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 무인기에게 GPS는 하늘 위의 나침반과 같다. 그런데 이 나침반은 생각보다 쉽게 흔들린다. 강한 전파로 신호를 뭉개버리는 재밍, 가짜 신호로 위치를 속이는 스푸핑 앞에서 GPS는 무력해진다. 산악과 접경 지역을 누비며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군용 무인기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제다.
이 숙제를 풀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 있다. GPS가 아니라 무인기에 이미 달려 있는 EO/IR 감지기(카메라)로 스스로 위치를 되찾는 기술 — '영상기반 실시간 위치보정'이다. 이 글은 이 기술이 어떤 발상에서 출발해 어떤 원리로 작동하고, 실험실과 지상, 그리고 실제 하늘 위에서 어떻게 검증되었는지를 조금 더 깊이 따라가 본다.
GPS가 사라진 순간, 무인기에게 생기는 일
군용 무인기 대부분은 GPS와 관성항법장치(INS, Inertial Navigation System)를 결합한 GPS/INS 통합항법 체계를 기본으로 삼는다. INS는 가속도계와 자이로스코프로 기체의 상대적인 이동과 자세 변화를 쉼 없이 계산하고, GPS는 절대 위치·속도·시간 정보를 얹어 INS 특유의 장기 드리프트를 눌러준다. 평시에는 이 조합이 우수한 정확도와 안정성을 제공하며, 사전계획 항로비행부터 자동 이착륙, 데이터링크 안테나 자동추적까지 다양한 자동비행의 토대가 된다. 문제는 이 구조가 처음부터 끝까지 ‘GPS 신호가 정상 수신된다’는 전제 위에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GPS 재밍 공격 발신지
GPS를 방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강한 잡음으로 신호대잡음비(SNR)를 떨어뜨려 신호를 아예 뭉개버리는 '재밍'과, 정상 신호를 모방한 가짜 신호로 위치를 진짜처럼 속이는 '스푸핑'이다. 재밍은 바로 신호가 끊겨서 티가 나지만, 스푸핑은 위성 개수도 신호 세기도 외견상 정상으로 보여서 조종사가 한참 뒤에야 이상을 알아채는 경우가 많다.
GPS를 방해하는 두가지 방법
항법장비는 GPS 신호가 일정 시간 이상 끊기거나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지면 BIT(Built-In Test)를 통해 이상 상태를 확인하고 GPS/INS 통합모드에서 GPS를 배제한 DR(Dead Reckoning)/AHRS(Attitude and Heading Reference System) 모드로 자동 전환한다. 여기에 더해 위성 신호 자체는 정상으로 잡히지만 산출된 항법해가 기체의 실제 기동 특성과 어긋나는 경우까지 감지해 이를 GPS 기만 상태로 별도 판정하는 로직도 함께 탑재된다. GPS 두절뿐 아니라 기만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BIT 알람을 지상으로 송출하고 항법모드를 자동 전환하는 셈이다.
DR/AHRS 모드로 전환되면 무인기는 마지막으로 알던 위치에서 속도·방위각·자세·고도 정보를 적분해 다음 위치를 계속 추측한다. 문제는 이 추측이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어긋난다는 점이다(오차 누적). 바람의 세기나 방향을 완벽히 알 수 없는 데다 센서 자체의 미세한 편차까지 오차가 쌓이다 보니 비행이 길어질수록 실제 위치와 무인기가 스스로 생각하는 위치의 차이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진다. 눈을 감고 걷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처음 몇 걸음은 방향을 잘 유지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원래 가려던 길에서 조금씩 벗어난다. 무인기의 추측항법도 마찬가지다.
GPS/INS 및 PTS를 이용한 무인항공기 위치보정/착륙 제어 개념도
위치를 잃으면 문제는 항법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상 안테나는 무인기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그쪽으로 방향을 맞춰 통신할 수 있는데, 위치가 틀어지면 영상·조종 신호를 주고받는 데이터링크가 끊길 수 있다. EO/IR 감지기의 자동추적 기능도 무인기 위치·자세를 기준으로 표적 방향을 계산하기 때문에 엉뚱한 곳을 비추게 되고, 자동복귀·자동착륙 같은 고급 자동화 기능 역시 정확한 항법 정보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신뢰할 수 없게 된다. GPS 신뢰도 저하가 군용 무인기 운용개념 전반을 흔드는 근본적 위협 요인이 되는 이유다.
지형대조항법의 2가지 방법
하드웨어 대신 소프트웨어를 택한 이유
이 문제를 해결하는 정공법은 분명히 있다. 군용 항재밍 안테나, 암호화 GPS 수신기, 고성능 INS처럼 방해 전파에 강한 하드웨어를 장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장비는 중량·부피·전력 부담이 커서 제한된 탑재 여건을 가진 군용 플랫폼 전반에 일괄 적용하기 어렵다. 도입과 인증, 체계통합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있다. 이미 기체에 실려 있는 EO/IR 감지기, 즉 감시·정찰용 카메라였다. 추가 중량 없이 기존 탑재자원을 그대로 활용해 GPS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알고리즘 기반 해법에 대한 요구가 커져갔고, 그 결과물이 바로 영상기반 실시간 위치보정 기술이다.
무인기의 두 번째 눈, 카메라가 길을 그리다
아이디어는 의외로 간단하다. 위치를 정확히 아는 지형지물(운동장·교차로·큰 건물 등)을 카메라로 딱 잡는다. 이때 카메라가 보는 각도와 무인기의 자세·고도를 계산에 넣으면, “지금 무인기가 어디에 있어야 이 각도로 저 지점이 보일까”를 거꾸로 계산해낼 수 있다.
이건 사진측량이라는 오래된 분야에서 쓰는 계산법(공선방정식)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름은 낯설지만, 원리는 삼각측량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 계산은 무인기가 아니라 지상통제장비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화면에는 무인기가 스스로 추측한 위치와, 카메라로 새로 계산한 위치가 나란히 표시된다. 조종사가 두 값을 비교해 새 위치가 그럴듯하다고 판단하면 그 값을 무인기에 다시 올려보내고, 무인기는 이 위치를 새 출발점 삼아 추측항법의 오차를 리셋하고 계산을 다시 시작한다. 조종사는 이 과정을 비행 내내 여러 지형지물에 대해 반복하면서, GPS 없이도 무인기가 크게 헤매지 않도록 잡아준다.
이 방식의 장점은 새 장비가 필요 없다는 데 있다. 무인기에는 이미 감시·정찰용 카메라가 달려 있고, 이 카메라는 원래도 어느 방향을 보고 있는지 정밀하게 알 수 있게 설계돼 있다. 그 정보를 위치 계산에 한 번 더 활용하는 것뿐이라, 무겁고 비싼 장비를 추가로 달지 않아도 된다.
영상기반 위치보정 시스템 개념과 운용절차
공선방정식 등 이러한 위치 계산은 지상통제장비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화면에는 무인기가 스스로 추측한 DR 위치와, 카메라로 새로 계산한 영상기반 위치가 나란히 표시된다. 조종사가 두 값을 비교해 새 위치가 그럴듯하다고 판단하면 그 값을 무인기에 업링크하고, 항법장비는 이 값을 DR/AHRS 모드의 새 초기값으로 적용해 항법 연산을 재시작한다. 기존 추측항법 알고리즘과 필터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영상기반 보정값을 일종의 '외부 관측치'로 활용해 DR 오차의 발산을 주기적으로 억제하는 방식이다. 조종사는 이 과정을 비행 내내 여러 지형지물에 대해 반복한다.
이 방식의 장점은 새 장비가 필요 없다는 데 있다. EO/IR 감지기가 원래도 어느 방향을 보고 있는지 정밀하게 측정하도록 설계돼 있으니 그 정보를 위치 계산에 한 번 더 활용하는 것뿐이다. 무겁고 비싼 장비를 추가로 달지 않고도 있던 눈을 '두 번째 나침반'으로 다시 쓰는 셈이다.
영상기반 실시간 위치보정 운용개념 흐름도
영상기반 위치보정, 있을 때와 없을 때
영상기반 위치보정 기술 적용과 검증 방법(예제)
좋은 아이디어와 실제로 믿고 쓸 수 있는 기술 사이에는 늘 검증이라는 관문이 있다. 개발 때와 마찬가지로 실험실 시뮬레이션, 지상시험, 그리고 실제 비행시험까지, 세 번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세 번의 검증
① 시뮬레이션(HILS): 진짜 비행컴퓨터와 항법장비를 실험실에 그대로 갖다 놓고 가짜 비행 환경 전체를 구현한다. 카메라가 보는 영상까지 통째로 만들어내는 장비(이미지 제너레이터)를 이용해, 실제 비행에서는 위험해서 시도할 수 없는 GPS 재밍·스푸핑 상황을 안전하게 여러 번 재현하며 위치보정 로직을 다듬는 과정을 거친다.
② 지상시험: 시뮬레이션 검증이 완료되면 보통 지상 시험을 실시하게 된다. 진짜 장비를 다 연결한 채로 GPS 신호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장비(GPS 시뮬레이터)와 가짜 비행 속도 정보를 주는 장비(Air Data 에뮬레이터)를 동원해 테스트를 하게 된다.
③ 비행시험: 마지막은 실제 비행이다. 안전 때문에 진짜로 GPS를 방해할 수는 없어서, “GPS가 방해받았다”고 가정한 채 비행하며 카메라로 위치를 찾는 절차를 그대로 수행하게 된다. 이착륙은 평소처럼 자동으로 하되 상공에서만 조종사가 직접 고도·속도·방향을 조작하며 일부러 오차를 쌓는다. 그리고 미리 봐둔 지형지물 여러 곳을 순서대로 카메라로 잡아 위치를 다시 계산하는 절차를 반복한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군용 무인기는 새 기능을 켜고 바로 날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바로 감항인증(비행기가 안전하다는 공식 인증)을 받은 무인기이기에 새로 넣은 위치보정 기능이 원래 있던 자동비행 기능과 부딪히지 않는지 전문가들이 미리 검토하는 절차를 거친 뒤에야 실제 비행이 허가되게 된다.
IR 영상을 통한 위치저장 모습
영상기반 위치보정 기술 적용 시 비행경로
이 기술이 향해 가는 곳
영상기반 실시간 위치보정 기술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 이 기술이 더 다듬어질 방향은 크게 네 가지로 그려볼 수 있다.
첫째, 위치보정점 선정 기준을 체계화하고 임무 지역별로 표준 위치보정점 세트를 사전에 구축·관리하는 것이다. 조종사의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고 표준화된 지형지물 데이터베이스를 갖추면, 준비 시간과 실수를 함께 줄일 수 있다.
둘째, EO/IR 감지기의 자동추적 알고리즘과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선하는 것이다. 표적 중심을 더 정밀하게 추적할수록 위치 계산의 오차도 함께 줄어들고, 운용자의 부담도 가벼워진다.
셋째, DTED를 포함한 지형·지도 데이터의 해상도와 최신성을 높이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고해상도 위성영상이나 3차원 지형데이터를 결합해, 지형 높이 오차에서 비롯되는 위치 오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넷째,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이나 영상기반 지형참조항법(TRN, Terrain Referenced Navigation) 같은 다른 비전 기반 항법기법과 결합하는 것이다. 단일 기준점 보정을 넘어, 훨씬 연속적이고 촘촘한 영상기반 항법으로 확장할 여지가 있다.
A, B 지점의 저장된 영상을 이용하여 위치보정 중인 무인기의 모습
정리하면, GPS는 무인기의 눈과 같은 존재지만 그 눈은 방해에 약하다. 영상기반 위치보정은 무인기에게 '두 번째 눈'을 하나 더 달아주는 셈이다. 하나가 흐려져도 다른 하나로 대략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위험한 상황을 넘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더 궁금하다면
Q. 지형지물이 하나도 없는 바다 위나 사막에서도 되나요?
아니다. 위치를 아는 지형지물을 카메라로 잡아야 계산이 되는 방식이라, 알아볼 만한 지형지물이 아예 없는 곳에서는 쓰기 어렵다.
Q. 밤에도 쓸 수 있나요?
가능하다. EO/IR 감지기가 주간용 영상 센서뿐 아니라 적외선(IR) 센서도 함께 갖추고 있어, 야간에도 지형지물의 윤곽을 잡아 위치를 계산할 수 있다.
Q. 조종사가 매번 지형지물을 즉석에서 찾아야 하나요?
그렇지 않다. 실제로는 비행 전에 지도와 위성사진을 보면서 후보 지형지물을 미리 여러 곳 골라두고, 주변 도로나 하천의 생김새까지 눈에 익혀둔다. 위치를 잃어 지도가 엉망이 된 상태에서도 낯익은 풍경을 알아볼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다.
Q. 이 기술이 있으면 GPS 재밍·스푸핑에 완전히 안전한가요?
아니다. 완벽한 대응책이라기보다, 기체를 잃지 않고 안전하게 빠져나올 시간을 벌어주는 '보완재'에 가깝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GPS 없는 하늘에서 무인기가 스스로 길을 찾아 돌아오는 순간을 그려본다. 카메라 하나로 위치를 되찾는다는 발상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단순한 발상이 공선방정식이라는 수십 년 된 사진측량 이론을 만나고, 실험실과 지상, 그리고 실제 하늘 위 세 번의 관문을 통과하며 신뢰할 수 있는 기술로 다져졌다. 완벽한 대안은 아니지만 위험한 순간에 무인기를 잃지 않게 해주는 이 작은 안전벨트가 앞으로도 계속 다듬어지고 발전하길 바란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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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 Choi, S. Cho, S. Kang, K. Lee, W. Lee, G. Jeong, "Development of Real-Time Vision Aided Navigation Using EO/IR Image Information of Tactical Unmanned Aerial System in GPS Denied Environment," 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for Aeronautical & Space Sciences, Vol. 48, No. 6, pp. 401-410,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