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전달을 위한 디스플레이의 역사는 단순한 전구의 점멸부터 세븐세그먼트, CRT, 평판 디스플레이에 이르기까지 빠른 발전을 이루었고 이에 따라 민수 분야와 국방 분야에도 디스플레이의 적용과 응용에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비대면 활동에 대한 필요 및 수요가 증가하면서 새로운 디스플레이의 개발과 응용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디스플레이의 진화 과정과 각 디스플레이의 간략한 원리를 살펴보고, 코로나19 이후의 디스플레이 발전 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최첨단 디스플레이. 과거 로터리 다이얼(rotary dial)로 채널을 바꾸고 안테나를 려가며 전파를 찾던 CRT TV는 너무나도 빠른 디스플레이의 발전에 먼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넓은 의미로서의 디스플레이의 역사는 수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의 벽화부터 파피루스 등에 새겨진 글자까지,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디스플레이는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전자장치로써의 디스플레이는 1897년 독일의 물리학자 브라운이 발명한 CRT(Cathod-Ray Tube)가 그 시작이다.
이제는 CRT TV를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되었지만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현재의 얇고 가벼운 평판 디스플레이보다는 덩치가 크고 무거운 CRT TV가 주류를 이루었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자주 가던 PC방이 어느 날 갑자기 24인치 CRT 모니터를 17인치 LCD 모니터로 교체했을 때, 책보다 얇은 모니터가 신기해 오랫동안 모니터를 구경한 경험이 있다. 아마 그때부터 디스플레이에 대한 흥미와 열정이 생겨 첫 사회생활을 디스플레이 회사에서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디스플레이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쌓인 다음 느낀 건, 진부하고 투박할 것이라 생각했던 CRT TV는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 나올법한 원리로 동작하고, 어마어마한 신기술이 들어가 있을법한 LCD/OLED TV가 의외로 간단한 원리로 동작한다는 사실이다. 잠깐 유행하고 사라져간 PDP가 작은 우주를 품고 있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다음 장에서는 각 디스플레이의 동작 원리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본다.
CRT 디스플레이는 발명가의 이름을 따 흔히 브라운관으로 불린다. CRT의 동작 원리를 알기 쉽게 과장해서 얘기하자면 올림픽 사격 선수가 전자총으로 정확한 색(형광체)에 맞춰서 픽셀을 빛나게 하는데 이걸 1초에 수천만 번 정확하게 맞춘다고 생각하면 된다. 전자총이라고 표현한 장치는 말 그대로 ‘Electronic gun’이다. 전자총이 전자(-)를 발사하면 양극(+)인 형광면으로 날아가게 되는데, 이 때 날아가는 전자가 목표지점에 명중할 수 있도록 전자총 앞에 있는 편향코일이 정확하게 방향을 바꿔준다. 말 그대로 레이저 건을 이용한 작은 우주 전쟁이 배불뚝이 TV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개발된 지 오래되고 크기가 커서 그렇지 동작 원리만 놓고 보면 전자과학 기술을 이용한 첨단 디스플레이라고 할 수 있다. 100년도 더 전에 해당 원리를 이용하여 제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이제는 우리나라가 세계 디스플레이 기술과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가 된 것에 감탄과 자부심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CRT TV로 시청했던 뜨거웠던 2002년 월드컵. 월드컵의 열기가 사라지기 전에 CRT TV의 인기는 더 빨리 식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새롭게 시장에 등장한 PDP(Plasma Display Panel)와 LCD(Liquid Crystal Display) TV 때문이었다.
크고 무겁고 뚱뚱한 CRT TV를 보다가 얇고 가볍고 벽에도 걸 수 있는 FPD(Flat Panel Display)를 본 사람들은 액자에 들어있는 사진이 움직이는 것 같은 환상을 느끼면서 너도나도 월급을 털어 제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PDP와 LCD의 출발점은 거의 비슷했지만, 현재 결과로 알 수 있듯 PDP는 세상에서 가장 빨리 사라진 디스플레이가 되었고, LCD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LCD 역시 뒤늦게 출발한 OLED에 점차 자리를 내어 주고 있다.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긴 했지만 PDP는 생각보다 화려하고 강렬한 디스플레이다. 만일 여러분이 PDP TV를 보았다면, 극지방에서 볼 수 있는 오로라와 태양에서 발생하는 코로나, 그리고 번개를 본 것과 기술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물질의 상태는 고체, 액체, 기체 3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제4의 상태가 있는데 바로 ‘플라즈마’라 불리는 것으로 대표적인 현상이 오로라, 코로나, 번개 등이다. 플라즈마는 기체 상태의 물질에 열을 가하면 만들어지는 이온핵과 자유전자로 이루어진 입자들의 집합체이다. 기체 상태를 지나 그 속의 기체 분자들끼리 격렬하게 충돌하며 이온화가 일어나 전자와 양이온이 발생하고 이것들이 돌아다니는 상태를 말한다. 참고로 우주 물질의 99.9%가 플라즈마로 이루어져 있는데, 항성과 성운이 바로 플라즈마 덩어리라고 볼 수 있다.
PDP의 동작 원리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전극에 수백볼트의 전압을 가하면 플라즈마 방전이 일어나 자외선이 발생하고, 이 자외선이 형광체에 충돌하여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이 발생하게 된다. 얇은 판 안에서 번개가 1초에 수천만번 때리니 열이 얼마나 발생하겠는가. 그래서 PDP는 높은 소비전력과 발열 등으로 수명이 매우 짧은 것이 단점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평면 디스플레이는 ‘LCD’이다. 어느 순간 LCD가 아닌 LED, QLED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지만 OLED라고 표시한 디스플레이 외에는 전부 LCD라고 봐도 무방하다. 처음에 대중적으로 상용화된 LCD는 BLU(Back Light Unit)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형광등(CCFL, Cold Cathode Fluorescent Lamp)을 적용한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면광원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형광등에서 LED로 대체 되면서 소비전력 및 구동 효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으며, 지속적으로 색감 및 밝기 등을 개선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기본적인 LCD의 동작 원리를 살펴보면 먼저 백라이트에서 발생된 빛이 확산판을 통해 면에 고르게 퍼진다. 이를 TFT(Thin Film Transistor)가 액정을 컨트롤하여 투과되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데, 이 빛이 CF(Color Filter)를 통과해 우리 눈에 보이게 된다. LCD는 현재까지 우리가 보는 평판 디스플레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OLED의 기술 발전 및 양산 안정화로 인해 점차 그 자리를 내어 주고 있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OLED에 대해 살펴보자. OLED는 LCD와 매우 비슷해 보이는데, 실제로 전문가가 아니면 디스플레이 화면을 보고 LCD인지 OLED인지 알아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아주 어두운 환경에서 디스플레이의 검은 화면에 살짝 빛이 흘러나오면 LCD고, 완전히 검은 화면이면 OLED라고 생각하면 된다. 구별이 힘들 정도로 비슷하지만 OLED는 LCD와 전혀 다른 구조로 동작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LCD는 BLU(Back Light Unit)가 필요하지만 OLED는 각 화소 자체가 스스로 빛을 낸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OLED는 소자와 이를 구동시켜줄 패널만 필요하기 때문에 복잡한 구조가 아닌 단순한 패널 구조를 갖고 있다.
플라스틱 기판 위에 구성하여 최근에 유행하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용이하고 백라이트가 없는 공간에 배터리 용량을 증량하거나 기기를 더 얇게 만드는 등 다양한 장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잔상이나 대화면 구현 시 양산 수율 등의 문제가 있어 기술적인 문제를 극복해야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말부터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전례 없는 질병과 싸우고 있으며, 바이러스는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보던 선생님과 친구들을 모니터를 통해서 만나야 하고, 부모님의 얼굴은 휴대폰 디스플레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해외여행은 TV와 인터넷을 통해 시각적으로만 체험할 수 있게 되었고, 최신 개봉한 블록버스터 영화도 영화관 대신 IPTV나 모바일을 통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격변의 상황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제품 중 하나가 바로 높은 해상도와 기술력을 가진 디스플레이다. 평면 디스플레이가 대중화된 이후에도 디스플레이는 언제나 우리의 일상에 함께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떼어낼 수 없는 한 부분이 되어 버렸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일상생활 뿐 아니라 국방기술품질원의 업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체 생산 현장에서 제품의 질을 확인하던 것에서 디스플레이를 통한 화상 원격 품질 확인으로 업무의 양상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수 십장에 이르는 문서를 출력해서 품질보증을 하던 것에서 태블릿 PC를 통해 품질보증요구서(QAR) 및 기술자료를 확인하고 검증하는 등의 업무 효율화를 포터블 디스플레이를 통해 조금씩 이루어 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불어오던 언택트 바람이 코로나19 이후에 더욱 거세지고 있다. 현실 세계를 넘어 화면 안의 메타버스 시대가 다가오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모두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서 일어나고 있다. 지식과 정보의 전달이 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생각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미래 세대는 학교에 가서 선생님을 마주보지 않고 스타워즈나 어벤져스 영화에서처럼 홀로그램 선생님을 통해 학습하게 될 것이다. 디스플레이는 현실과 똑같은 세상을 표현하게 될 것이고, 그 미래는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 그 변화 속에서 국방기술 분야에 해당 기술을 어떻게 적용하고 활용할지 고민하는 것도 국방 분야 품질관리 전문연구기관인 국방기술품질원의 임무가 아닐까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