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에 기여하는 국방기술품질원의 이야기
기술로 품질로
국제협력, K-방산수출 도약 발판 마련
글 품질기획실(국제협력파트) 서형필 선임연구원
한-이탈리아 정부품질보증 협정
국방기술품질원은 2023년 10월 18일 서울공항에 위치한 ADEX 전시장 내 정부-정부간(GtoG) 회의실에서 이탈리아 국방부와 「군수물자 및 용역에 대한 정부품질보증 상호 수행 및 수락에 관한 한-이탈리아 간 기술약정」을 체결하였다. 해외 정부와의 품질보증 협정(이하 “국제품질보증 협정”)은 양국 간 수출입 군수품에 대해 수입국 정부가 요청할 경우 수출국 정부가 수입국을 대신하여 정부 품질관리 활동을 수행하고, 상대국가의 정부 품질관리 활동을 상호 인정하기 위한 협약이다. 한국은 1984년부터 미국, 독일, 프랑스, 호주, 오스트리아 등 25개 국가와 국제품질보증 협정을 체결해왔으며, 이탈리아는 26번째 협정국이 되었다.
협정에는 양측을 대표하여 허건영 국방기술품질원장, 이탈리아 루이사 릭칼디(Luisa RICCARDI) 병기총국 5부장이 서명하였으며, 이탈리아 무관부, 방위사업청 인증기획과, 국방기술품질원 품질기획실 등 양국 대표단 10여 명이 참석하였다.
이번 협정 체결을 계기로 한국은 이탈리아로부터 수입하는 군수품에 대해 제조사 자체 품질보증 활동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 정부가 직접 제조현장에서 제조사 품질시스템을 평가하는 등의 정부 품질관리 활동 적용으로 안정적 품질 확보가 가능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이탈리아로 수출하는 군수품에 대해 이탈리아 정부가 요청할 경우 우리나라의 국방기술품질원이 정부 품질관리 활동을 수행함으로써 국내 방산기업의 수출을 지원함과 동시에 양국 간 품질분야 교류협력이 가능하게 되었다. 루이사 릭칼디(Luisa RICCARDI) 병기총국 5부장은 이번 협정을 “양국 방산협력의 시작점”으로 평가하였다.
이탈리아는 우리나라 함정에 들어가는 함포류의 주요구성품을 수출하는 유럽지역 주요 교역상대국 중 하나로써, 군수분야에서의 협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국가이다. 또한, 최근 우리나라와 항공용 레이더 및 항전장비를 공동개발하는 등 양국 간 신뢰 증진과 품질교류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양국은 이번 협정 체결을 계기로 보다 신뢰성 있는 군수품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앞으로 양국 간 방산교역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상호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허건영 원장은 “이번 정부품질보증 협정 체결을 통해 양국이 방산 분야에서 상호 우호 관계와 협력을 증진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기품원은 국가 방위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일조하기 위해 앞으로도 국제품질보증 활동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증대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품질보증 협력
이탈리아와의 협정 체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국제품질보증 협정 체결의 가장 큰 효과는 국외에서 구매하는 군수품에 대한 품질관리 강화 및 방산수출 증진 기여라고 할 수 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제12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19.7.12.)를 통해 수립된 「’19~’23 군수품 품질관리 기본계획」에 따라 국제품질보증 협정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27번째로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과거에는 주요 수입대상국과 국제품질보증 협정 체결을 추진해왔다면, 2021년부터는 방산수출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주요 수출유망국을 대상으로 다양한 협력 채널을 통해 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품질보증 협정은 협정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방산협력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협정국과의 지속적인 교류협력이 필수적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은 2016년 주요 방산 교역국인 미국과 독일에 주재원을 파견하여 해외사무소(미국, 독일)를 운영 중이다. 해외사무소 설립을 계기로 국방기술품질원은 미국의 국방계약관리국(이하 “DCMA”) 및 독일의 획득IT운용청(BAAINBw)과 품질보증 협력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해당 정부품질보증기관과의 교류 활성화를 통해 국제품질보증 위·수탁 업무 관계 이상의 실질적인 협력관계로 발전하였다.
최근 방산수출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수입하는 군수품의 품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해외 정부품질보증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는 미국, 독일 등 주재국뿐만 아니라 주요 교역국으로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23년 9월 허건영 국방기술품질원장은 폴란드 국제방산전시회(MSPO)에 고위급 한국정부대표단으로 참여하여 국방품질 기관의 위상을 제고하였다. 고위급 한국정부대표단으로서 개막식과 전시장 방문 등 VIP 공식행사에 참석하였고, 한-폴 방산협력 세미나 참석을 통해 유럽 방산수출 동향을 파악하였다. 또한, 국내·외 정부품질 유관기관 및 업체와 품질 협력교류 및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이어서 FA-50 납지 운용부대(제23 전술비행기지)를 방문하여 운용부대 고위급과 품질정보를 교류하였고, FA-50 체계조립 및 현지수락시험 참관을 통해 납품진행 현황을 파악하였다. 또한, FA-50 수출사업의 향후 일정 및 현지 정부품질보증 지원요소를 파악하는 등 폴란드와의 협력관계가 기존 대비 긴밀한 관계로 발전한 것도 이러한 국제품질보증 협력 추진 방향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이탈리아와 폴란드의 사례처럼 기관(양자) 간 협력회의도 중요하지만 국제컨퍼런스, 방산전시회 등 다수의 해외 기관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하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다. 미국 DCMA는 매년 32개 협력 국가와 국제품질보증 컨퍼런스(Host Nation Conference)를 개최하고 있다. 본 컨퍼런스에서는 해외 정부품질보증 기관들이 관심있는 공통 주제에 대해 분임조로 토의하고, 일부 국가에서는 주요 정부품질보증 제도 및 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갖는다. 우리나라는 2011년에 개최한 바 있으며, 해당 컨퍼런스를 통해 주요국가의 정부 품질보증 제도와 발전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2021년 독일 가르미슈에 이어서 작년에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되었으며, 국방기술품질원도 한국 대표단으로 참석하였다.
23년 컨퍼런스에서는 「위험 식별」,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산업 협력 활성전략」의 3개 그룹으로 품질보증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여기서 국방기술품질원은 단순한 행사 참석이 아닌 「산업 협력 활성전략」 그룹에서 폴란드와 공동 좌장역할을 수행하며 그룹 토의를 이끌어 나갔다. 또한, 영국과 프랑스 등 협정 개정을 논의하고 있는 국가와 컨퍼런스 일정 전후로 협력회의를 실시하여 2024년도 협정 개정을 위해 한 발자국 더 다가설 수 있었다.
국방기술품질원의 해외 주재원 확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폴란드를 비롯한 주요국가의 국방력 강화에 따라 K-방산수출이 증가하고 있으며, 수출품에 대한 기품원의 정부품질보증 요청도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향후 수출이 확대될 경우 국제품질보증 담당자의 업무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위탁(21년 : 8건, 380억원 → 22년 : 19건, 619억원), 수탁(21년 : 8건, 3조원 → 22년 : 8건, 15조원)
따라서 폴란드를 중심으로 현지 품질보증 및 수시 기술협력을 수행하기 위한 주재원 확대가 필요한 실정이다. 계획예산실과 품질기획실은 2024년 예산요구서에 이와 같은 소요를 제기하고 타당성에 대해 설명하여 2024년 4분기부터 폴란드에 주재원을 파견하기로 하였다. 폴란드에 주재원 파견 시 주재원을 통한 수출품 품질보증 근접지원과 국제협력 확대 및 방산수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이제 군수품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수입 군수품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이 해외로 수출하는 무기체계에 대해서도 균형있는 국제품질보증 적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수출품목이 고부가가치, 고품질 중심으로 변화함에 따라 수출품에 대한 정부 품질관리 체계를 혁신하고 정부 간 품질보증 협력을 통해 ‘품질’ 요소를 수출 유인책으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이 해외 정부기관과 국제품질보증협력 체계를 지속 확대함으로써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