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고는 유도탄 저장신뢰성평가(ASRP)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발전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장기간 저장된 탄약의 신뢰성은 전투력 유지와 장병 안전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기능시험 위주의 제한된 관리, 통합 데이터 부족, 전문 인력 부족과 제도적 기반의 미흡 등 구조적 한계가 존재하고 있다.
이에 미국 육군의 AR 702-6, DA PAM 702-16, DA PAM 742-1을 포함한 다양한 자료와 2024년부터 수행한 정책연구 등의 결과를 참고하여,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유도탄 ASRP에 대한 방향을 다각적 관점에서의 연재 형태로 제시하고자 한다.
유도탄 저장신뢰성 평가(ASRP)란
유도탄 저장신뢰성평가 (Ammunition Stockpile Reliability Program, 이하 ASRP)는 저장유도탄의 안전성·가용성·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여 탄약의 대체·정비·개수 및 보급 등의 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설계된 제도로, 다양한 평가 프로그램을 통해 수행된다. 이때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단순히 “유도탄을 얼마나 오래 보관할 수 있는가?”라는 물리적 관점에 있지 않다. 오히려 전시 상황에서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전투 수행 능력을 지속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가를 과학적으로 판정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특히 탄약은 전시에 단 한 차례라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장병들의 생존과 임무 수행의 성패를 동시에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군이 평시에 비축한 대규모의 탄약이 전시 환경에서도 본래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체계적인 관리 프로세스가 반드시 요구된다.
이때, 유도탄은 재래식 탄과 달리 전자회로, 전원장치(배터리), 기계적 구동 장치, 폭발물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정밀 체계로, 시간의 경과에 따라 다양한 물리적·화학적 요인에 의해 성능 저하나 고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어, 정기적인 점검과 시험 등을 통해 성능을 확인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선진 사례로, 미국은 1960년대부터 ASRP를 제도화하여, 현재는 AR 702-6, DA PAM 702-16, DA PAM 742-1에 근거한 종합적 관리 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NATO 또한 표준화 협정(STANAG)을 통해 회원국 간 시험방법과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국제적 수준에서 탄약 신뢰성의 확보 체계를 구축하여 관리하고 있다.
반면, 우리 군은 제도적으로 역사가 짧고 축적된 데이터가 부족하여 미국이나 NATO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형태의 유도탄 ASRP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통계적 해석에 기반한 합리적 의사결정에도 제약이 존재한다. 한편, 우리 국방기술품질원(이하 기품원)은 군수품 전 수명주기를 아우르는 품질관리와 신뢰성 평가를 전담하는 전문연구기관으로서, 다양한 시험·평가를 수행과 함께 데이터를 관리하여 유도탄 ASRP 제도의 발전을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이를 체계적·장기적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확고한 제도적 기반과 정책적 의지가 불가결하다. 특히 AI 기반 예측 정비(Prognostics and Health Management, PHM), 디지털 트윈, 빅데이터 분석과 같은 첨단 기술을 접목하여 새로운 관리 패러다임을 수립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ASRP의 본질적 가치는 “예방적 관리(Preventive Management)”에 있다. 사고 발생 이후의 사후적 대응은 이미 시의성을 상실한다. 따라서 탄약의 수명과 고장 확률을 사전에 예측하고, 그 결과에 따라 사용·폐기·정비 일정을 최적화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자원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군 전투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근본적인 방안이다. 다만 이러한 체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방기술품질원만의 노력으로는 불충분하며, 국방부, 각 군, 방위사업청, 연구기관, 산업체가 함께 참여하는 통합 관리 체계의 구축이 요구된다.
그림 1. 유도탄 ASRP 업무 수행 체계도(출처 : 유도탄 신뢰성평가 ’26~’40 중·장기 계획서)
이에 본 기고에서는 미국의 ASRP 제도 운영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한국군 유도탄 ASRP의 발전 방안과 국방기술품질원의 전략적 역할을 제안하고자 한다.
미국의 ASRP 사례
미국은 ASRP 제도의 선도적 운영 국가로서, 제도적·기술적 기반을 장기간에 걸쳐 체계적으로 정립하였다. 이에 따라 “저장 과정에서 품질은 지속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라는 철학이 단순한 보관 차원을 넘어 제도 전반에 내재화되어 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미 육군은 AR 702-6, DA PAM 702-16, DA PAM 742-1을 근간으로 하는 종합적인 관리 체계를 확립하고,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탄약 신뢰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림 2. 미국의 ASRP 주요 활동(출처 : 미국 AvMC 홈페이지)
특히 AR 702-6은 미 육군 탄약 저장 신뢰성 프로그램의 근본 철학을 규정하며, 생산 시점부터 폐기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주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즉, 생산 단계에서 품질검사를 통과했다고 하여 관리가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저장 기간에도 지속적인 시험과 감시를 통해 상태를 과학적으로 확인해야 함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도탄 ASRP는 단순한 무기체계의 장기적 사용 가능성을 넘어 ① 전투력 보장, ② 안전 확보라는 직접적 목적과 함께 전쟁 억지력 유지 및 국가 재정의 효율적 운영이라는 전략적 목표와 직결된다.
또한, DA PAM 702-16은 저장시험(Storage Test), 기능시험(Function Test), 환경시험(Environmental Test), 비파괴검사(Nondestructive Test) 등 구체적 시험평가 절차를 규정하고 있으며, 그 핵심은 통계학적 접근에 있다. 제한된 샘플 기반으로 전체 재고의 신뢰성을 추정하기 위해 베이지안(Bayesian) 분석과 와이블(Weibull) 분포와 같은 통계 기법을 적용하여, 탄약의 전체 고장 확률을 추정한다. 그리고 DA PAM 742-1은 탄약의 저장·수송·배치 전 과정에서 수행되어야 할 점검 절차를 제시함으로써, 유도탄 ASRP를 단순 시험실 차원의 절차가 아닌 실제 운용 현장과 연결된 관리 체계로 확장시켰다. 예컨대, 특정 기후 조건(고온다습, 한랭건조 등)에 따라 탄약의 열화 양상이 상이하므로, 지역별 저장 환경에 적합한 맞춤형 감시 기준이 필요하다. DA PAM 742-1은 이러한 환경 차이를 반영한 관리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군 ASRP의 가장 큰 강점은 데이터 중심의 관리 체계라는 것이다. 모든 시험 결과는 중앙 데이터베이스에 집적되어 정책 결정 및 군수 계획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며, 단순 저장 차원을 넘어 예측 모델(Predictive Model)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머신러닝 기법을 적용하여 고장 발생 패턴을 학습하고, 향후 위험 증가 시점을 예측함으로써 선제적인 폐기·정비·재구매가 가능해진다. 더불어 NATO 동맹국과의 데이터 교환 및 표준화를 통한 상호 운용성을 확보함으로써, 다국적 작전 환경에서도 탄약 신뢰성을 보장하고 있다.
그림 3. 데이터 축적, 분석, 적용을 위한 주요 활동(출처 : 미국 AvMC 홈페이지)
우리 ASRP의 과제
우리 군도 탄약 저장과 관련된 일정한 규정과 절차를 운영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수준은 미국이나 NATO와 비교할 때 다소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유도탄 저장 시험의 규모와 방법이 제한적이고, 시험 대상이 일정 기간을 경과한 탄약으로 한정되며, 시험 항목도 기본적인 기능시험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험 표본 수가 적어 대표성이 낮고, 이에 따른 통계적 분석의 타당성 확보도 제한된다. 또한 다양한 운용 및 저장 환경을 고려한 온도·습도 조건에서의 열화 특성을 규명하기 곤란하며, 관련 시험 결과를 종합적으로 통합·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도 부재한 실정이다. 이러한 한계는 결국 시험을 수행하더라도 전략적인 의사결정으로 연계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갖게된다.
미국의 경우 수십 년간 축적된 데이터를 중앙집중식 데이터베이스에 저장·관리하며 이를 기반으로 정책 결정을 시행한다. 반면, 우리 군은 부대, 연구기관, 업체 단위에서 산발적으로 데이터가 관리되고 있어 전체적인 경향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개별 사례에 의존한 다소 단편적인 분석이 반복되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장기적 관점에서는 데이터가 통합되지 않으면 세대별, 로트별 문제 진단을 통한 문제해결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유도탄 ASRP는 단순히 창고 관리자의 육안 점검 수준에 머무르는 제도가 아니다. 화학적 열화, 전자부품의 성능 저하, 기계적 마모 등 다차원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통계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재료공학, 전기·전자공학, 기계공학, 통계학, 데이터과학 등 융합적 전문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성을 갖춘 인력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현재 국내 유도탄 ASRP는 기품원 주도로 수행하고 있으나, 담당 인력은 4~5명 수준에 불과하며, 베이지안 분석이나 와이블 분석 같은 통계 기법을 활용하여 적용할 수 있는 전문가도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과학적이고 객관적 분석에는 한계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유도탄 ASRP는 양산 후 10여 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개발 단계에서 계획이 수립되더라도 ‘권고’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있다. 그 결과,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계획 이행에 다소 어려움이 있으며, 임무와 역할도 분산되어 있어 의사결정도 일부 제한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그림 4. 국내 ASRP 수행 체계도(출처 : 2030 유도탄 신뢰성평가 업무 발전방안)
이와함께 우리 군은 미국이나 NATO와 부분적인 협력은 유지하고 있으나, ASRP 차원에서의 본격적 협력은 미진한 것도 현실이다.
ASRP 발전방안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군의 유도탄 ASRP는 아직 성장 단계에 있으며, 시험 체계, 데이터 관리, 전문성, 제도 기반, 국제 협력 등 다방면에서 개선이 요구된다. 이는 곧 한국군 유도탄 ASRP가 중장기적으로 발전할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발전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유도탄 ASRP의 체계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규정을 보완하고 예산적 지원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시험 결과가 단순 보고서에 그치지 않고 정책적 의사결정에 직접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한국형 DA PAM을 제정하여 시험 항목, 주기, 판정 기준을 표준화·체계화할 필요도 있다.
그림 5. 제도개선을 통한 ASRP 수행 방안(출처 : 2030 유도탄 신뢰성평가 업무 발전방안)
둘째, 시험평가 체계는 단순 기능시험에서 벗어나 다층적으로 확립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저장시험(Storage Test), 기능시험(Function Test), 환경시험(Environmental Test) 가속수명시험(Accelerated Life Test), 비파괴검사(NDT), 감시활동(Surveillance Activities) 등을 복합적으로 수행하여 수명을 예측할 수 있는 고도화 된 기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이해 서는 통계적 해석을 위한 정교한 설계와 분석 역량이 요구되며, 기품원과 국방과학연구소, 체계업체, 그리고 공인시험기관 신뢰성연구센터 등과의 협력적 네트워크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시험 결과와 운용 데이터를 모두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단일 데이터베이스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개별 시험의 의미를 넘어 장기적 경향을 분석할 수 있다. 예컨대, 특정 구성품의 고장률이 일정 시점 이후 증가하는 패턴을 식별하고,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이를 예측할 수 있다면, 해당 유도탄의 운영 대책을 적시에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AI·머신러닝 기반의 분석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CBM+(Condition-Based Maintenance Plus)나 PHM(Prognostics and Health Management)과 같은 기술이 접목된다면 단순히 ‘사용 가능/불가능’ 판정을 넘어 ‘잔여 수명(Remaining life)’의 추정이 가능해 질 것이다.
그림 6. 유도탄 ASRP 고도화 방안(출처 : 유도탄 신뢰성평가 ’26~’40 중·장기 계획서)
마지막으로 우리의 유도탄 ASRP는 제한된 시험 자원과 소규모 표본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미국 및 NATO, 나아가 우리의 유도탄을 운용하는 수입국과의 국제 협력이 필수적이다. 해외 운용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국내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다면, 통계적 유의성을 크게 제고할 수 있으며, 시험 비용과 시간 또한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맺음말
유도탄 저장신뢰성평가(ASRP)는 단순히 저장된 탄약의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적 개념이 아니라, 전시에 우리 장병의 생명과 임무 수행의 성패를 보장하는 핵심 제도이다. 지금까지 운영된 과정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국제적 수준에서 보았을 때는 계속해서 발전이 요구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앞서 살펴본 미국의 사례는 유도탄 ASRP가 어떻게 제도화되고 발전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규정 체계는 명확하고 강제력이 있으며, 시험·평가 방법은 통계학적으로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또한 모든 결과는 중앙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되어 과학적 의사결정에 활용되고, 국제 협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완된다.
반면 우리 군은 시험 수량의 부족, 데이터 관리 애로, 제도적 기반 취약성, 국제협력 제한이라는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장기적으로 유도탄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군은 법·제도적 기반 강화, 시험·평가체계 확립,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 구축, 국제협력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K-방산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향후 5년은 우리 유도탄 ASRP 제도 발전의 골든타임으로 볼 수 있다. 이 시기를 활용하여 체계적 준비와 제도적 지원, 그리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단순히 유도탄을 ‘보관’하는 수준을 넘어, 유도탄 저장신뢰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선진군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전투력의 안정적 유지, 국방 예산 운용의 효율성 제고, 국제적 신뢰 확보라는 세 가지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유도탄 ASRP는 단순히 군수품 관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 전략의 핵심 요소이다. 우리 군과 기품원이 이를 함께 발전시켜 나간다면, 대한민국은 21세기 안보 환경에서 보다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국방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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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my Regulation 702-6: Ammunition Stockpile Reliability Program, Department of the Army. (2015).
- DA PAM 702-16: Ammunition Surveillance Procedures. Department of the Army. (2016).
- DA PAM 742-1: Ammunition Surveillance Procedures. Department of the Army, (2019).
- U.S. Army Aviation and Missile Command (AVMC), Retrieved from https://www.army.mil/avmc
- 유도탄 ASRP 결과보고서, 국방기술품질원, (2024).
- 유도탄 신뢰성평가(ASRP) ’26~‘40 중·장기 계획서
- NATO Standards and Practice for Munitions Safety and Insensitive Munitions. (2018).
- 2030 유도탄 신뢰성평가 업무 발전방안, 국방기술품질원(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