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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화생방장비·물자 저장수명 예측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데이터 기반 접근

이화학시험분석팀 배만재 책임연구원, 문원경 연구원

화생방장비와 물자는 제품 생산 시점에서부터 사용 시점에 이르기까지 일정 환경 조건에서 저장된다. 이때 시간 경과에 따라 지속적인 노화가 진행되어 물성 및 성능 저하가 발생한다. 즉, 제품이 제조될 당시에는 규격을 만족하는 제품일지라도,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 이화학적 물성이 저하되어 사용자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치장물자는 특성상 일정 기간의 저장수명(shelf-life)을 요구하므로, 저장된 제품의 품질을 어떻게 보증할 것인지, 순환주기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국방기술품질원은 2006년부터 저장 화생방장비·물자 신뢰성평가(CSRP, Chemical Materiels Stockpile Reliability Program)를 수행하여, 평가 기간이 도래하는 시점에 시효 연장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또한, 저장수명이 종료되는 연도부터 시작하는 기술시험 데이터도 축적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화생방장비와 물자의 저장수명을 예측하기 위한 가속 수명시험 절차를 소개하고, CSRP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저장 화생방장비·물자의 신뢰성평가(CSRP)란?

군용 화생방장비와 물자는 국방규격에 맞는 품질요구조건을 만족하는 형상, 조성, 물리적/화학적 특성으로 생산되며, 각 군에 납품된 후 창고에 저장된다. 이 제품들은 창고 내 저장환경에 따라 물리적, 화학적 노화가 진행되므로, 제품별로 일정 기간의 저장수명(shelf-life)을 지정하여 관리된다. 저장수명이 도래하면 신뢰성평가를 통해 저장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수명연장 프로그램이 운영되는데, 바로 이 사업이 저장 화생방장비·물자의 신뢰성평가(CSRP, Chemical Materiels Stockpile Reliability Program)다.

저장 화생방장비·물자의 신뢰성평가는 「저장 화생방장비·물자 신뢰성평가(CSRP) 훈령(국방부훈령 제 2834호)」을 기준으로 진행된다. 훈령은 CSRP의 목적을 “각 군에서 저장 중인 화생방장비 물자에 대한 사용가능성(Serviceability), 안전성(Safety), 신뢰성(Reliability) 및 성능(Performance) 등을 평가하여 획득, 저장 및 시험, 폐기 등의 결정을 위한 자료를 제공하고, 저장 화생방장비·물자의 신뢰성평가 업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대상 품목은 훈령에 명시되어 있으며, 2024년에는 표 1에 명시된 품목들을 평가하였다. 해당 사업에는 국방부, 방위사업청,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국방기술품질원, 국방과학연구소 등 다수의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상 기관 대상 품목 세부 품목
국방부
(21품목)
방독면류(4품목) K1 방독면, K1 정화통, KM24 전차/항공 정화통, M13 조종사용 정화통
보호의류(3품목) 침투성보호의, 장갑 셋, 덧신
여과기류
(6품목)
갑차용가스(KM12)여과기, 장갑차용입자(KM13)여과기, 전차용 가스(KM18)여과기, 전차용입자(KM19)여과기, KM48여과기, 함상용(KC200)여과기
제독/탐지/연막류
(8품목)
KD-1 개인제독제, DS2 장비제독제, 수용성제독제Ⅰ, 수용성제독제Ⅱ, 유화제, KM9 탐지지, 차폐제, 연막제
행정안전부
(1품목)
일반방독면용 정화통

표 1. CSRP 대상 품목(2024년도)

화생방장비·물자의 가속 수명시험 설계

가속 수명시험은 “제품의 실제 사용조건보다 가혹한 조건(가속 조건)에서 시험하여 고장을 촉진시키고, 가속 조건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명과 스트레스 간의 관계를 추정한 후, 이를 사용조건으로 외삽(外揷, Extrapolation)하여 실제 사용조건에서의 수명을 빠르게 추정하는 시험”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온도를 높이면 화학 반응속도가 빨라져 제품의 열화와 고장이 가속된다.

화생방장비와 물자는 고무부품을 많이 사용한다. 따라서,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는 결과로부터 고무의 내구성을 추정하기 위한 원리 및 방법을 한국산업표준 KS M ISO 11346(가황 또는 열가소성 고무 - 수명 및 최대 사용 온도 추정)을 참고하여 설명한다.

화생방장비와 물자에 적합한 가속 수명시험은 선정된 시험 온도에서 기계적 특성이나 점탄성 특성 등 중요한 물리적 특성의 변화의 값을 시간에 따라 측정하며, 고장이 발생할 때까지 시험을 계속한다. 최소한 다른 두 가지 온도에서 시험을 수행하는데, 각 온도에서 시간에 대한 특성 변화 결과를 도식화하여 반응속도를 측정하고, 통계적 방법을 통해 수명을 추정한다.

수명 추정을 위한 가속 수명시험의 설계는 그림 1과 같다.

  1. 1. 스트레스 선정
  2. 2. 스트레스 수준 결정
  3. 3. 시료수 및 배분비율 결정
  4. 4. 시험시간 결정
  5. 5. 성능측정 항목 및 고장판정 기준 결정
  6. 6. 성능측정 간격 결정
  7. 7. 통계적 데이터 분석

그림 1. 가속 수명시험 설계 절차도

1. 스트레스 선정

우선, 저장 화생방장비와 물자에 대한 저장조건을 분석해야 한다. 화생방장비와 물자는 대부분 알루미늄층이 포함된 포장재로 포장되어 사용 전까지 창고에 저장된다. 알루미늄층은 산소, 수분, 오존, 빛을 차단할 수 있으며, 창고에서는 온도와 습도 조절이 가능하지 않지만 태양광, 자외선, 눈, 비 등의 외부 요소는 차단할 수 있다. 따라서, 저장 화생방장비와 물자의 노출 가능한 스트레스 인자인 온도, 습도, 빛, 산소, 오존 중에서 스트레스 인자로 ‘온도’를 선정할 수 있다.

2. 스트레스 수준 결정

가속 수명시험은 일반적으로 3 수준에서 진행된다. 최고 스트레스 수준은 정상 사용 조건의 고장 메커니즘과 동일한 고장 메커니즘을 갖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높은 수준으로 설정하며, 지정된 저장(사용) 조건과 최고 스트레스 조건 사이에서 가속효과가 뚜렷하게 구분되도록 충분한 간격을 고려하여 나머지 두 조건을 결정한다. 이때,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고장 모드 또는 메커니즘의 변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산업표준 KS M ISO 11346(2022)에서는 수명을 정확하게 추정하기 위해 3가지 이상의 스트레스 수준을 적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3. 시료 수 및 배분비율 결정

각 스트레스 조건에서 최소한 2개 이상의 고장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시료 수를 결정한다. 한국산업표준 KS M ISO 11346(2022)에서는 파괴 및 비파괴 시험에 따른 적절한 시료 수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 파괴시험의 경우: 필요 시험편 최소 개수 n=abc+a
- 비파괴시험의 경우: 필요 시험편 최소 개수 n=ac
  • a : 단일 성능 시험에 필요한 시험편의 개수
  • b : 한 가지 노출 온도에서 수행하는 성능 시험의 개수
  • c : 노출 온도의 개수

전체 시료 수가 결정되면, 각 스트레스 수준에 맞게 시료를 배분한다. 일반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고장이 많이 발생하므로 높은 수준에 시료를 적게 배정하고, 낮은 수준에 시료를 많이 배정한다. 통상적으로 낮은 스트레스 수준부터 4:2:1의 비율로 시료를 배분한다.

4. 시험시간 결정

시험시간은 시료 수와 함께 고려해야 하며, 각 스트레스 수준별로 2개 이상의 고장 데이터를 얻을 수 있도록 결정한다. 예비 시험 또는 보유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온도 수준에서 고장이 발생하는 시간을 알고 있다면, 한국산업표준 KS M ISO 11346(2022)에서 제시하는 온도와 시험 시간을 참고하여 결정한다.

- 최소 1,000 시간 이상에서 고장이 발생하는 온도를 최소 온도로 설정
- 최소 100 시간 이상에서 고장이 발생하는 온도를 최대 온도로 설정

5. 성능측정 항목 및 고장판정 기준 결정

시험 대상의 정상적인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성능측정 항목을 결정한다. 특히, 적용되는 국방규격 등에서 수명과 관련이 있는 시험항목을 선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무 제품류는 저장 기간에 따라 가교밀도가 변화되므로, 상대적으로 가교밀도의 변화에 따라 물성이 변화되는 시험항목을 선정한다. 반면, 수명과 관련이 적은 항목을 선택하면 시험 데이터에서 저장 기간과의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

성능측정 항목이 결정되면, 각 항목에 대한 고장판정 기준을 결정한다. 고장판정 기준은 기존에 활용하고 있는 판정 기준을 적용하거나, 예비 시험을 통한 결과를 적용한다. 한국산업표준 KS M ISO 11346(2022)에서는 문턱값(Threshold value)을 초기값의 50%로 설정한 것을 제안하고 있다.

6. 성능측정 간격 결정

성능측정 간격은 선택된 특성에 대해 충분한 특징이 나타나는 반응속도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열에 의한 노화가 발생할 경우, 대부분 선행 수열을 만족하므로 총 시험시간과 시료 수를 고려하여 적절한 간격을 결정한다.

7. 통계적 데이터 분석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저장온도에 따른 수명을 통계적으로 추정하거나, 신뢰성 요구조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온도에 의한 재료의 열화는 일반적으로 Arrhenius 모델을 따른다. 

(K(T): 반응속도, B: 상수, Ea: 활성화에너지, R: 기체상수, T: 가속시험온도)

Arrhenius 모델을 사용하면 온도가 재료 열화에 미치는 영향을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시험에서 얻은 데이터로 반응속도와 저장 온도에서의 수명을 예측할 수 있다. 또한, 활성화에너지를 계산하여 가속계수를 추정할 수 있다.

(AF: 가속계수, Lu: 저장온도에서 수명, La: 가속시험온도에서 수명, Tu: 저장온도, Ta: 가속시험온도)

시험 온도 외에도 WLF(Williams Landel Ferry) 모델을 사용하여 다른 온도에 대한 이동 인자를 추정할 수 있다.

가속 수명시험 데이터 분석 절차는 일반적으로 그림 2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1. 가속수명시험 데이터 수집
  2. 가속수명시험 모형 가정
  3. 수명분포의 적합성 검정
  4. 수명분포의 모수 추정
  5. 가속성 검정
  6. 수명-스트레스 관계 추정
  7. 사용조건의 수명 및 가속계수 예측

그림 2. 통계적 데이터분석 절차도

저장 화생방장비·물자의 신뢰성평가는 훈령에 따라 저장수명 기간 종료가 도래하는 연도에 기술 시험을 실시하며, 시험 측정값이 요구기준을 충족하면 검사주기만큼 추가 저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제품 생산 시 초기 데이터가 부족하고 저장수명 종료 시점부터 시작되는 기술시험 데이터만 축적되기 때문에, CSRP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한 수명 추정을 위해서는 단순한 성능 측정 데이터 외에도 수명 추정에 필요한 데이터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또한, CSRP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하고, 저장수명 추정값이 적절한지 지속적으로 추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