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에 기여하는 국방기술품질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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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24 미국 AA&S
컨퍼런스 발표를 다녀와서

감항인증1팀 신재혁·허진구 선임연구원

지난 8월, 미국 텍사스주 샌 안토니오에서 열린 2024 AA&S(Aircraft Airworthiness & Sustainment) 컨퍼런스에서 발표할 기회가 있어 참석했다. AA&S는 매년 열리는 항공기 감항 관련 국제행사로, 미국 군 감항당국을 포함하여 공군, 육군, 해군, 연방항공청 등이 참여한다. 또한, Boeing, Lockheed Martin, Simens, GE, Dayton Aerospace 등 유수의 항공기업이 참여하여 현재와 미래의 감항 전략과 방법을 토론하고, 연구 결과를 교류하는 매우 큰 규모의 감항 컨퍼런스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은 국내 군 감항인증 전문기관으로서 국내에서 수행한 감항 사례 및 유럽 군 감항인증 상호인증 규정 개정에 관한 발표 초록을 제출했다. 발표자 선정 위원회가 우리가 제출한 발표를 채택하면서 해외 컨퍼런스에서 대한민국의 감항인증 제도와 경험을 나눌 수 있었다. 본 기고에서는 AA&S 컨퍼런스에 참여하면서 느낀 바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AA&S 컨퍼런스(Overview & Introduction to AA&S conference)

AA&S 컨퍼런스는 항공기 감항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세계적 수준의 회의로 2008년부터 지금까지 2013년도를 제외하고는 매년 개최되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는 온라인으로 열렸고, 2022년부터는 대면&온라인(In-person&On-line)의 복합 컨퍼런스로 진행되다가, 올해 들어서야 완전한 대면(Full In-person) 컨퍼런스로 개최되었다. 컨퍼런스는 항공기 비행안전성에 관한 모든 분야를 다루는데, 감항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항공기 정비-교육-인력관리, 감항인증, 미래항공기 감항 전략 등을 논의하는 '감항'만을 위한 회의에 굉장한 매력을 느낄 것이다.

발표 기회(Opportunity)

해외 선진국에서 열리는 수준 높은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감항 연구자라면 누구나 참여하고 싶은 회의에 발표자로 연단에 선다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좋은 경험이다. 주제가 다른 발표 초록을 2개 제출하였고, 학술발표 위원회에서 모두 선정되어 보다 다양한 내용을 관계자들과 공유할 수 있었다. 발표는 컨퍼런스 4일차에 예정된 감항인증(Airworthiness) 세션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순서로 진행되었다.

  • 2024 AA&S 컨퍼런스 일정
    • 1일차(8.19.) : 교육 훈련(민간 파생 군용항공기, 감항인증 소개)
    • 2일차(8.20.) : 오전 - 전시회, 기조 연설, 오후 - 패널 토의
    • 3일차(8.21.) : 주제 발표(디지털 트윈, 신개념 항공기, 구조, 정비 등)
    • 4일차(8.22.) : 주제 발표(감항인증기준 516D 개정 진행 사항, 유지보수운영(MRO), 감항인증, 안전 및 유지 감항)
  • 주제 : 대한민국 감항인증 사례 발표 2건 (4일차/8.22.(목))
    • Tailoring Airworthiness Certification Criteria for Add Function of Aerial Refueling System to the Military Aircraft(한국 군 운용 군용항공기의 공중급유 기능 추가에 따른 감항인증 기준 선정과 적합성 입증 방법)
    • Amendment to EMAD-R and Current Situation of Mutual Recogntion in Korea MAA(유럽 군 감항 상호인정 문서 개정 내용과 한국 군 감항당국의 상호인정 현황)

어려움의 극복(Challenging)

발표 준비에 앞서 가장 큰 과제는 "언어"였다. 어떻게 모국어가 아닌 제2외국어로 발표할 것이며, 어떻게 관계자들의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할 것인지가 묵직한 과제로 남았다. 이를 극복하기란 정말 쉽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 이겨낸 마음가짐은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발표 수준을 정하는 것으로, 현재 나의 영어 역량을 진단하여 발표 수준을 객관화해야 한다. 나의 말하기 능력으로는 스티브 잡스처럼 유창하게 발표할 수 없고, 참석자들 또한 외국인이 완벽하게 말하기를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내가 정한 기준에서 유창하게 말할 수 있도록 발표 전까지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습했다. 아직도 숙소에서 고군분투하던 나의 모습이 선하고, 스스로 정한 기준에 맞춰 발표를 무사히 마쳤기에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컨퍼런스(Conference)

컨퍼런스는 샌 안토니오 매리어트 리버센터 호텔에서 진행됐다. 1일차 세션은 감항 교육으로, 우리는 Daytone Aerospace 부사장 Dawn이 강의하는 “감항인증 소개(Introduction to Airworthiness)”를 수강했다. 수강자 중에는 미국 내 기관과 학교 관계자도 있었는데,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을 가진 전문가도 기초적인 개론을 듣고 함께 토의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해당 교육이 국방기술품질원의 업무와도 연관이 있어 잠시 연사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 주제 1) Airworthiness Defense Industry Advisory Group(ADIAG)(감항 국방 산업 자문 그룹)
  • 주제 2) Additive Manufacturing(적층/복합 제조공정)
  • 주제 3) Workforce Development in the AA&S Domain(AA&S 도메인하에서의 전문인력 관리)

2일차에는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저명한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주제는 ▲감항 국방 산업 자문 그룹 ▲적층/복합 제조공정 ▲전문인력 관리에 관한 것이었다. "감항 국방 산업 자문 그룹"은 감항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문 그룹의 실질적인 역할과 실제 수행했던 자문을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적층/복합 제조공정"에서는 3D 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변화하는 항공기 제조 공정과 방법에 주목하고,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과 자세를 다루었다. 마지막으로 "전문인력 관리"에서는 감항에 종사하는 미래 세대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토의했다. 특히, 마지막 주제는 현재 우리 기관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전문성"은 세대(Generation)가 지나도 일정한 수준과 경험이 계속 이어져야 하는데, 감항분야는 전문성에 대한 세대 교체가 특히 이루어지기 어려운 구조라고 한다.

3일차에는 각 세션별로 학술발표가 진행됐다. 세션에서는 ▲신개념 항공기(Advanced Air Mobility) ▲항공기 구조 ▲적층 제조 공법 ▲감항 전문인력 ▲정비 ▲감항 등 다양한 기술분야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그중에서 우리나라 군 감항이 참고하고 있는 감항인증 기준인 'MIL-HDBK-516'의 개정 진행 상황을 관심 있게 들었다. 미 공군의 감항인증 기준 변경은 우리나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신 소식을 빠르게 접할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

우리의 발표는 컨퍼런스 마지막 날로, 걱정과는 달리 순조롭게 진행됐다. 청중의 질문에도 충분히 설명하고 답할 수 있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2개의 발표를 연속해서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였다. 항공 분야에서 유명한 업체의 관계자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왔던 것이다. Boeing, Lockheed Martin, GE Aerospace, Siemens, Baines Simmons 관계자들과 발표 내용과 자국의 감항 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앞으로의 감항 연구와 협력을 위해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기도 했다. 감항 업무 발전을 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 이번 출장의 또 다른 목적을 달성한 뜻깊은 순간이었다.

느낀점과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Implication to Korea Airworthiness)

이번 2024 AA&S 컨퍼런스에 참여하며 느낀 바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다만, 본 고에 기술된 내용은 필자가 참여했던 컨퍼런스 범위와 수준에 한하여 기재한 것임을 명시한다.

1) 오직 감항에만 집중한다.

국내 감항분야 컨퍼런스와 세미나는 일반적으로 하루 또는 반나절 만에 행사가 종결된다. 감항당국 중심의 국제 컨퍼런스가 2년 주기로 열리지만, 중요한 주제를 중심으로 발표하고 하루에 끝난다. 하루 만에 끝나다 보니 통찰력 있는 질의와 내공을 갖춘 답변, 심도 있는 토론과 논의가 아쉽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국제 감항인증 컨퍼런스의 의미와 본질을 고민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해당 컨퍼런스는 타국의 군과 민간 감항당국 간 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국제적인 교류, 화합, 협력을 위해서는 오직 감항 업무의 발전 그 자체에 집중하여 보다 학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측면이 강조되어야 한다. 또한, 군 감항 5개 전문기관(육군, 해군, 공군, 국방기술품질원, 국방과학연구소)이 행사를 통합하여 개최한다면 보다 권위 있고 의미 있는 학술회의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도 감항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다양한 학회가 존재한다. 그러나 감항만을 다루는 학회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도 감항 종사자들의 화합과 교류의 장이 마련되었으면 하며, 이러한 모임이 대한민국 감항분야가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발판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2) 우리나라 감항(항공) 수준 낮지 않다.

우리나라의 군 감항 제도와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과 비교했을 때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세계 어느 국가를 살펴봐도 우리나라처럼 군용항공기를 직접 개발하고 획득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따라서 우리의 감항 경험과 사례는 어떤 나라와 견주어도 자랑스럽게 생각할만하다. 다만, 우리의 수준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와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은 물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아직까지 해외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감항을 선도하는 국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

3)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독보적인 조직으로 발전하려면?

국방기술품질원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조직으로 발전하려면 해외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것처럼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최고 수준이 되려면 최고 수준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학회, 컨퍼런스, 세미나 참여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여기에서 얻은 통찰력을 본인의 업무에 적용하고 성과를 내는 선순환적인 구조가 정착된다면 세계 최고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