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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해양전력의 새로운 패러다임: 무인 함정의 등장

2024. 11. 13

글. 국방기술품질원 함정3팀 오현석 연구원

목선(木船)에서 강선(鋼船)으로, 그리고 핵 추진 함정을 넘어서 지금은 무인 함정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 기고문에서는 무인 함정의 개발 배경, 역사, 최근 동향, 그리고 대한민국 해군의 발전방안을 중심으로, 무인 함정이 미래 해양전장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소개한다.
미국의 무인 함정 개발 사례를 시작으로 자율형 무인 함정의 등장과 그 전술적 중요성을 설명하고, 국방혁신 4.0 기조 아래 대한민국 해군이 추진하고 있는 유·무인 복합체계의 발전 전략과 목표를 소개한다.

서론

2022년 미국해군과 영국해군이 주관한 RIMPAC(Rim of the Pacific Exercise, 환태평양 훈련)에서 세계 각국 해군의 참가전력 중 모두의 이목을 끌었던 것이 있었으니, 한국 언론에서 ‘유령함대’ 라고 소개된 Sea Hunter를 비롯한 4척의 미국 무인 수상함 전력이었다. Sea Hunter는 만재배수량이 150톤 남짓한 소형 함정이지만 안정적으로 대양횡단이 가능하고, 구축함과 300명의 승조원이 수집하는 정보를 Sea Hunter 1척으로도 수집할 수 있다고 알려져 대중의 기대를 아득히 넘어서는 우수한 성능을 갖춘 신조 무인 함정이다. 그 외에도 전투 투입 시 인명 피해가 없으며 유인함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소개된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 해양 강국들은 무인 함정 개발과 다양한 실전 훈련을 통해 무인 함정의 성능을 검증하면서 효용성과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무인 함정은 기존 유인함정의 보조 전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무기체계로 평가받기 시작했고 향후 해양전장 환경에서 전략적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렇듯 본 기고문에서는 무인 함정의 전술적 중요성과 가치에 초점을 맞추어 무인 함정의 개발 배경과 동향, 나아가 발전방향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그림 1. 미국 Sea Hunter

무인 함정의 개발 배경

해군 함정은 역사적으로 끊임없는 혁신을 거듭해왔다. 목선에서 시작하여 조선기술의 발달로 철판을 두른 모습으로 이어졌으며, 20세기 들어서 잠수함과 항공모함, 핵 추진 함정의 등장으로 해전의 패러다임을 뒤바꾸어왔다. 그러나 최근의 기술 발전은 또 다른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바로 무인 함정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무인 함정이 개발된 배경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3가지 배경을 들 수 있다.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성

무인 함정 개발의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는 운영 비용의 절감이다. 유인함정은 대규모 승조원의 유지 및 훈련 비용이 매우 크며, 인적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함정 설계 시 승조원이 생활하고 근무할 수 있도록 고려되어야 하므로, 함정의 크기와 구조는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무인 함정의 도입은 필수적인 과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분산 해상 작전의 등장

무인 함정 개발은 전술적 분산이라는 현대 해군 전략의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DMO(Distributed Maritime Operations, 분산 해상 작전)는 그중 하나로, 미국이 채택한 이 전력은 다수의 함정을 분산 배치하여 적의 타격 능력을 분산시킨다. 이는 중국의 해군력 증강과 같이 특정 지역에서의 강력한 해양 위협을 고려한 미국의 전략적 대응책 중 하나로 채택되었다. 중국은 남중국해와 같은 해역에서 공격적인 해양 정책을 펼치며 해양 장악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DMO 전략은 적의 집중 공격을 무력화하기 위한 분산된 전력을 요구한다. 기존의 유인함정은 한정된 승조원으로 넓은 해역을 다뤄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으나, 무인 함정의 도입으로 효율적으로 감시하고 방어하는 등 전술적 유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그림 2. 미국 유령함대 분산해양작전

기술 발전과 자율성의 등장

무인 함정 개발의 또 다른 중요한 배경은 기술 발전이다. 인공지능, 자율 항해 기술, 센서 시스템 등의 발전이 없었다면 무인 함정은 단순한 원격 조종 수단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인공지능과 자율 주행 기술의 발전과 연구가 거듭 진행되면서, 무인 함정은 자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러한 자율성은 단순히 비용과 인력의 문제를 넘어선다. 자율적 판단 능력을 갖춘 무인 함정은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해상 상황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복잡한 해상 전투 환경에서 더 빠르고 효율적인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이는 특히 대잠전이나 소해 임무 등에서 강력한 이점으로 작용한다.

무인 함정의 등장과 개발

해양무인체계란 해양작전 수행과 지원을 위해 무인 무기체계와 전력지원체계를 해양환경뿐만 아니라 공중까지 포함한 전 영역에서 입체적으로 운용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무인 함정은 해양 무기체계의 한 종류로, 수상 및 수중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무기체계이며 크게 무인 수상함과 무인 수중함으로 구분된다. 무인 수상함은 대기뢰전, 대잠전, 수상전, 해상 보안, 전자전, 특수 작전 지원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대기뢰전의 경우 기뢰를 탐지하고 제거하여 해상 교통로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며, 대잠전에서는 적 잠수함을 탐지하고 추적 및 교전하여 제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수상전에서는 적 함정과의 교전 및 해역 통제를 담당하며, 해상 보안 임무에서는 항구와 해역을 감시하여 위협을 방지하고 해양 안전을 확보한다. 전자전 임무에서는 적의 통신 및 레이더 체계를 교란하거나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특수 작전 지원에서는 정보 수집, 정찰, 군수 지원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반면, 무인 수중함은 주로 접근이 어려운 해역에서 기뢰 탐지 및 제거, 해양환경 조사, 잠수함 탐지 및 추적 등의 임무를 수행하며, 해양작전 지원을 위해 군수품 운반 및 정보 작전에도 활용된다. 이렇듯 무인 함정은 유인함정을 대신해 위험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인명 피해를 줄이고, 작전 효율성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림 3. 해양무인체계 구분

무인 함정은 과거에도 군사 또는 상업적 용도로 사용되어왔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자율적으로 작전할 수 있는 전술 무기로서의 무인 함정은 미국의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방위고등연구계획국)가 주도한 ACTUV(ASW Continuous Trail Unmanned Vehicle, 대잠전 연속추적 무인 함정) 프로그램을 통해 본격적으로 실현되었다. DARPA는 이 프로그램의 목표로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

1) 승조원 승선으로 인한 기존 수상함정의 설계상 제약을 완전히 탈피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함정 설계를 함과 동시에 적의 디젤 수중함에 비해 크기, 성능, 비용 측면에서 우위를 선점

2) 수천 킬로미터의 넓은 작전반경에서 수 개월 동안 독립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율성

3) 첨단센서 기술을 이용하여 적 수중함을 효율적으로 탐지 및 추적

이 프로그램의 결과물로 개발된 Sea Hunter는 2022년 림팩(RIMPAC) 훈련에서 최초로 선보였으며, 세계 최초의 자율형 무인 수상함으로 해군 무인 함정 개발의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미국은 Overlord USV 프로젝트를 통해 더 강력하고 대형화된 무인 함정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함정은 해상에서 장기간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 함정에 대한 자율적 타격 및 자함 방어 기능을 갖춘 차세대 무인 함정으로 발전하고 있다. 또 다른 프로젝트인 MEDUSA는 자율적 기뢰 부설을 목적으로 하며, 장거리에서 기뢰를 정확하게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크기의 무인 수상함과 자율 드론을 활용하여 빠르고 정확한 해상 정보 제공 및 전술적 대응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인 함정은 전 세계에서 해군 전력을 증강하고 해양작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은 무인 함정을 통해 해양 감시, 정찰, 대잠전, 기뢰전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자율성과 네트워크 중심의 해상 전투력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가 주요 무인 함정
영국
전장 : 13m
함속 : 40노트
임무 : 원격 감시, 항만 보호, 해양 정찰
특징 : ASView 자율제어시스템 탑재
중국
전장 : 15m
함속 : 42노트
임무 : 대함 및 대잠전
특징 : 대공/대함 미사일 탑재
스웨덴
전장 : 14.4m
함속 : 10노트
임무 : 기뢰 탐지 및 제거
특징 : 소해 장비, 충격 흡수시스템 탑재
이스라엘
전장 : 9m
함속 : 50노트
임무 : 항만 보호, 위협 대응
특징 : 원격 사격 통제체계 탑재

표 1. 국가별 주요 무인 함정

무인 함정 발전방안

현재 대한민국은 국방혁신 4.0의 기조 아래 무인 체계의 도입과 발전을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미래 해양전장에서 전투력 증대와 인명 손실 최소화를 목표로 하며, AI·무인·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경쟁 우위의 AI 과학기술 강군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유·무인 복합체계 도입을 통해 유인 플랫폼과 무인 플랫폼 간의 협력작전 체계를 구축하고, 통합적 전력 운용을 강화하여 해군의 전투력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현재 대한민국 해군은 반자율형 무인 체계를 통해 유인함정의 감독하에 제한적인 자율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고, 추후 완전 자율형 무인 체계를 도입하여 유인 체계의 개입 없이도 독립적으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민간 연구기관 및 대학과의 협력을 강화하여 무인 체계의 자율제어 기술, AI 기반 임무 계획 및 경로 설정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국내 무인 체계의 자립적 기술력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해군은 현재 해양 유무인 복합 부대를 창설하고, 첨단 무인 전력을 확대하기 위해 해양무인전력사령부 창설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전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고, 전력 운용 개념과 군사 전략 차원에서 무인 함정의 전략적 활용을 도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하게 무인 함정을 개발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환경과 상황을 고려하여 특수한 목적과 필요에 의해 전술이 개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무인 무기체계의 도입이 단순히 병력 부족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의 전장 환경과 전술에 맞춘 맞춤형 전력을 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러한 발전방안은 무인 체계가 단순한 전투 지원 체계를 넘어 해양전력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미래 대한민국 해양전장에서 전략적 우위를 선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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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H. J. Lee, P. H. Kim, K. H. Lim, Development of the Unmanned Maritime System(UMVs) in Neighboring Countries and Its Implications for the Republic of Korea Navy, 6(3), pp.314-319, 2023.
  • 5. https://www.darpa.mil/program/anti-submarine-warfare-continuous-trail-unmanned-vessel
  • 6. https://www.jsd.or.kr/b/jsd708/24721
  • 7. https://www.khan.co.kr/politics/defense-diplomacy/article/20221021134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