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에 기여하는 국방기술품질원의 이야기
기술로 품질로
민간의 화학작용제 보호성능 평가를 위한
국방표준 제정
글 이화학시험분석팀 배만재 책임연구원
학계를 중심으로 보호의에 적용할 신소재 개발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으나, 연구자별로 다양한 화학약품과 상이한 시험방법으로 성능을 평가하여, 새로운 소재 간 성능 확인과 비교가 곤란한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기술품질원은 군용 시험방법의 측정이론을 기반으로 국방표준을 신규 제정하였고, 업체·학교·연구기관이 해당 표준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전체 공개하였다.
화학작용제란?
화학작용제(Chemical Warfare Agents)는 화학작용에 의해 인간·동물 등을 살상하는 화학물질이나 장치로 정의되며, 통상 독가스 또는 화학무기로 알려져 있다. 최초의 화학작용제는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 시 벨기에 지역 이프르(Ypres) 전투에서 사용한 염소가스로, 6,000개의 발사관으로 180톤의 가스를 살포하여 많은 사망자를 냈다. 독일은 1915년 12월 포스겐 가스, 1917년 7월 겨자가스를 동일한 지역에서 사용하였고, 이에 연합군도 겨자탄, 포스겐, 염소가스 등을 200여 차례 대응 발포하였다. 이로 인해 90만 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13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으며, 전 세계가 화학작용제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대규모의 연구를 시작하였다. 화학작용제의 대표적인 종류 및 특징은 다음과 같다.
구분 | 대표 작용제 | 특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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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작용제 (Nerve Agents) |
V 계열 : VX G 계열 : GD(Soman), GB(Sar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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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식작용제 (Choking Agents) |
CG(Posgene), Cl(Chlori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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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작용제 (blood Agents) |
SA(Arsine), CK(Cyanogen Chloride), AC(Hydrogen Cyanid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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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작용제 (Blister Agents) |
HD(Sulfur Mustard), L(Lewisi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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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루작용제 (Tear Agents) |
CS(2-Chloro Benzalmalo Nonitri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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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화학작용제 위협
북한은 1961년 12월 25일 인민군 당위원회에서 ‘화학화 선언’을 하고, 독자적인 정책을 수립하여 화학작용제를 연구하고 생산시설을 설치하는 등 화학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1965년도에는 화학연구소를 설립하고, 총참모부 산하에 화학국을 창설하였다. 1960년대에는 ‘화학화 선언’에 따라 화학전 장비와 물자의 자체개발, 연구 및 생산시설 설치 등을 위해 노력하였다.
북한은 1964년부터 일본에서 화학작용제 관련 약품을 수입하였으며, 중국과는 화학무기 협력을 강화하였다. 1970년대 초반에는 소련으로부터 훈련지원과 화학작용제 기술을 지원받았으며, 일본으로부터 화학약품 수입을 더욱 확대하였다.
1980년대에는 ‘화학작용제 및 생물작용제를 생산하여 전투에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공격적인 화학무기 개발·생산에 주력하여 각종 화학작용제를 대량 생산하여 비축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북한은 여러 개의 화학공장에서 생산한 약 2,500~5,000톤의 신경작용제 등 각종 작용제를 분산 배치하여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7년도에 발생한 VX 암살사건은 북한이 화학작용제에 대한 연구개발 및 생산을 지속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시설명 | 위치 |
---|---|
청진 화학 섬유 공장 (Chongjin Chemical Fiber Complex) | 청진 |
청수 화학 공장 (Chongsu Chemical Complex) | 청수 |
2월 8일 비나론 공장 (February 8th Vinalon Complex) | 함흥 |
흥남 비료 공장 (Hungnam Fertilizer Complex) | 흥남 |
화성 화학 공장 (Hwasong Chemical Complex) | 화성 |
혜산 화학 공장 (Hyesan Chemical Factory) | 혜산 |
강계 화학무기 공장 또는 108 공장 (Kanggye Chemical Weapons, also known or 108 Factory) | 강계 |
만포 화학 공장 (Manpo Chemical Complex) | 만포 |
남흥 청년 화학 공장 (Namhung Youth Chemical Complex) | 안주 |
26 공장 (No. 26 Factory) | 강계 |
77 공장 혹은 아오지리 화학 공장(No. 77 Factory or Aoji-ri Chemical Complex) | 아오지 |
102 공장 또는 7월 7일 공장 (No. 102 Factory or July 7 Factory) | 성림 |
삭주 화학무기 공장 또는 청수 화학 공장(Sakchu Chemical Weapons Factory or Chongsu Chemical Complex) | 삭주 |
사리원 칼륨 비료 공장 (Sariwon Potassic Fertilizer Complex) | 사리원 |
신흥 화학 공장 (Sinhung Chemical Complex) | 신흥 |
신의주 화학 섬유 공장 (Sinuiji Chemical Fiber Complex) | 신의주 |
순천 비나론 공장의 순천 석탄질소 비료 공장 또는 순천 화학 공장(Sunchon Nitrolime Fertilizer Factory of the Sunchon Vinalon Complex or also known as the Sunchon Chemical Complex) | 순천 |
원산 화학 공장 (Wonsan Chemical Factory) | 원산 |
화학작용제 대응체계
북한의 화학작용제 위협은 시간과 함께 점점 증가할 것이다. 새로운 화학작용제를 개발하고, 기존에 개발한 화학작용제의 치명성을 높이거나 확산에 유리하도록 개량하는 등 위력과 효율을 지속해서 증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화학작용제 공격은 그 수단이 다양하므로 요격이나 선제공격과 같은 적극적 방어수단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북한의 화학작용제 공격에 대비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사전에 마련해야 할 것이다. 즉, 화학작용제 공격을 받기 전에 대피하거나 개인 보호장비(방독면, 보호의 등)를 착용할 수 있다면 생존률은 향상되고, 대피나 방호대책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공격을 당하더라도 신속하게 해독제를 투여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화학작용제 방호 연구 동향
북한의 화학작용제로부터 군인을 보호하는 장비는 ‘보호의’가 대표적이다. 보호의는 화학작용제를 잡아주는 흡착제로 '활성탄'을 사용한다. 활성탄은 탄소를 높은 온도와 화학물질로 처리하여 흡착성능을 높인 소재이다. 활성탄은 제 1차 세계대전의 파쇄형을 시작으로 구슬형과 섬유형 등으로 발전하여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학교를 중심으로 활성탄을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 개발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민간분야의 연구 동향을 확인하기 위해 “Chemical Warfare Agents"로 최근 10년 간의 학술연구를 검색하면, DBpia에서는 86건의 국내 석·박사 논문과 Sciencedirect에서는 5,831건의 국외 연구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민간분야에서는 활성탄을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 개발을 위한 연구가 [그림 1]과 같이 증가하는 추세이나, 성능시험은 연구자별로 다양한 화학약품과 상이한 시험방법으로 수행되어 새로운 소재 간의 성능 확인 및 비교가 곤란한 실정이다.
화학작용제 방호성능 평가를 위한 국방표준 제정
우리군의 보호의 사업에 참여를 희망하는 생산업체가 화학작용제 방호를 위한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성능평가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미군은 화학작용제에 대한 시험 절차를 공개하고 있지만, 민간분야는 현실적으로 화학작용제를 구하기 어렵다. 또한, 군용 보호의에 대한 국방규격에는 특정 화학약품을 이용한 시험 절차가 명시되어 있지만, 특수한 시험장비 및 방법을 사용하고 국방규격이 일반에 공개되지 않아 활용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용 시험방법의 측정이론을 기반으로 학교· 연구기관 등에서 구매할 수 있는 화학약품인 사이클로헥세인과 측정장비인 가스크로마토그래피를 활용한 시험방법을 개발하였고, 2023년 11월에 "국방표준(STD-0260) : 활성탄 이용 직물의 흡착성능 시험법(기기분석법)"을 제정하여 업체·학교·연구기관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전체 공개하였다.
민간의 화학작용제 방호성능 평가를 위한 국방표준은 방위사업청의 국방표준종합정보시스템(http://kdsis.dapa.go.kr)에서 [그림 3]과 같이 규격번호(STD-0260)를 검색하면 열람할 수 있다.
본 기고는 화학작용제 방호성능 측정이 가능하도록 신규 제정된 국방표준의 소개를 목적으로 한다. 국방표준(STD-0260)은 민간에서 사용이 가능한 약품 및 장비를 중심으로 제정되었으며, 업체·학교·연구기관이 언제든 열람 및 활용할 수 있는 공개된 표준이므로 제정 취지에 맞도록 많은 연구에 활용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