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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K1 전차의 끝없는 진화

기동화력개발품질팀 손동규 연구원

K1 전차는 한국형 전차의 시작을 알리는 전차로, 1970년대 이후 자주국방의 필요성과 함께 개발된 전차이다. 1987년에 실전 배치된 이후 현재까지 5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우리나라 육군의 주요 기갑전력으로 자주국방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K1 전차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지속적인 성능개량과 계열화를 거쳐 왔다. 본 기고에서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K1 전차의 변천사를 알아본다.

한국형 전차 개발의 시작

1970년대, 우리나라가 미국에서 도입하여 운용하던 M48 전차는 북한이 소련에서 도입한 차세대 전차인 T-62 전차 대비 전력이 열세인 것으로 판단되었다. 또한, 미국이 베트남전쟁을 겪으며 병력 수급이 어려워지자 한국에 주둔 중인 병력을 일부 철수하면서, 우리나라는 심각한 안보 공백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당시 대한민국 정부는 한국형 전차의 개발을 시작하게 된다.

개발 당시 우리나라는 전차의 개발 및 생산을 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해외의 전차를 면허 생산하며 자체 기술력을 축적하거나 해외 기술을 이전받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우리나라 정부는 자체 기술력을 키우기 위하여 독일의 레오파르트 전차 1을 면허생산 하려 하였으나 독일과의 협상이 부진하였고, 이미 레오파르트 전차 2가 실전 배치되고 있어 구식 전차를 도입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판단하에 면허생산 계획은 취소되었다. 그리하여 기술 이전 방식으로 한국형 전차를 개발하고자 해외 방산업체와 접촉을 시도한 결과, 미국의 Chrysler Defense(現 GDLS)의 기술 이전을 통해 우리나라의 국방과학연구소와 현대정공(現 현대로템)이 한국형 전차의 개발과 생산을 시작하게 된다.

개발 중, 파워팩이 교체되다

전차에서 파워팩은 엔진과 변속기가 결합된 부품을 일컫는 것으로 전차의 기동능력을 결정하는 핵심부품이다. 파워팩은 50톤이 넘는 차체를 움직이고 경사지를 극복하여야 하는 만큼 엄청난 부하를 견뎌야 하기에 기술적 난도가 가장 높은 부품이다.

한국형 전차의 시제품은 미국 TCM의 1200마력 엔진에 독일 ZF의 변속기가 결합된 파워팩을 장착하고 있었으나, 군의 주요 요구성능 중 하나인 종경사 60% 충족이 불가하였고, 피스톤 및 밸브 손상으로 인한 시동꺼짐 현상도 발생하였다. 파워팩 수리 후 시험을 재개하였으나 엔진 화재가 발생하였고, 결국 엔진은 독일 MTU의 1200마력 엔진으로 교체되었다. 다만, 변속기는 그대로 사용하여 K1 전차의 파워팩은 MTU 엔진과 ZF 변속기의 조합으로 완성되었다. 이 조합의 파워팩은 현재까지도 문제없이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

그림 1. K1 전차 파워팩(출처 : STX 엔진)

K1전차의 성공적 데뷔

파워팩의 문제가 해결되고 미 군사규격인 MIL-STD 및 시험절차서 TOP에 명시된 시험을 거쳐 완성된 K1 전차가 마침내 1987년 국군의날 행사를 통해 공개되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시제 전차를 공개하며 88서울올림픽 기념 및 북한의 위협에 강력히 대응하고자 ‘88전차’라는 명칭을 부여하였다. 이후 실전 배치가 이루어지며 제식 명칭으로 K-1이란 이름이 붙었다.

그림 2. 1987년 국군의날 행사에서 공개한 K-1 전차

K1 전차, 120mm 활강포를 장착하다

K1 전차는 개발 시 미국 M68 전차포 기반의 52구경장 105mm 강선포를 채택하였다. 이는 북한의 T-62 전차에 대항하기 위한 주포 채택이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북한이 차세대 전차인 T-72 전차를 도입하였다는 첩보가 입수되었고, 장갑의 성능이 우수해진 차세대 전차에 대응하려면 더 강력한 관통력을 가진 주포가 필요하였다. 이에 국방부는 K1 전차의 주포를 개량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M1A1 전차에 탑재된 M256 전차포 기반의 44구경장 120mm 활강포를 도입하였다. 이것이 K1 전차의 주포를 개량한 첫 번째 개량모델 K1A1 전차가 되었다.

그림 3. K1A1 전차(출처 : 현대로템)

강선포와 활강포

K1 전차와 K1A1 전차의 주요한 차이는 주포의 변경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장갑, 관측장비, 탄도계산기 등의 개선이 같이 이루어졌지만 후술할 K1 전차의 창정비 개량 차량인 K1E1 전차와 비교할 경우 그 차이는 105mm 주포와 120mm 주포의 차이가 가장 두드러진다.

두 포의 차이는 물론 구경의 차이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는 포 내부 강선의 유무이다. 일반적으로 강선은 탄에 회전력을 부여하기 위해 존재하는데, 회전력이 부여된 탄은 먼 거리까지 안정적으로 궤적을 유지할 수 있어 원하는 대상을 타격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강선이 없어 회전력을 부여받지 못하면 자중, 바람, 마찰 등 외부요소에 견디는 관성이 부족하여 일정한 궤적을 유지하지 못해 적 타격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림 4. 강선의 유무에 따른 탄의 안정성

그러나 강선의 존재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K1 전차에 장착된 주포의 구경은 105mm로 이에 대응하는 포탄은 상당한 무게를 갖고 있다. 이런 포탄을 장약의 힘으로 추진시켜 강선을 통해 회전시켜 보내야 하니 강선은 마모되고, 강선과의 마찰로 인한 손실이 발생하여 탄의 속도 또한 비교적 느려 관통력이 약한 단점이 있다.

기술이 진보하고 장갑이 복합/반응장갑 등으로 발전되면서, 더 강한 관통력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서 날개안정분리철갑탄, 속칭 날탄이라고 불리는 탄이 개발됨에 따라 탄 자체에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탄에 회전관성을 주어 안정성을 부여하는 강선은 불필요하게 되었고, 강선과의 마찰로 인한 장약의 에너지 손실이 줄어들어 더 큰 120mm 구경의 탄이 훨씬 빠른 속도로 적 전차의 두꺼운 장갑을 관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관통력이 105mm 강선포 대비 월등하게 우수해진 것으로 K1 전차보다 훨씬 강한 관통력을 갖춘 K1A1 전차가 탄생한 것이다.

그림 5. 날개안정분리철갑탄(APFSDS)의 구조

K1 전차의 진화는 계속된다

K1 전차와 주포를 개량한 K1A1 전차를 시작으로 2024년 현재 K1A2, K1E1 전차로 성능개량이 완료되어 여러 부대에 배치되었다. K1A2, K1E1 전차는 기존 K1A1, K1 전차 대비 노후화된 전자장비를 최신화하고, K2 전차에 적용된 C4I, 피아식별장치 등의 전술장비가 추가되었다. 현재는 조준경 개선, 양압장치 적용 등 전장 상황에서 유용한 기능을 적용하는 성능개량이 예정되어 있다.

87년 개발 완료 이후 지금까지 50여 년의 세월 동안 우리나라 기갑전력의 핵심을 담당해 온 K1 전차는 꾸준한 성능개량을 거쳐 우리나라 자주국방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물론 더 우수한 성능의 K2 전차도 2014년부터 전력화되어 실전 배치되었으나, 아직 그 규모가 K1 계열 전차보다는 작다.

K1 계열 전차를 운용·유지하면서 사용성과 내구성 측면에서 품질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에 국방기술품질원은 단순 문제해결에 그치지 않고 기술변경, 품질개선 등을 통해 근본적으로 품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있는 한 K1 전차의 진화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