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기술품질원에서 40년을 근속하고 퇴직한 김용섭 전(前) 본부장은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국방기술품질원과 함께 무수한 궤적을 남겨온 인물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이 걸어온 길의 산증인으로 다사다난한 시간을 더불어 보낸 김용섭 전(前) 본부장에게 국방기술품질원이란 어떤 곳일까?
젊은이 못지않은 생동감 넘치는 눈빛과 바른 자세, 심지 굳은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국방기술품질원에서 40년을 꽉 채워 근무하고 명예롭게 퇴직한 김용섭 전(前) 본부장과 마주한 첫인상은 그렇게 강렬했다.
“국방기술품질원(구 국방품질관리소) 설립 시 창립 멤버로 일을 시작했는데 그 세월이 벌써 40년이 되었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 부족한 사람이 그 긴 세월 동안 어떻게 직장생활을 잘하고 또 잘 마칠 수 있었는지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국방기술품질원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었고 선배, 동료, 후배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국방기술품질원과 전·현직 직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는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낯선 시대, 청·장년 시절을 온전히 바친 국방기술품질원에 대한 그의 감회는 말로 다 담기에 모자란 듯 벅차 보였다. 국방기술품질원은 따지고 보면 꽤 복잡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기관이다.
“제 첫 직장은 국방과학연구소였어요. 당시 국방과학연구소는 양산되는 무기체계가 많아지면서 품질보증단을 설립해 운영했는데, 국방조달본부에서도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어요. 두 기관이 동시에 같은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제품에 따라 절차와 제도가 달라 생산업체의 혼란이 가중되었죠.”
결국 국방과학연구소 품질보증단은 조달본부 품질보증 인원을 흡수·통합해 국방품질검사소를 창설했고, 김용섭 전(前) 본부장은 그곳에서 일하겠다고 자원했다. “그땐 품질 업무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요. 서울근무가 가능한 이점이 더 컸죠. 그런데 그 선택이 평생 업무로 이어졌으니 운명이겠지요(웃음).”
김용섭 전(前) 본부장은 국방품질검사소 창설 당시 만들어진 소훈을 지금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바로 ‘원칙에 강하라!’
“지금 관점에서 보면 원칙대로 하면 되지, ‘원칙에 강하라’는 무슨 뜻인가 의아하겠지요. 하지만 당시에는 규정과 제도가 미흡했고 도덕성도 높지 않던 때였어요. 그런 때에 우리 직원들은 누가 뭐래도 ‘원칙대로 일 한다’라는 소신과 긍지를 갖고 있었던 것이지요.” 원칙이 무서운 이유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품질검사소 직원들은 이 원칙에 한 가지를 더 얹어 실행하려 애썼다.
“초기에는 검사만으로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단순 검사가 아닌 품질 관련 연구기능을 수행해야만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 중에서도 품질의 시스템적 접근은 품질보증 업무의 가장 혁신적인 이슈로 꼽을 수 있습니다. 돌아보면 우리는 초창기부터 ‘업무가 주어지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무모함으로 덤벼들었어요. 형상관리, 부품국산화 등의 업무들을 쉼 없이 수행하며 조직을 단단하게 발전시켜 온 것이지요.”
제2대 품질경영본부장을 역임한 김용섭 전(前) 본부장은 사업 전체를 꿰뚫어 보는 거시적 시선을 가진 인물, 누구보다 치열하게 기관에 몸 담아 왔다고 평가 받는다. 수 많은 야근을 하고 어떤 때는 날이 샌 줄도 모르고 일했던 경험을 지금도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그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성실함으로 주변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다.
“사실 품질보증 업무를 맡은 초기에는 자긍심이 다소 부족했어요. 그러다 문득 ‘품질 문제만큼은 세계 최고가 되어 보자’고 생각을 바꿨지요. 생각을 바꾸니 사람이 바뀌더군요. 비록 세계 최고라고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았지만(웃음) 성장의 기회가 생겼지요. 기관의 배려로 대학원에서 산업공학을 공부하고 품질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까지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업무적 요구보다 한 발 앞서 공부에 매진했던 시간, 부단한 노력의 세월은 개인의 역량을 넘어 조직 발전의 한 획으로 남겨져있다.
조직 안에서 꽃피운 김 전(前) 본부장의 40년, 그가 가슴에 품고 지켜온 문장은 무엇일까.
“역대 기관장님 중 한 분이 ‘자신의 일이란, 50%는 자기 고유의 담당 업무이고 나머지 50%는 다른 사람의 일에 협조하는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렇게 소통하며 일하려 노력했고, 후배들에게는 ‘재미있게 일하자’는 말을 가장 많이 했었네요.” 소통과 자기 계발, 관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그의 얼굴에 잠시 지난 시간들이 스쳐 간다.
40년 내내 그리고 지금도 김용섭 전(前) 본부장에게 국방기술품질원은 참 고마운 존재다. 이곳에 입사한 덕분에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키웠으며 퇴직한 지금도 그때의 경험으로 품질경영시스템 컨설팅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여전히 국방기술품질원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는 그에게 향후 40년 기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물었다.
“기관 내 훌륭한 분들이 많으시기에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을 믿습니다. 조직은 대략 10년을 주기로 바뀐다는 말이 있듯, 40년 이후 생존을 위한 발전 계획을 잘 짜야겠지요. 특히 국방기술진흥연구소라는 새로운 가지를 쳤듯이 향후 연구개발·양산·운용을 아우르는 품질보증, 가상현실 등 최신기술 활용, 시스템적인 접근, 업체능력 향상, 수출 기여, 4차 산업 적응 등을 키워드 삼아 더욱 발전해나가길 바랍니다.” 앞으로 재미있는 삶을 살며 손자에게 ‘무조건 사랑을 주는 할아버지’로 기억되고 싶다는 김용섭 전(前) 본부장. 그가 마지막으로 국방기술품질원 후배들에게 따뜻한 당부를 전한다.
“어떤 퇴직자 분이 ‘퇴직하고 나니 직장 다닐 때 그렇게 경쟁하고 다투던 사람들이 그립다’라고 쓴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 후배님들이 지금 살고 있는 순간순간을 즐겼으면 해요. 인생이란 긍정적인 마음 자세와 사랑이면 못할 게 없어요. 다니는 직장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또 지금보다 더 자랑스러운 직장으로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선배로서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모두 힘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