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에 기여하는 국방기술품질원의 이야기

기술로 품질로

기고

국방기술품질원 K-방산수출 활성화를 위한 국제협력 강화

성능개량사업팀 이동건 선임연구원

최근 세계 무대에서 한국 무기체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국의 무기수출 순위는 2006년 세계 17위에서 2020년 9위로 상승하였으며, 2021년을 기점으로 수출액이 수입액을 초과하는 등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특히, 작년 천궁-II UAE 수출에 이어, 올해 폴란드 K2전차, K9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천무 수출 계약이 성사됨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무기 수출이 170억불을 돌파했다. 지금은 해외 정부와의 방산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로 외국의 국방분야 정부품질보증 기관과의 협력 필요성이 높아져 최근에 국방기술품질원이 추진하고 있는 국제품질보증 협력과 발전방향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introduction

한-오스트리아 정부품질보증 협정 체결

국방기술품질원은 지난 8월 29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오스트리아 국방부와 「군수물자 및 용역에 대한 정부품질보증 상호 수행 및 수락에 관한 한-오스트리아 간 협정」을 체결하였다. 해외 정부와의 품질보증 협정(이하 “국제품질보증 협정”)은 양국 간 수출입 군수품에 대해 수입국 정부가 요청할 경우 수출국 정부가 수입국을 대신하여 정부 품질관리 활동을 수행하고, 상대국가의 정부 품질관리 활동을 상호 인정하기 위한 협약이다. 한국은 1984년부터 미국, 독일, 프랑스, 호주 등 24개 국가와 국제품질보증 협정을 체결해왔으며, 오스트리아는 25번째 협정국이 되었다.

사진한-오스트리아 정부품질보증 협정 서명식(2022.8.29./오스트리아 국방부)

협정에는 양측을 대표하여 국방기술품질원장(허건영), 오스트리아 국방획득국장(육군 소장 하랄드 보도세크, Harald Vodosek)이 서명하였으며, 오스트리아 국방부 획득기획실, 방위사업청 인증기획과, 주 독일 국방무관 등 양국 대표단 12명이 참석하였다. 이번 협정 체결을 계기로 한국은 오스트리아로부터 수입하는 군수품에 대해 제조사 자체 품질보증 활동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오스트리아 정부가 직접 제조현장에서 제조사 품질시스템을 평가하는 등의 정부 품질관리 활동 적용으로 안정적 품질 확보가 가능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오스트리아로 수출하는 군수품에 대해 오스트리아 정부가 요청할 경우 우리나라의 국방기술품질원이 정부 품질관리 활동을 수행함으로써 국내 방산기업의 수출을 지원함과 동시에 양국 간 품질분야 교류협력이 가능하게 되었다. 보도세크 국방획득국장은 이번 협정을 “양국 방산협력의 시작점”으로 평가하였다.

오스트리아의 올해 국방예산은 인건비 및 무기체계 획득비 등 총 27억 유로 규모 수준이며, 무기체계 획득은 크게 ①적 조기식별, ②사이버공격 방어, ③정보전 대응, ④UAV 사용 등 4가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자국의 무기체계 첨단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국방예산을 2027년까지 오스트리아 GDP의 1.5%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증액 예정이다. 이는 현 예산의 2배 수준으로, 향후 오스트리아의 방산 시장이 보다 확대될 것임을 의미한다.

국방기술품질원의 국제품질보증 협력

오스트리아와의 협정 체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국제품질보증 협정 체결의 가장 큰 효과는 국외에서 구매하는 군수품에 대한 품질관리 강화 및 방산수출 증진 기여라고 할 수 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제12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19.7.12.)를 통해 수립된 「’19~’23 군수품 품질관리 기본계획」에 따라 국제품질보증 협정을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며, 내년에는 26번째로 이탈리아와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과거에는 주요 수입대상국과 국제품질보증 협정 체결을 추진해왔다면, 2021년부터는 방산수출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인도, 인도네시아 등 주요 수출 유망국을 대상으로 다양한 협력 채널을 통해 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품질보증 협정은 협정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방산협력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협정국과의 지속적인 교류협력이 필수적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은 2016년 주요 방산 교역국인 미국과 독일에 주재원을 파견하여 해외사무소(미국, 독일)를 운영 중이다. 해외사무소 설립을 계기로 우리 원은 미국의 국방계약관리국(DCMA) 및 독일의 획득IT운용청(BAAINBw)과 품질보증 협력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해당 정부품질보증기관과의 교류 활성화를 통해 국제품질보증 위·수탁 업무 관계 이상의 실질적인 협력관계로 발전하게 됐다.

사진프랑스 병기본부(DGA) 정부품질보증 협력회의
사진병기본부 국방품질국장(제롬 르메어, Jérôme Lemaire) 기념사진 (2022.6.14./프랑스 병기본부)

최근 방산수출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수입하는 군수품의 품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해외 정부품질보증기관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는 미국, 독일 등 주재국뿐만 아니라 주요 교역국으로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지난 6월 허건영 국방기술품질원장은 프랑스 병기본부(DGA)에 방문하여 양국의 정부품질보증 방향을 공유하고 위성·우주무기체계 품질보증과 같은 상호 관심분야에 대해 교류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병기본부와의 협력관계가 기존 대비 긴밀한 관계로 발전한 것도 이러한 국제품질보증 협력 추진 방향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미국, 독일, 프랑스의 사례처럼 기관(양자) 간 협력회의도 중요하지만, 국제컨퍼런스, 방산전시회 등 다수의 해외 기관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하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다. 매년 미국 DCMA는 32개 협력 국가와 돌아가면서 국제품질보증 컨퍼런스(Host Nation Conference)를 개최하고 있다. 이 컨퍼런스에서는 해외 정부품질보증 기관들이 관심있는 공통 주제에 대해 분임조로 토의하고, 일부 국가에서는 주요 정부품질보증 제도 및 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2011년 우리나라에서도 개최한 실적이 있으며 이 컨퍼런스를 통해 주요국가의 정부 품질보증 제도와 발전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8월 코로나 19로 인해 3년 만에 독일 가르미슈에서 개최되었으며, 국방기술품질원도 한국 대표단으로 참석하였다.

사진미국 국방계약관리국(DCMA) 주관 Host Nation Conference (2022.8.31.~9.1./독일 가르미슈)

올해 컨퍼런스에서는 3D 프린팅 제품에 대한 품질보증 방안, 비대면(원격) 품질보증 방법 등 2개 주제에 대해 토의하였으며, 미국 DCMA에서는 국방상호조달협정(RDP), 사이버보안성숙도모델인증(CMMC) 등 주요 획득분야 제도에 대해 소개하였다. 특히 국방기술품질원은 이번 컨퍼런스를 단순히 행사 참석이 아닌, 한국과 주요 협정국 간 양자회의를 위한 좋은 기회로 활용하였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폴란드 등 5개국과 각각 컨퍼런스 일정 전/후로 협력회의를 실시함으로써, 우리가 실제로 관심있는 품질분야 주제에 대해 토의하고 국가별 국제품질보증 위수탁 사업 현안에 대해 논의하였다. 다수의 국가를 대상으로 각각 논의해야 할 주제에 대해 단 2~3일(행사기간) 만에 협의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에도 국제품질보증 컨퍼런스를 우리의 국제협력 방법으로 활용한다면 매우 효율적일 것이다.

수출 유망국과의 국제품질보증 협력 강화

국방기술품질원은 그동안 수입대상국 위주로 국제품질보증 협정 체결 및 정례협의체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방산수출이라는 큰 흐름을 고려하여, 수출 유망국에 대해서도 국제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K2전차 등을 수출한 폴란드 등 나토 회원국이나 다른 유럽국가에 수출할 경우, 해당국에서는 정부품질보증을 기본적인 계약요구사항으로 적용하며, 원칙적으로 국제품질보증협정에 따라 품질보증 위탁을 요청하므로 국방기술품질원의 정부품질보증은 수출사업 수주를 위한 필수 요건으로 작용한다. 반면, 중동 및 동남아 등의 경우에는 국방기술품질원과 같은 품질관리조직이 없거나, 군수품 품질보증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이 해당국을 대상으로 수출을 추진할 때, 국방기술품질원의 품질보증을 수출사업 수주를 위한 요소로 활용하기 힘들다.

사진K9 자주포 차체 폴란드 수출품 품질보증 현장

이러한 현실적 제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보다 확장된 개념의 품질관리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대형수출사업 수주를 위한 정부 패키지딜에 품질관리를 추가하여 협상카드로 활용하거나, 품질관리 업무 범위를 양산 단계 뿐만 아니라 운용유지단계 품질 및 기술지원까지 확대할 경우 수출 경쟁력을 보다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의 수출품 품질보증 활동 외에도 납품 이후 현지 품질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원인분석 지원, 운영유지단계 형상관리 기술지원, 현지 생산 수출사업에 대한 국방기술품질원 직원의 구매국 파견을 통한 공정 품질안정화 등을 고려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구매국의 특성에 따라 방산협력 One-Team 체계에 국방기술품질원이 포함됨으로써, 국방기술품질원은 품질관리, 국과연은 기술이전, 군은 후속군수지원 등 기관별 특화 분야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한다면 효과적으로 방산수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출 유망국과의 지속적인 품질분야 교류가 필요하다. 중동 등 품질관리체계가 미 정립된 국가의 경우, 한국이 국제품질보증 협정 체결을 제안해도 그 자체에 대해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미온적인 입장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가들에 대해서는 단계적인 교류협력 추진이 필요하다. 먼저 방위사업청이 주요 협력국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방산군수공동위원회나 해외 방산전시회 등에 참여함으로써 해당국의 교류 대상기관(counter partner)을 식별하고, 한국의 정부품질보증 제도를 소개(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후 상대국 정부가 기본적인 품질관리 체계를 정립할 수 있도록 해외 국방무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원한다. 이를 통해 국제품질보증 협정 체결을 위한 상호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후, 협정 체결 및 품질 협력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순으로 교류협력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맺음말

한국은 이제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수입 군수품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이 해외로 수출하는 무기체계에 대해서도 균형있는 국제품질보증 적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수출품목이 고부가가치, 고품질 중심으로 변화함에 따라 수출품에 대한 정부 품질관리 체계를 혁신하고 정부 간 품질보증 협력을 통해 ‘품질’ 요소를 수출 유인책으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이 해외 정부기관과 국제품질보증 협력 체계를 지속 확대함으로써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