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에 기여하는 국방기술품질원의 이야기

기술로 품질로

현장

K-방산의 위상과 K2 전차의 품질 경쟁력을 제고하는 기동화력1팀

권혜란

사진 차유진

곡식이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결실의 계절이다. 최근 대한민국 방산도 연달아 풍요로운 결실을 맞았다. 폴란드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천무 다연장로켓 등 한국형 무기들을 대량으로 들이기로 한 것이다. 수출 품목에는 우리 군의 주력 지상무기인 K2 전차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대한민국은 전차 개발 후발주자였던 만큼 이번 수출은 의미가 깊다. 가을의 중턱, K2 전차의 품질을 관리하는 주역들을 만나보았다.
introduction

한국형 전차의 성공적인 첫 수출을 이끌다

사진K2전차 폴란드 갭필러 출고식

전술을 겨루는 장기에서 차(車)는 행동반경이 가장 넓은 말이다. 한 수에 한 칸씩 옮길 수 있는 졸(卒), 兵(병), 사(士)와 달리 차(車)는 전후좌우로 몇 칸이든 가고 싶은 만큼 질주할 수 있다.

장기판 위에서 기동력을 뽐내는 차는 게임의 승패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전쟁에서도 차는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존재다. 대표적인 예로 ‘전차(戰車)’를 꼽을 수 있다. 전차는 인간이 처음으로 만든 전투 병기 중 하나로 ‘지상전의 제왕’이란 타이틀을 오랫동안 지키고 있다.

대한민국 전력에도 전차는 특별하다. 국방력 보강은 물론 K-방산의 영광을 아우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방기술품질원은 폴란드로 떠날 K2 전차 10대의 품질관리를 완료했다. 이로써 한국형 전차의 첫 수출길이 열렸다. 한국의 주력 전차인 K2는 1,500마력 파워팩을 탑재해 ‘흑표’라는 별명에 걸맞은 우수한 기동력을 자랑한다. 또한 자동장전 장치가 적용된 주포와 전차장 기관총을 탑재해 세계 최고 수준의 화력을 보유했다. 현재 K2 전차는 폴란드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K-방산의 대표 주자로 우뚝 섰다.

사진K2전차

2025년까지 3.5세대 전차인 K2 전차 180대가 폴란드에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출고 일정에 맞춰 폴란드 현지에서도 품질관리 활동을 이어 나간다. 그렇다면 K2의 성공적인 첫 수출 영광을 함께하는 주인공은 누구일까? 바로 기동화력센터의 기동화력1팀이다. 기동화력1팀은 지상전의 흐름을 바꾸는 전차 및 장갑차 등의 품질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현재 기동화력1팀은 창원과 광주에 거점을 두고 K2 전차뿐만 아니라 K1E1 전차, K1A2 전차, 장애물개척전차, 차륜형장갑차 등의 품질관리 업무를 수행 중이다. 더불어 소형전술차량, 표준차량 등 전투차량의 품질관리 업무 및 대내외 기술 지원도 담당한다.

K2를 세계적인 전차로 끌어올린 ‘맞춤형 품질관리’

한국형 전차 첫 수출로 기동화력1팀의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었다. 하지만 수출 관련 품질관리 업무가 처음이었던 만큼 넘어야 할 산과 건너야 할 강은 많았다.

“K9 자주포 수출 경험이 있는 기동화력3팀과 소통하면서 절차나 행정 같은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폴란드 수출 계약이 긴박하게 이뤄진 만큼 K2를 생산하고 있는 현대로템과도 긴밀한 협업이 필요했어요. 당일 오전에 의뢰가 오면 그날 오후에 바로 현장으로 나가 품질관리 활동을 했을 정도였습니다. K2 품질관리 활동을 최우선으로 한 거죠.”
김현민 선임연구원은 다급했던 상황들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의 침착함에서 평소 업무 스타일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최적의 포진(布陣)을 제시하는 국방기술품질원의 연구원다운 모습이다.

“폴란드는 국제품질보증협정 체결국가이지만, 이번 계약이 크다 보니 더욱 까다로웠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폴란드 수출용 K2전차에 대한 품질보증계획서를 요구했을 정도죠.”
이주승 선임연구원은 준비 시간이 촉박했던 K2 수출 품질관리를 큰 이슈 없이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 그의 모습에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던 듯, 기동화력1팀 전체가 파안대소한다.

이번 K2 수출에는 특이점이나 변수가 많았다. 지금은 웃을 수 있지만, 수출에 필요한 일련의 과정들이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양산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계약이라 육군에 배치될 전차를 대체해 수출이 진행되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이번에 폴란드로 납품되는 K2 전차 10대는 처음부터 국내용으로 제작된 것이라 기동화력1팀은 국내 기준으로 품질관리 활동을 마쳤습니다. 수출용으로 개조될 시, 개조된 사항을 점검하는 등 세부적인 품질관리 활동을 추가로 진행합니다. 곧 기동화력1팀은 폴란드로 떠나 품질관리 활동을 추가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뛰어난 성능, 빠른 납기, 합리적인 가격 등은 K2 전차의 경쟁력을 높인 요소다. 그중 현지 상황에 맞춰 ‘맞춤형 품질관리’를 진행하는 기동화력1팀의 노력이야말로 K2 전차를 세계적인 전차 반열에 올린 비결이다.

품질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지상전 중심으로 전력이 맞춰진 대한민국은 기동·화력 무기체계의 운용도가 높다. 그만큼 다른 무기체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결함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전차나 장갑차, 전술 차량 등을 다루는 기동화력1팀은 사후관리 과정에서도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없다.

또한 국방규격을 만족하는 기준으로 납품되었으나, 예기치 못한 변수로 품질개선 활동에 들어갔던 적도 있다. ‘차륜형장갑차 제동편향’ 개선 사례가 그 예다. 차륜형 장갑차는 바퀴가 6개로 구성된 K806과 8개로 구성된 K808로 구분된다. K808과 달리 K806은 급제동 시 차량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제동편향 현상이 나타났다.

“고속 주행 중 급정거 시 발생하는 편향은 국방규격에 명시되어 있는 사항이 아닙니다. 그러나 차량의 급정거 시 발생하는 편향은 차량 운용 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꼭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사진K2전차 품질관리

기동화력1팀은 성수민 선임연구원을 주축으로 제동편향 현상을 개선하고자 원인을 찾아 나섰다. 그 결과, 차량의 급제동 시 전방으로 치우친 무게중심으로 인해 뒷바퀴가 들려 접지력을 잃으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밝혀졌다. K808과 달리 개발과정에서 K806의 무게중심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 1차 원인이었다. 기동화력1팀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수의 개선사항을 제시했다. 규격허용치 내에서 차량의 무게중심을 아래로 낮추고 뒷바퀴가 접지력을 잃지 않도록 ABS(Anti-Lock Brake system)에 EBL(Electronic Brake Force Limiter) 기능을 추가했다. 또한 기동화력1팀은 국내외 규격 및 제도를 검토해 제동편향 기준을 수립했다.

“우리 팀이 맡은 무기체계들은 주로 엔진 변속기 같은 동력 계통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또한, 기능의 문제보단 감성적인 부분에서 피드백이 들어올 때도 많아요. 대표적으로는 소형 전술차량의 소음 문제나 단열재에 대한 불편 사항이 있었어요. 또 K2에선 해치가 너무 무겁다는 피드백이 있었어요.”

군용차량을 담당했던 김선진 선임연구원의 말에 따르면, 무기체계의 사후관리 방향이 옛날과 달라진 점이 많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기동화력1팀도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품질관리를 진행 중이다. 기동화력1팀은 국방규격에 어긋나는 항목 없이 무기체계를 전력화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국방규격에 완벽히 맞췄다고 해도 무기를 운용하는 군이 느끼기에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 역시 최대한으로 개선하고 있다. 소요군의 편의성이 곧 전투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소통과 단합으로 완성하는 ‘무결점 품질관리’

“기동화력1팀의 장점은 내가 맡은 업무가 아니라도, 모두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나선다는 거예요. 어려운 일이나 혼자서 해결하기 힘든 일이 생기면 팀 전체가 나서서 함께 해결합니다. 또 팀 전체가 만든 해결방안을 실행에 옮기는 추진력과 수행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어요.”
강승주 연구원은 기동화력1팀의 장점을 자신 있게 말한다. 평소에도 선배 연구원들의 도움이 많이 받고 있어서 감사함이 크다고 덧붙였다.

“각자의 업무 고민을 스스럼없이 공유하고 언제 어디서든 자연스럽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분위기예요. 사실 그런 분위기는 리더인 팀장님 덕분에 만들어졌어요. 소통을 강조하시거든요.”

성수민 선임연구원뿐만 아니라 모든 팀원이 기동화력1팀의 남다른 단합력은 김현진 팀장(선임연구원)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팀원들 사이에서 김현진 팀장은 젊은 감각을 바탕으로 소통이 잘 되는 리더로 통한다. 실제로 그는 나이가 가장 젊은 연구원들보다 모바일 게임을 잘하는, 신세대 팀장이다.

사진국방기술품질원 기동화력1팀 직원들

그는 무엇보다 연구원들이 연구와 품질개선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고 효율적인 업무 체계를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 그래서 김현진 팀장은 세대 간의 격차, 직급 간의 격차, 성별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권위와 위계부터 허물었다. 그리고 상호 존중과 배려로 빈틈을 채웠다. 36년간 국방기술품질원에서 자리를 지켜온 권준식 수석연구원도 그의 리더십에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K2전차 폴란드 수출 계약 체결로 대한민국의 기술력이 다시 한번 전 세계에 알려진 지금, 기동화력1팀은 머리를 맞대어 새 전술을 짜고 있다. 완벽한 품질관리를 통해 기술력뿐만 아니라 품질에서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기 위해서다.

상대가 어떤 포진이나 어떤 행마법을 쓰더라도 지금과 같은 기동화력1팀이라면 가뿐하게 승리를 거머쥘 듯하다. 기동화력1팀이 ‘차(車)’로 멋지게 ‘장군!’을 외치는 날들을 기대해 본다.

* 장군 : 장기에서 상대편의 궁을 잡으려고 놓는 수

기동화력1팀 구성원 소개

김현진 팀장(선임연구원)

기동화력1팀의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현재는 연구원들이 연구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가장 노력하고 있습니다. 추진은 빠르게 하되, ‘내 결정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전제를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덕분에 팀원들이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빠르게 수용하고, 적용하는 것 같습니다.

권준식 수석연구원

제독장비 품질관리담당원으로서 국방기술품질원에 36년째 근무 중입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퇴직 후 계약직으로 재입사하여 국방기술품질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보람된 일을 2~3년 정도 더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2의 인생 설계를 더욱 알차게 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김선진 선임연구원

2013년 3월에 입사하여 광주에서 근무하면서 군용차량을 담당하였고, 2021년 1월부터 창원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차륜형장갑차, 차륜형지휘소용차량의 품질관리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항상 변함없이 현재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여 최고 품질의 장비를 통해 군 전투력 증대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효진 선임연구원

K1 성능개량 전차 및 K2 포탑, 팀 종합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전차 품질관리 업무를 해보니, 재미도 있고 폴란드 수출 성사 등 보람 있는 일들이 많아 가치 있게 느껴집니다. 최근 K2 수출품 출고식 행사를 했는데, 행사 내내 국방기술품질원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국위선양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김현민 선임연구원

K2전차 및 동력장치 품질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K2전차의 품질관리를 담당하는 개인으로서 업무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향후 동료들과 함께 K2전차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협력하며 업무를 수행하겠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품질개선을 실시하여 K2전차의 경쟁력이 향상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주승 선임연구원

팀 신규 장비인 장애물개척전차 최초 양산부터 후속 양산까지 사업관리를 담당하고 있으며, 체계 장비의 보조장치 기술검토 및 형상 관리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어떠한 업무라도 늘 배우는 자세로 맡은바 최선을 다하여 같이 일하고 싶은 후배이자 선배이자 동료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성수민 선임연구원

전차 사격통제/운용통제장치 및 무장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장의 환경이 변화되면서 지상 장비에 대한 평가도 양극화되고 있지만, 현재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의 경우만 보더라도 아직 전차 등 지상 장비가 중요한 현실입니다. 미래 무기체계가 어떠한 형태로 발전될지는 알 수 없으나 저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건재할 전차의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오은빈 연구원

기동화력1팀 내 장비들의 원자재 및 구조물 파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 업무의 경우 체계 양산의 시작 단계이자 기동력 및 방호력 확보 그리고 승무원의 안전과 밀접해 있습니다. 주로 방탄성능 확인과 구조물 용접성 확인 등을 통해 품질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10년, 20년 후에도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강승주 연구원

K2 전차, K계열 전차, 장애물개척전차, 차륜형장갑차 등의 기동화력체계의 유압시스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맡은 업무에 책임감을 가지고 나날이 발전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김록한 연구원

K2전차, K1A2/K1E1, 장애물개척전차, 차륜형계열 차량의 현수/동력시스템의 품질관리 업무 및 STX엔진에서 생산하는 엔진 및 엔진 부품류의 품질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동화력1팀 팀원으로서 담당 시스템의 전문적인 지식 함양을 통해 기동화력장비 품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세영 연구원

K계열 전차, 차륜형장갑차, 장애물개척전차 등에 탑재되는 전기장치에 대한 품질관리 업무와 현대로템에서 양산하는 수리부속류에 대한 품질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직 모르는 것이 많지만 선배님들께서 언제나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후배에게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는 선배가 되겠습니다.

윤희건 연구원

인턴의 신분이라 다방면의 업무를 수행하며 선배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있습니다. 올해 9월에 입사하여 아직 모르는 것이 많지만, 품질관리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공부하겠습니다. 최근에 K2전차의 출고식을 보며 선배님들의 노고와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 자랑스러운 국방기술품질원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