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에 기여하는 국방기술품질원의 이야기

기술로 품질로

현장

여전히 특별한 나와 당신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

권혜란

사진 차유진

최근 ‘세상을 바꾸는 여성 엔지니어’의 17번째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다. ‘세상을 바꾸는 여성 엔지니어(이하 세·바·여)’는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에서 매년 발간하는 책으로 여성 엔지니어들에게 역할 모델과 비전을 제시한다. 이번 책에는 국방신뢰성연구센터 이민희 선임연구원의 진솔한 이야기도 실렸다. ‘새로운 도약과 화합’이라는 부제처럼 도전과 위로의 힘을 전하는 이민희 선임연구원. 더불어 ‘여자 이민희’가 아닌 ‘사람 이민희’로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싶다는 그의 당찬 이야기를 들어보자.
introduction
사진국방신뢰성연구센터 이민희 선임연구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국방기술품질원 국방신뢰성연구센터에서 근무 중인 이민희 선임연구원입니다. 대학에서 응용화학공학을 전공했고 국방기술품질원에 몸담은 지는 10년 정도 되었습니다. 현재는 유도탄에 들어가는 구성품의 신뢰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세·바·여 책에 연구원님의 이야기가 실렸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학사와 석사를 마친 모교가 부산대학교인데요. 대학생을 위해서 여성 공학인들의 길을 보여주는 책이 있는데 참여해달라고 과 사무실을 통해서 연락이 왔어요. 이전까지는 여성 공학인로서 높은 위치를 이루신 분들 위주였는데, 이제는 연령층을 좀 젊게 가져가고 여전히 무언가를 이루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어쩌면 내 이야기도 대학생들한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친구 자취방에서 생초콜릿을 직접 만들어서,
학교 정문 사거리에 노점을 열어 놓고 장사를 시작했다. (중략)

사람들과 사회에서 같이 어울려 살아갈 때 수백 번 발생하는 일들을 그때 길거리에서 처음 배웠다.

- 세·바·여17, P.35~36 中 -

대학교 때 초콜릿 장사와 도보 여행 일화처럼 도전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도전의 힘은 어디서 나오나요?

제가 자아 성찰하는 일을 좋아하거든요. 자아 성찰을 하면서 주로 나에 대한 약점을 파악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나의 약점을 알아가던 일이 되려 다른 무언가에 도전하고, 다시 노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애초부터 힘듦에 대한 걱정이 적은 편이에요. 그래서 계속 도전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분명 힘든 건 맞지만,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도 내면에 어느 정도 있는 것 같고요.

국방기술품질원이라는 기관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합격한 기업을 포기하고 취업 준비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 세·바·여17, P.37 中 -

입사가 확정된 기업을 마다하고 합격 여부가 불확실한 국방기술품질원으로 진로를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창곤 전 원장님께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세미나 형식의 강의를 하셨는데, 그때 다가온 국방, 기술, 품질 이 세 가지 키워드가 되게 매력적으로 작용했어요.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제 지도 교수님께서는 다 붙은 취직자리를 두고 생소한 기관으로 가겠다고 해서 걱정이 많으셨다고 해요(웃음). 그렇지만 책에 나오는 것처럼 국방기술품질원 합격한 후에는 “우리 민희는 정말 배짱이 대단하다”라고 자랑을 많이 하셨어요. 그동안 저는 제가 소심한 줄 알았는데 교수님의 한마디에 깨달은 게 있어요. ‘내 결정에 책임지겠다는 맘만 있다면, 나도 배짱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구나!’

나는 국방기술품질원 서울센터로 입사를 했는데,
당시 50명 남짓이던 센터원 중에서 두 번째 여성 연구원이었다.

- 세·바·여17, P.37 中 -

남성 비율이 높은 조직에서 근무하는 느낌은 어떠신가요?

지금보다 10년 전에는 여성 연구원이 훨씬 소수였어요.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특정 성별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기준조차 없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여직원1’, ‘여직원2’로 호명된다던가 하는 것들이요. 그때는 뭔가 ‘개인 이민희’로 인정받기보다는 두 번째 여성 직원으로 받아들여진 느낌도 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분위기가 바뀐 것 같아요.

군수품의 품질기준들은 저마다의 수많은 평가를 거쳐야 하는데,
그 평가 방법이 신뢰성이 없거나, 하나 마나 한 시험들로 품질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각종 시험 방법을 (중략) ‘단체표준’으로 등록하였다.

- 세·바·여17, P.39 中 -

업무를 진행하면서 가장 뿌듯하고 자랑하고 싶었던 순간이 궁금합니다.

‘단체표준’을 만들었던 것이 가장 기억이 남습니다. 군수품 품질관리 과정에는 수많은 평가들이 따릅니다. 그런데 그 평가 방법이 신뢰성이 없거나, 변동성이 너무 큰 시험이라 품질을 담보할 수 없는 일들이 있어요. 그래서 시험 방법을 개선하거나, 때로는 신규 방법들을 만들어 그것들이 공신력을 가지도록 ‘단체표준’으로 등록했어요. 이후에 국방기술품질원이 이 단체표준을 정식으로 활용하도록 제도화하는 데도 참여했습니다.

*단체표준 : 국가표준인 한국산업표준(KS)과는 달리, 특정 전문 분야에서 적용되는 기호, 용어, 기술, 절차 및 시험방법 등에 대해 전문기관 또는 단체가 제정한 표준. 국방기술품질원은 2014년부터 단체표준 제정가능기관으로 등록되어 제정 및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올해 초 회사의 지원에 힘입어 국제신뢰성기사(CRE) 자격을 획득하였고,
해당 지식을 활용하여 조직과 업무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 세·바·여17, P.40 中 -

국방기술품질원에서는 연구원들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전사적인 지원이 이뤄진다고 들었습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2021년부터 박사 과정을 밟고 있어요. 국방기술품질원에는 근무일을 주 2일까지 유급으로 할애해주는 ‘근무위탁’ 제도도 있는데, 그 덕분에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또 국제신뢰성기사 같은 자격증도 교육비 자체가 비싼데, 국방기술품질원에서는 업무와 관련된 자격 취득에 필요한 교육비도 지원을 하고 있어요. 올해부터는 시험료까지 지원이 되면서 개인이 부담 없이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넓어졌습니다.

*국제신뢰성기사(CRE) : 제품과 시스템의 안정성, 신뢰성, 일관성의 향상을 위한 예측과 평가 수행의 지침을 이해하며, 관련 이론과 실무능력을 갖춘 엔지니어에게 자격시험을 통해 ASQ에서 발급하는 신뢰성 분야 국제전문자격증

작지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도전들이 계속되면서,
다시 내가 특별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세·바·여17, P.41 中 -

후배 여성 공학인 혹은 국방기술품질원의 후배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대체로 본인의 길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시는 것 같더라고요.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는 모르는 거니까 본인 인생을 정지 상태로 내버려 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항상 하고 싶은 것과 지금 상태를 견주어 보고 더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부지런히 인생을 가꿨으면 좋겠어요. 현재는 성별로 능력을 나누는 시대는 아니니까요. 개인 한 사람으로서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진세상을 바꾸는 여성 엔지니어 17

끝으로 글의 제목을 ‘나와 당신은 여전히 특별한 사람’이라고 지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한때는 내가 조직을 돌아가게 하는 톱니바퀴밖에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생각하기에 따라서 내가 하는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특별한 것으로 변하더라고요. 또 ‘나는 여전히 특별한 사람’이 아닌 ‘나와 당신은 여전히 특별한 사람’이라고 지은 이유는 같은 감정을 느끼거나,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던지고 싶었어요. 우리는 언제나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