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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프랑스 감항인증 상호인정 현장실사를 다녀오다

감항인증1팀 신재혁 선임연구원

올해 9월. 4년만에 국제 감항인증 컨퍼런스(IMACC, International Military Airworthiness Certification Conference) 가 한국에서 개최된다. 이 행사에서는 감항인증 연구, 정책, 제도 등 성과공유와 더불어 국제협력 사항으로 한국과 프랑스의 감항인증 상호인정 협정이 체결될 예정이다. 감항인증 상호인정은 협정 체결 전 면밀한 검토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방위사업청의 업무지원 및 프랑사 당국과 실무협의차 현장실사를 다녀왔다. 이번 현장실사를 다녀오면서 감항인증 상호인정이란 어떤 것인지, 현장실사를 위해 준비하고 수행했던 업무는 무엇인지, 그리고 출장을 통해 느낀 바를 공유하고자 한다.
introduction

개요

감항인증 상호인정 이란?

국가 간 감항인증 상호인정은 상대국가의 감항인증 법령체계, 정책, 제도, 전문인력 및 항공기 인증 등 감항인증 업무 수행능력에 대하여 상호 간 평가를 거쳐 이를 인정하는 제도이다. 국가 간 감항인증 상호인정 협정을 체결하게 되면 상대국의 군용항공기를 구매하거나 상대국으로 군용항공기를 수출할 때 국가별 감항인증 심사 중복수행을 방지할 수 있어서 일정단축과 비용절감의 효과가 있다. 또한, 상호인정을 위한 평가 과정에서 양국 감항인증 조직, 제도, 정책에 대한 상호 이해를 통해 긴밀한 업무 협조체계 구축이 가능하며, 각 국에서 운영하는 감항인증 제도에 대한 분석과 미비점 보완을 통해 우리 감항인증 제도를 지속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진프랑스의 상호인정 협정서 앞에서

감항인증 상호인정 제도는 상대국가의 제도를 인정하고 양국 간 협정을 체결한다는 측면에서 국방품질보증 분야의 국가 간 국제품질보증협정과 매우 유사하다. 현재는 국방기술품질원에서 체결한 국제품질보증협정 체결국가의 수보다는 매우 적은 수준이지만, 감항인증 상호인정 체결 확대를 위한 발전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추세이다.

감항인증에 대한 국제협력은 민간분야에서 시작되어 현재까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나, 군 감항인증의 경우 군용항공기 특성상 각 국의 주권 및 안보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므로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그간 미진한 상태가 지속되어 왔다. 2000년대에 이르러서 유럽연합(EU)체제 발족으로 인한 유럽방위청(EDA, European Defense Agency) 신설에 따라 유럽국가 중 EU 가입국을 중심으로 군용항공기 감항인증 절차 및 기준의 일원화에 대한 요구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유럽방위청에서 군 감항인증당국 포럼(MAWA, Military Airworthiness Authorities Forum)을 창설하여 유럽 내 공통 감항인증 절차와 기준을 정립하기에 이르렀고, 이때 산출된 유럽 군 감항당국 문서-인정(EMAD-R, European Military Airworthiness Document-Recognition)은 현재 국가 간 군 감항인증 상호인정 체결을 위한 기준문서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국가 간 감항인증 상호인정은 군사 연합에 대해 서로 이해관계가 있는 양국 간 연합훈련 시 군용항공기 상호탑승 인원에 대한 비행안전성 보장과 더불어 국가 간 군용항공기 수출, 구매 등의 획득/판매 시 감항인증 협력에 주된 목적이 있다. 최근 국내 군용항공기 수출의 기회가 확대되는 분위기에서 국가 간 감항인증 상호인정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나아가 유럽 전역, 남미, 동남아시아 등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상호인정 절차 및 수행 범위

한국-프랑스 감항인증 상호인정은 방위사업청 훈령 제619호「군용항공기 비행안전성 인증에 관한 업무규정」제62조의 2(외국 군 감항당국 인정절차)에 따라 수행되며, 세부적인 절차와 양식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유럽방위청의 EMAD-R을 따른다. 양국 감항인증 당국에 대한 평가는 EMAD-R에 명시된 군 감항당국 인정질의서(MARQ, Military Airworthiness Authorities Recognition Question-set)를 활용하여 수행되는데, MARQ는 감항인증 당국, 항공기 검사, 생산확인, 항공기 인증의 4개 분야 160여개의 질의사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분야별 평가를 위해 감항인증 당국과 감항인증 전문기관 인원으로 상호인정 평가팀이 구성되는데, 상호인정 평가팀으로서 국방기술품질원에서는 생산확인 분야를 주관하여 평가한다.

그림 1국내 군 감항인증 당국과 전문기관 구성

한편, 국내 군 감항인증 조직은 그림 1과 같이 감항인증 당국(방위사업청 인증기획과)과 5개의 전문기관(육군, 해군, 공군, 국방기술품질원, 국방과학연구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국방기술품질원은 유일하게 형식인증과 생산확인을 동시에 수행하는 감항인증 전문기관이다.

한국-프랑스 감항인증 상호인정의 주요 절차를 표 1에 요약하였다. 한국-프랑스 상호인정은 2019년 감항인증 상호인정 실무협의를 시작으로 2020년에 세부사항에 대한 협의와 MARQ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졌으나, 2020년 4월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일정이 잠정적으로 중단되었다. 그 후로 약 2년 후인 2022년에 들어오면서 상호인정 평가팀이 재구성되면서 재개되었고, 2022년 8월 한국 상호인정 평가팀이 프랑스 현지로 현장실사를 떠날 수 있게 되었다.

표 1. 한국-프랑스 감항인증 상호인정 주요 절차

  1. 의사결정 및 세부사항 협의
    한국-프랑스 군 감항인증 당국
  2. MARQ 답변 및 검토
    군 감항인증 당국/전문기관
  3. 현장실사 및 대면토의
    군 감항인증 당국/전문기관
  4. 평가결과 보고서 작성·검토·승인
    군 감항인증 당국/전문기관
  5. 인증서 서명·교환
    한국-프랑스 군 감항인증 당국

상호인정 현장실사

군 감항당국 인정질의서(MARQ) 검토

MARQ는 감항인증 당국, 항공기 검사, 생산확인, 항공기 인증의 4개 분야 160여 개 질의로 구성되어 있는데, 국방기술품질원이 담당했던 생산확인 분야의 질의는 총 24개로 프랑스 군용항공기 생산조직 승인과 관리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호인정 평가팀의 일원으로 합류한 이후 프랑스로 현장실사를 떠나기 전까지 프랑스 감항인증 당국에 보낼 MARQ와 이에 대한 답변서를 검토하고, 답변서에 대한 추가적인 질의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상호인정 평가팀 사전검토 회의

프랑스 현지로 떠나기 전에 상호인정 평가팀원들이 모여 출장 전 사전검토 회의를 하였다. 상호인정 현장실사 시 어떤 내용에 대해 토의할 것인지, 추가적인 요구자료는 없는지 검토하고, 우리나라 감항인증 당국의 조직체계, 정책, 규정과 법령, 업무수행 절차 등을 정확히 설명하고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자료를 보충하고 검토했다. 그리고 원활한 현장실사 진행과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사소한 사실 하나에 대해서도 감항인증 당국을 포함한 상호인정 평가팀원 모두가 동일한 눈높이와 수준을 가지고 평가에 참여해야하기 때문에 사전에 팀원이 하나의 목소리와 귀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상호인정 현장 실사

감항인증 상호인정 현장실사는 프랑스 파리 남쪽의 작은 도시 벨리지 빌라쿠블레(Velizy Villacoublay)의 군 비행장(Base Aerienne)에 위치한 감항인증 당국(DSAE, Directorate of Safety Aviation Security)에서 이루어졌다. 우리를 맞이한 프랑스 감항인증 당국 담당자는 DASE 소속의 유지감항인증 상호인정 담당인 MOUROUGOU 대령이었다.

사진프랑스 감항인증 당국 담당자와 함께

감항인증 상호인정 현장실사의 공식언어로는 영어를 사용하였고, 각 국가 군 감항인증 당국의 조직, 제도, 규정, 운용사례 및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상호 간 질의응답을 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상호인정 평가를 위한 분야별 MARQ를 기반으로 질의하고, 이에 대한 상세한 답변과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안건과 이슈에 대해 토의했다. 특히, 우리나라 감항인증 제도에 대한 질의를 답변할 때는 한국에서 팀원들 간에 미리 토의 시간을 가졌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사진프랑스 주 방위군 헬기부대 방문

현장실사 일정의 하나로 프랑스 주 방위군 헬기부대를 견학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다. MOUROUGOU 대령이 상호인정 평가팀원들을 인솔하여 부대를 둘러볼 수 있었고, 방위군의 역할, 운용현황과 실태 등을 브리핑 받았다. 더운 날씨와 본업이 바쁨에도 불구하고 현장 실사 평가팀원들을 위해 흔쾌히 시간을 내준 프랑스 주 방위군 관계자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사진프랑스 관계자와의 환담

한편, 감항인증 상호인정 현장실사의 일정은 차질 없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사전에 MARQ를 검토하고 추가 질의를 서면으로 주고받으면서 프랑스 군 감항당국 조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지만, 현지에서 직접 소통을 해보니 효과가 더욱 컸다. 특히, 2022년 9월, 한국에서 개최되는 2022년 군 감항인증 국제컨퍼런스(IMACC)에서 한국-프랑스 감항인증 상호인정 체결식이 거행될 계획인데, 이를 위해 현장에서 직접 협의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얻은 성과가 돋보였다. 또한, 이번 현장실사의 추가 협조 및 논의사항으로 한국 공군에서 운용 중인 공중급유기(MRTT, Multi-Role Tanker Transport)에 관한 사항을 토의하는 시간도 있었다. 유럽의 Airbus사로부터 구매하여 한국 공군에서 운용 중인 공중급유기에 대한 한국 공군의 정비 상황을 공유하고 효율적 운용방안에 대한 상호 질의와 답변이 이어졌다.

제언

유럽의 군 감항인증 제도를 선도한다고 할 수 있는 프랑스와의 감항인증 상호인정 현장실사를 통해 감항인증 제도를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특히, 이번 출장을 통해 상호인정 평가팀원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느낀 것은 프랑스 감항인증 제도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감항인증 제도의 발전방안을 모색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군 감항인증 제도는 미국의 제도를 본떠 도입하였기 때문에 유럽의 제도가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사실 군 감항인증 상호인정 제도는 유럽에서부터 시작되어 발전해왔다. 이렇듯 항공 선진국가에서 활용하는 제도를 참고하여 기존 국내 제도를 개선할 수 있다면 보다 효율적이고 전문성을 보유한 감항인증 선진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프랑스와의 감항인증 상호인정 협정 체결이 무사히 성사되어 군용항공기 비행안전성 확보라는 하나의 큰 목표를 향해 양국가가 함께 나아가길 바라고,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나라가 더 많은 국가와 협정을 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