중장거리 대드론 시험, 드론 비행성능·인증시험, 자폭드론 특화 시험을 복수 거점이 나눠 맡고, 실탄두 사격은 기존 군 사격장의 협조를 받는 구조를 고려해 볼 수 있다. 활용할 자산도 없지 않아, 전국 최대 규모의 비행시험 공역과 활주로를 갖춘 지역이 있고 방위사업청 주도의 안티드론 실증 거버넌스가 형성된 지역도 있다. 방위사업청 역시 군 사격장이나 서해안 신규 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군 비상활주로처럼 이미 확보된 군 자산을 활용한다면 부지 매입과 기반공사 기간도 줄일 수 있다. 이들을 엮는다면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그림 2 기능분담형 다거점 시험장 구성(안)
또 하나의 조건: 전파법상 '지정된 장소'가 되는 것
그러나 공역만으로는 대드론 시험장이 완성되지 않는다. 땅과 하늘을 마련해도 법이 허용하지 않으면 재머는 전원을 켤 수 없다.
전파법은 전파자원을 타인의 전파 이용을 방해하거나 차단하지 않도록 이용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두고 있으니, 재밍은 이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다. 그래서 정부는 2020년 전파법 제29조를 개정해 공공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로 열어 두었다. 문제는 그 예외가 '작전'을 전제로 설계되었다는 점이었다. 개발과 시험은 작전이 아니다. 실제로 국내 업체가 재밍 시제품을 시험하려다 제조 인가를 받지 못해 계획을 접은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다. 무단 제작·운용은 형사처벌 대상이니 기업으로서는 감수하기 어려운 위험이었다. 반면 독일 DLR은 재밍과 레이저를 포함한 드론 방어기술 시험을 제도적으로 허용받아 수행하고, 2026년에는 드론보안기술센터까지 개설하였다. 시험장을 구축하는 것과 그 시험장에서 무엇을 쏠 수 있는지를 정하는 일이 따로 가지 않았다.
우리 제도도 이제 막 달라졌다. 2024년 발의된 전파법 개정안은 군사활동 자체뿐 아니라 교육·훈련·장비정비 목적으로도 전파차단장치를 운용해야 할 상황이 빈번하다는 현장 수요를 제안 이유로 들었다. 이 법안은 위원회 대안에 반영되어 입법되었고, 개정 전파법은 2026년 10월 22일부터 시행된다. 교육·훈련, 장비정비, 그리고 시험 목적의 사용 절차가 비로소 마련된 것이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에도 세부 절차와 사용 이력 기록사항이 규정되었다.
다만 중요한 단서가 있다. 사용 장소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지정·고시한 곳으로 제한된다. 법이 문을 열었지만, 통과하려면 지정받은 장소가 있어야 하고, 그 지정이 아무 곳에나 주어지지 않는다. 민간 통신에 간섭을 일으키지 않을 만큼 떨어져 있고, 안전 조치가 갖춰져 있으며, 전파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장소여야 한다. 새만금 협약 당시 과기정통부가 안전 조치가 이뤄진 부지에서는 시험과 훈련이 가능하도록 조치한 것도 같은 기준에 따른 것이다.
결국 질문이 바뀌었다. 이제는 "법이 언제 풀리는가"가 아니라 "지정받을 만한 시험장이 우리에게 있는가"다. 과기정통부는 접근성과 규모를 고려해 시험·훈련장 후보지를 추가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지금 우리가 설계하는 시험장은 바로 그 후보가 될 요건을 처음부터 갖추고 출발해야 한다. 부지와 장비는 예산으로 해결되지만, 지정 요건은 설계 단계에서 반영하지 않으면 되돌리기 어렵다.
시험데이터, 함께 설계해야 할 기반
시험장은 시설과 장비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시험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사용할 것인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거창한 데이터센터를 짓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인증시험이 만드는 데이터는 양이 많지도 않고 표준화된 조건에서 반복되는 성격이라, 필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정확성과 추적 가능성이다. 시험 조건과 장비 교정 상태, 결과가 추적 가능해야 인증 결과의 정당성을 증명할 수 있고 장래 국제 수준의 시험기관 인정도 받을 수 있다. 동시에 업체가 안심하고 시험을 맡길 수 있어야 하므로, 남아공 Denel Overberg Test Range가 고객 데이터 소유권을 명시했듯, 기술자료 보호와 군사보안의 경계를 미리 정해 두어야 한다.
대드론 체계의 인증은 표적 시그니처 데이터베이스(target signature database)에서 출발한다. 대드론 체계의 탐지 성능은 상대하는 드론의 레이더 반사 특성, 통신 신호 특성, 열 특성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기준이 되는 표적 제원이 없으면 업체별 시험 결과를 비교할 수 없고, 비교할 수 없으면 인증도 성립하지 않는다. 더구나 이 데이터는 국내에서 달리 확보할 길이 거의 없는 자산이다. 요즘 주목받는 피지컬 AI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시험장 데이터의 가치는 대량의 학습 재료가 아니라 시뮬레이션의 정확성을 보증하는 실측 기준점을 제공하는 데 있다.
마지막은 데이터 규격의 표준화다. 시험방법 표준서를 제정할 때 데이터 형식과 메타데이터 규격을 함께 정해 두면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반대로 규격 없이 쌓인 데이터는 사후 정제 비용이 수집 비용을 넘어서고, 기록되지 않은 조건 정보는 영원히 복구할 수 없다. 지금 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가장 시급한 항목이다.
왜 지금이어야 하는가
시험장 구축에는 시간이 걸린다. 공역 협의, 부지 확보, 설계와 공사, 장비 구축과 인력 양성까지 아무리 서둘러도 수년이 필요하다. 반면 드론 기술은 수개월 단위로 변하니, 지금 착수해도 빠르다고 할 수 없다. 특히 공역은 가장 먼저 손대야 할 항목이다. 활주로를 먼저 깔고 공역 협의를 미뤘다가 운영에 차질을 빚은 인도의 사례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부지 선정보다 공역 협의가 앞서야 한다.
더구나 제도적 여건이 막 바뀌었다. 전파법이 시험 목적의 사용 절차를 열었고, 주무부처는 후보지를 추가 발굴하겠다고 밝혔으니, 기회의 창이 열린 것이다. 이 창이 열려 있는 동안 요건을 갖춘 시험장을 설계해 두지 못하면, 법이 바뀌어도 쓸 수 있는 장소가 없는 상태가 이어진다.
더 근본적인 이유도 있다. 검증할 수 없는 것은 신뢰할 수 없고, 신뢰할 수 없는 것은 전력화할 수 없다. 아무리 우수한 체계가 개발되어도 성능을 국내에서 입증하지 못한다면 군은 확신을 갖고 도입할 수 없다. 결국 시험장의 부재는 전력화 지연과 안보 공백으로 이어지게 된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해외 구매국은 수출국 정부의 인증을 신뢰의 근거로 삼는데, 그 인증이 실측에 기반하지 않으면 국제적으로 통용되기 어렵다.
인증제도라는 소프트웨어는 준비되고 있고, 그것을 작동시킬 제도적 허가도 이제 막 마련되기 시작했다. 남은 것은 둘을 이어 줄 물리적 기반이다. 드론·대드론 시험장은 특정 기관의 숙원사업이 아니라, 드론 시대의 전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국가적 기반시설이다. 늦출수록 치러야 할 비용은 커진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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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위사업청, 새만금 내 안티드론 기술‧장비 임시 실증을 위한 관계기관 MOU 체결, 2025.(https://www.dapa.go.kr/dapa/doc/selectDoc.do?docSeq=57928&menuSeq3069&bbsSeq=326¤tPageNo=1&recordCountPerPage=10)
- 항공안전기술원, 2025년 드론산업 실태조사 보고서, 2026.
- Hub Drones, Systematic Paris-Région, 2026.(https://systematic-paris-region.org/wp-content/uploads/2026/07/Carte-identite-Drones_2026.pdf)
- DLR National Experimental Test Center for Unmanned Aircraft Systems Homepage(https://www.dlr.de/en/ux)
- BCN Drone Center Homepage(https://www.barcelonadronecenter.com)
- ATLAS Homepage(https://www.atlascenter.aero/en)
- Raksha Anirveda, Government Fast Tracking UAV Defence Projects, 2025.(https://raksha-anirveda.com/government-fast-tracking-uav-defence-projects/)
- Fukushima Robot Test Fiel (https://fipo.or.jp/wp/wp-content/uploads/2026/04/rtf2026_en.pdf)
- DENEL OVERBERG TEST RANGE Company Profile(https://admin.denel.co.za/uploads/009b8050a921605b373r2f63f94cd093.pdf)
- MOD Aberpoth Homepage(https://www.qinetiq.com/en/aberporth/)
- 한국경제, 8㎞ 밖에서 탐지하는 ‘안티드론’ 시스템…“내년 軍 배치가능”, 2023.(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1165547i)
- 한국경제, “시제품 못 띄워”…안티드론 특허 보유하고도 개발 포기, 2025.(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50808121)
- 국가법령정보센터, 「전파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