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에 기여하는 국방기술품질원의 이야기

기술로 품질로

[현장]

디지털 전환의 새로운 가치를 예고하다

국방품질 4.0 포럼

권혜란

사진 이성원

국방기술품질원은 11월 28일, 국방품질 4.0 포럼을 통해 군수품 품질의 바로미터를 제시하는 시간을 가졌다. 바로미터는 대기압을 측정하는 도구로 대체로 대기압이 낮을 때는 날씨가 흐리고, 고기압일 때는 날씨가 쾌청한 경우가 많아 기상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동시에 어떤 현상의 수준이나 상태를 가늠하는 기준을 말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명실공히 방위산업에서 ‘품질 바로비터’의 역할을 수행 중인 국방기술품질원. 그렇다면 4차 산업과 인공지능의 시대에 방위산업계가 지향하는 품질경영 및 우리가 대비해야 할 국방품질 4.0은 어떤 모습일까?

국방품질 4.0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방혁신 4.0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첨단 과학기술을 육성해 튼튼한 국방을 이루고자 하는 국방혁신 4.0의 기조와 결이 같기 때문이다. 현재 민간에서 품질과 관련되어 추진되고 있는 퀄리티 4.0을 접목하여 국방품질에도 새로운 변화와 도전이 감행되는 추세다.

국방기술품질원 허건영 원장은 국방품질 4.0 포럼을 ‘국방품질 4.0에 관해 다양한 영역을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라 일컬으며 포럼에 참석한 청중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허건영 원장은 방산 수출이 국가 안보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그런 측면에서 국방품질 4.0 포럼이 방위산업계의 혁신적인 표준을 제시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서 국방기술품질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방품질 4.0시대의 스마트 국방품질경영’과 ‘품질4.0 시대의 스마트팩토리 적용사례 및 방위산업 확대 방향’을 각각 발제했다.

국방품질 4.0시대의 스마트 국방품질경영 국방기술품질원 이창우 품질연구본부장

2022년 포럼에서 국방품질 4.0 추진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던 이창우 본부장은 이번 포럼에서 국방품질 4.0 실현을 위해 구체화된 계획과 과정 그리고 단계적으로 추진 중인 사업의 일부를 소개했다. 먼저 국방품질 4.0이 고려해야 할 현실적 상황과 변수는 민간과 국방에서 대두되고 있는 환경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민간은 4차 산업 기술을 비즈니스에 도입하여 초연결 지능화·자동화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고 있으며, 품질 분야는 퀄리티 4.0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다. 국방 분야에서는 무기체계 기술의 노후화를 방지하기 위해 긴급성과 적용 기술의 난이도 등을 고려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에 품질관리 역시 ‘데이터 기반 예방적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국방 분야에 퀄리티 4.0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국방품질경영의 디지털화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국방품질 4.0의 핵심은 검사 중심의 품질관리에서 벗어나 디지털 데이터 기반의 품질관리를 통해 결함을 예방함과 동시에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군수품 제조 역량 및 품질관리 능력의 증대로 연결되며 우수한 품질의 군수품이 조달됨과 동시에 무기체계의 성능과 운용성이 크게 향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이창우 본부장은 국방품질 4.0 프레임워크를 소개하며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함께 덧붙였다. 첫 번째로는 전순기 품질보증 업무 효율성 향상이다. 이는 형식적, 반복적, 관행적, 비생산적인 요소를 제거하여 품질관리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두 번째는 연구목적기관으로서의 업무 체계 전환이다. 달리 말하자면, 국방기술품질원은 군수품 품질관리 기관에서 나아가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품질관리를 수행하는 연구기관으로서 행보를 이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국방품질4.0 프레임워크의 마지막 갈래는 ‘이해관계자의 니즈와 기대 반영’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니즈와 기대를 적극 수렴하는 상생협력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뜻으로 국방기술품질원은 소요군, 방위사업청 그리고 방산업체와 협업하여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계획이다.

품질4.0 시대의 스마트팩토리 적용사례 및 방위산업 확대 방향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장기영 상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제를 통해 스마트팩토리를 방위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실효적 방안을 내놓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게 된 이유는 크게 3가지로 꼽을 수 있다.

우선 ‘품질 패러다임’의 변화다. 시대에 따라 품질의 정의 및 품질경영 목표 등도 진화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산업 4.0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자원 기반 품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또한, 수출 확대 및 글로벌 생산공장 운영 시 현지 인력의 역량 차이에서 발생하는 생산성 저하를 극복하고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른 품질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데이터 기반 예측관리 품질경영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FMS(flexible manufac-turing system, 유연 생산 시스템) 신규공장 건립 사례를 통해 스마트팩토리의 업무 효율성과 확장성을 소개했다. 동시에 스마트팩토리가 방위산업에 안정적으로 안착 및 확대될 수 있도록 제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외부망과 방산망 분리 운영으로 실시간 모니터링 및 데이터 수집이 제한된 환경을 거론하며 방위산업의 엄격한 보안 및 제도적 규제 완화 검토를 촉구했다. 또한 스마트팩토리 지원 및 유인책이 정책적으로 필요함을 강조했다. 스마트팩토리는 높은 초기 투자 비용과 투자 대비 효과 불확실성으로 방산업체들이 선뜻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국방품질 4.0 포럼에서는 국방품질 4.0을 핵심 주제로 당면한 과제가 무엇인지, 어떤 부분을 자성해야 할지 여러 목소리를 들어보는 패널 토의가 마련됐다. 현장에 모인 패널들은 군수품 품질 발전을 위한 안건과 품질관리의 핵심가치 도출에 대한 고견을 주고받았다.

이날 패널 토의는 한국품질경영학회장인 숭실대학교 최정일 교수를 좌장으로 하여 LIG넥스원의 김창우 상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이정우 실장, 한화시스템의 오줄현 담당, 연합뉴스의 김귀근 부장, 육군본부의 공영철 대령, 국방기술품질원의 김형근 본부장, 이창우 본부장이 참석했다.

디지털 전환은 기술에만 집중하는 모습으로 흘러가진 않을 것이다. 기존에 풀기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다. 이에 국방기술품질원의 김형근 기술연구본부장은 데이터 기반의 품질관리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데이터 품질 관리를 위한 플랫폼 구축이란 의견을 내세웠다. 육군본부의 공영철 대령은 무기체계 및 군수품 기획 단계에서의 안전성 기준과 구체적인 방위사업 규정에 대한 의견을 소요군 입장에서 내놓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이정우 실장은 실무에서 적용하고 있는 디지털 품질경영시스템의 사례와 ‘디지털 품질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업체 역량 향상 지원 정책을 언급했다. 끝으로 국방기술품질원의 이창우 본부장은 “내년에는 가시적이고 체감할 수 있는 결과물을 약속하겠다”며 국방품질 정책을 수립하는 국방기술품질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하여 방위산업 경쟁력 강화를 예고한 국방품질 4.0 포럼. 특히 이번 포럼의 모든 화두는 ‘표준의 필요성’으로 귀결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결국 품질이라는 건 표준에 기반하여 만들어지고 유지되기 때문이다. 품질을 검증한다는 것도 표준을 바탕으로 제대로 요건들이 충족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정확한 ‘품질 바로미터’를 세우는 일. 그것이야말로 K-방산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끌어올릴 핵심 동력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