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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QS 매거진
RAM-C가 PBL을 만날 때
2025. 02. 24
글.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영학과 박종훈 교수

한국에서 RAM-C와 PBL의 의미 있는 만남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서론
최근 국방 신뢰성 분야에서 가장 관심 있는 주제는 신뢰성기반비용관리(RAM-C: Reliability, Availability, Maintainability and Cost)와 성과기반군수(PBL: Performance Based Logistics)의 만남일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PBL이라는 제도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RAM-C라는 분석기술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가 가장 큰 관심일 것이다.
이러한 관심은 대한민국 국방부가 2021년 총수명주기관리업무훈령 제정 이후, 2022년 RAM-C 업무에 대한 정책과 제도발전 및 PBL 사업 연계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면서 시작되었다[1]. 그리고 2023년 성과기반군수지원훈령에서 PBL사업에 RAM-C의 결과를 적용하도록 개정함으로써 관련 업체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2].
제도적으로 근거가 마련되고 있는 일련의 상황과는 별개로 현장에서는 RAM-C와 PBL의 만남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내에는 RAM-C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나 가이드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RAM-C와 PBL의 만남은 총수명주기 관점에서 후속군수지원 강화를 목적으로 국방부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국방부의 훈령에는 “RAM 목표를 충족하면서 수명주기비용(Cost) 최소화 대안을 제공하는 공학적 분석 기법”이라는 정의와, 구체적인 심의 및 기술 검토는 위원회를 통해 진행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이다[2,3]. RAM-C 분석을 수행해야 할 업체의 입장에서는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둘째, RAM-C와 PBL의 만남은 한국에서 최초로 이루어졌다. 미군의 경우 총수명주기관리(TLCSM, Total life cycle system management) 제도의 도입과 RAM-C의 시행으로 총수명주기동안의 비용을 관리하는 체제로 전환한 상태이지만, 아직 PBL과 RAM-C를 직접적으로 연결하여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RAM-C와 PBL 사이에 총수명주기비용이라는 접점이 존재하기에 서로의 연결이 아주 터무니없지는 않지만, 분석기술과 제도라는 목적적 차이에 의해 서로의 연결이 낯선 것은 사실이다.
본 기고문에서는 한국에서 RAM-C와 PBL이 잘 만날 수 있도록, 즉 PBL이라는 제도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RAM-C라는 분석기술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미국방부의 RAM-C Rationale Report Manual을 살펴봄으로써 RAM-C가 무엇을 목적으로 어떻게 수행되는지를 살펴보고, 국방부 훈령들을 살펴봄으로써 한국에서 RAM-C와 PBL의 만남이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는지 확인해 본다.
DoD RAM-C Rationale Report Manual
국내에 RAM-C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나 가이드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례는 미국방부의 RAM-C Rationale Report Manual[4]일 것이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의 무기체계 획득 과정은 그림 1과 같이 5단계의 획득과정을 거치면서 3번의 마일스톤(milestone)을 통해 엄격한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해당 마일스톤마다 RAM-C 보고서를 요구한다[5].

마일스톤 A는 무기체계의 물리적 기술 요구사항을 검토하는 단계이다. 물자해결방안분석(MSA: Material Solution Analysis) 단계에서는 대안으로 개발하되는 무기체계에 대한 대체제로서의 효율성, 운영 적합성, 예상 수명 및 비용 등을 도출하는 초기대안분석(initail AOA: Analysis of Alternative)을 수행하며, 이를 기반하여 신뢰성 및 유지보수 요구사항을 기술하는 RAM-C 보고서가 작성된다.
마일스톤 B는 운영 시 예상 위험에 대한 대책 및 기술 요구사항을 검토한다. 기술성숙 및 위험 감소(Technology maturity & risk reduction) 단계에서는 해당 무기체계를 배치할 경우 예상되는 위험 요소를 확인하고 수명주기의 관점에서 관리 대책 및 기술 도입과 관련된 사항을 검토한다. 마일스톤 B를 거치면서 앞서 작성되었던 대안분석(AOA)을 업데이트하여 RAM-C 보고서를 작성하고, RAM-C 보고서를 기반으로 수명주기유지계획(LCSP: Life Cycle Sustainment Plan) 초안이 작성된다.
마일스톤 C는 양산 전 생산 가능성 및 경제성에 대한 요구사항을 검토한다. 공학 및 제조개발(Engineering and manufacturing development) 단계는 양산을 시작하기 전에 최대한 낮은 비용으로 개발하면서도 요구되는 기능의 수행과 가용도 보장을 위한 군수 및 운용 지원 내용을 검토한다. 마일스톤 C를 거쳐 무기체계의 최종 양산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데, 이전의 마일스톤과 마찬가지로 기존에 작성되었던 대안분석(AOA)을 업데이트하여 RAM-C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명주기유지계획(LCSP)을 확정한다.
이상의 단계에서 보았듯이, RAM-C 분석은 무기체계의 획득단계에서 해당 무기체계의 요구사항을 중심으로 무기체계 자체의 물리적 성능을 분석한 대안분석(AOA)을 기초로 운영환경 그리고 양산 후 임무 수행 및 기술 성숙까지의 내용을 검토하는 일련의 과정을 단계별로 업데이트하면서 최종적으로는 수명주기유지계획(LCSP)을 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미국방부는 RAM-C 분석을 수행하는 업체를 위해 그림 2와 같이 6단계로 구성된 RAM-C Rationale Report Outline Guidence[6]통해 분석절차와 예제를 제공하고 있다[5]. 그림 2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임무성공률, 운용가용도, 정비도 그리고 수명주기비용 등 주요 신뢰성 지표들을 산출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RAM-C와 PBL을 만남을 위한 국내의 준비상황
앞에서 소개하였듯이, 미군은 무기체계 획득 과정에 걸쳐 대안분석(AOA), RAM-C, 그리고 수명주기유지계획(LCSP)으로 이어지는 절차와 이에 대한 지침이 존재한다. 해당 절차와 지침에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검토하고 어떠한 문서를 어떠한 절차로 작성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국방부의 훈령을 통해 PBL 사업을 지원하는 역할로서의 RAM-C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훈령들에는 RAM-C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이나 지침을 소개하고 있지는 못하다. RAM-C 업무의 수행 절차와 그에 따른 업무 분장 정도가 소개되어 있는 수준이다. 이는 RAM-C를 관리하고 평가하는 관리기관의 관점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겠으나, RAM-C를 수행해야 할 업체의 입장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없어 막막한 상황이다.
이 문제는 앞에서 소개한 미군의 RAM-C Rationale Report를 벤치마킹해서는 해결 될 상황이 아니다. 왜냐하면 미군의 RAM-C는 PBL과의 연계를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총수명주기관리의 관점에서 수행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서론에서 언급하였듯이 RAM-C와 PBL 사이에는 총수명주기비용이라는 접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RAM-C는 총수명주기에 걸쳐 무기체계의 운용 효율성 및 비용 관리를 위한 의사결정의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분석기술이고, PBL은 군수품의 안정적인 운용을 보장하기 위해 군수지원업체가 총수명주기에 걸친 주요 성과지표나 목표를 달성하도록 독려하려는 계약제도라는 점에서 목적성과 실행 수준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또한 그림 3에서 보이듯이, RAM-C는 무기체계의 획득단계를 기준으로 소요기획에서 시작하여 체계개발, 양산 그리고 운영유지의 정방향으로 분석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PBL은 운영유지에서 시작하여 양산, 체계개발로 이어지는 무기체계 획득단계의 역방향으로 제도 적용의 흐름이 이어진다. 즉, 무기체계의 획득절차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RAM-C와 PBL의 만남이 아직은 낯설고 어색하다.

결론
신뢰성(reliability)은 ‘제품이 주어진 환경에서 정해진 수명 동안 요구하는 성능을 발휘하는 정도’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 무기체계의 총수명주기관리(TLCSM, Total Life Cycle System Management)의 관점에서 여러 의사결정 시점마다 합리적 판단을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신뢰성 분석은 제품의 수명(고장시기)을 예측하기 위한 분석이고, 예측된 수명을 기반으로 무기체계의 획득과 성능 개선, 수리, 정비 그리고 폐기와 관련된 의사결정의 기준선(guideline)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RAM-C는 위의 흐름에서 비용을 같이 고려하는 개념이며, RAM-C라 명명하지 않았을 뿐 오래전부터 신뢰성 분야에서 자연스레 고려되어 온 부분이다. 물론 이름을 불림으로써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가 이야기하듯이, RAM-C라는 이름을 가짐으로서 관심을 받게 되었고, 동시에 명확한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RAM-C가 지금까지 만난 적 없는 PBL에 의해 호출되었다. 지금까지 만난 적이 없었기에 기존 RAM-C의 역할을 그대로 답습해도 되는지 염려스럽다. 이는 결국 ‘RAM-C 분석의 결과를 PBL의 제도에서 어떻게 사용하는가’라는 질문과 ‘PBL은 RAM-C 분석의 결과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만들어 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PBL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RAM-C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분석기술이고, PBL은 관리을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분석기술의 수준을 고려하여 제도를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 보다, 제도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분석기술에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뢰성은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는 기술을 이미 가지고 있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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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국방부, 총수명주기관리업무훈령, 2022.
- 2. 국방부, 성과기반군수지원훈령, 2023.
- 3. 국방부,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 2022.
- 4. Department of Defense, Reliability, Availability, Maintainability, and Cost Rationale Report Manual, 2009.
- 5. 박현종, 임재학, 박재훈, & 성시일. (2024). 국내 및 미군 RAM-C 규정 고찰 및 발전 방향 연구. 신뢰성응용연구, 24(1), 20-32.
- 6. Department of Defense, Reliability, Availability, Maintainability, and Cost (RAM-C) Rationale Report Outline Guidance,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