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독자 설계하고 건조한 장보고-Ⅲ급 1번함인 도산안창호함.
‘국내 최초의 3,000t 잠수함’이기도 한 도산안창호함을 각별한 마음으로 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장보고-Ⅲ 사업에서 빠트릴 수 없는 존재, 국방기술품질원 함정3팀과 대우조선해양 엔지니어들을 만나러 현장을 찾았다.
초겨울의 맑은 하늘 아래, 도산안창호함과 마주했다. 지시를 기다리며 바다에 고요히 숨어있는 듯 보였다. 선체 일부분만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인데 시선을 압도하는 웅장함은 숨길 수 없는 모양.
“배를 만들 때 ‘건조’라는 말을 쓰잖아요. 건조는 한자로 세울 건(建), 지을 조(造)이고 영어로 ‘Build’예요. 마치 건물을 짓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죠. 그만큼 많은 시간과 최첨단 기술이 총동원되는 분야예요.”
황재교 선임연구원은 함정센터 소속다운 인사말을 건넨다. 잠수함을 만드는 일에는 조선뿐만 아니라 의장, 기장, 전기, 전자, 통신, 무장 관련 다수의 무기체계 및 탑재장비가 모인다. 종합적인 성능을 발휘하는 복합 무기체계인 만큼 함정은 나라의 기술력과 국방력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기준이다. 올해 8월 13일, 도산안창호함 진수로 한국은 미국·영국·프랑스·일본·인도·러시아·중국에 이어 세계 8번째로 3,000t급 이상의 잠수함을 독자 개발하는 데 성공한 나라로 이름을 올렸다.
길이 83.3m, 폭 9.6m에 달하는 도산안창호함은 기존 1,800t급과 마찬가지로 공기불요추진체계(AIP)에 고성능 연료전지를 적용하여 연속 잠항능력(약 3주)이 기존 잠수함보다 20% 정도 상승했다.
“도산안창호함만의 강력한 특징이 있어요. 기존 잠수함과 달리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수직발사관 6기를 장착해 전략 타격 능력을 갖췄습니다. 특히, 도산안창호함을 이루고 있는 국산 부품은 76%에 달합니다.”
장보고-III 사업의 PM인 이강희 책임에 따르면 도산안창호함은 두뇌 역할을 하는 전투 체계 및 음향 탐지 장비인 소나, 추진 전동기 등 상당수를 국산 제품으로 탑재하여 자주국방에 더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함정은 척당 건조 가격이 높고 건조에도 오랜 기간이 걸리기에 시험평가에 사용된 체계개발 시제 함정이 해군으로 인도되어 실전 배치된다. 개발과 동시에 품질보증이 진행되는 함정의 특성상, 함정3팀과 대우조선해양의 책임감과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분야 간의 ‘소통’은 필수입니다. 국방기술품질원 분야별 담당자 간 그리고 대우조선해양 품질, 설계, 생산, 사업부서 담당자 간의 긴밀한 소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무결점·최고 품질의 함정 건조라는 목표는 달성할 수 없습니다.”
함정3팀 장호성 선임연구원은 함정 건조 프로세스를 성공적으로 이수한 비결을 내놓는다. 다방면적인 소통 끝에 탄생한 도산안창호함은 가슴 졸였던 모두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대우조선해양의 문성필 부서장도 도산안창호함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국내 최초 대우조선해양의 독자 기술로 개발된 도산안창호함은 참가한 국내 업체만 300여 개에 달합니다. 3,000t급 잠수함을 완벽히 건조하여 인도한 것은 해군 전력증강과 한국 방위산업 발전에 대단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서로에게 든든한 파트너로서 값진 경험을 함께한 함정3팀과 대우조선해양. 품질보증 업무를 위해 같이 승함하여 함교에 올라가 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이 도산안창호함을 명품 잠수함으로 만드는 영양분이 되었다.
현재는 최초 양산인 장보고-Ⅲ급 Batch-Ⅰ(안무함)과 후속 체계개발인 장보고-Ⅲ급 Batch-Ⅱ(미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선도함의 최종형상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속함의 건조가 시작되기에 함정3팀과 대우조선해양은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함정3팀은 국방기술품질원에서 추진 중인 ‘개발품질관리지원팀(QMST)’과 ‘최초양산 전담조직 TF’ 업무와 연계하여 변경사항에 따른 선도함·후속함 건조 품질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때도 다방면적인 소통으로 누락된 부분은 없는지 살핍니다.”
이영석 연구원은 선도함 체계개발 중 발생한 설계 및 기술변경 사항이 후속함에 적시 반영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잠수함 분야에서도 기술자립을 이루며 한국형 잠수함(KSS) 개발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로 대한민국 잠수함 건조 역사의 시작과 끝에는 대우조선해양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함정 설계 및 건조 분야에서 대우조선해양의 기술력 및 품질관리 능력은 국내는 물론 세계 최고라 평가받고 있다.
“도산안창호함은 모든 부분에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설계에서는 각 담당자가 국산화 장비의 연구개발 착수부터 인증 시험의 완료 후 함 탑재 그리고 함 인도까지 전 기간에 걸쳐 밀접 관리했습니다.”
특수선배관설계부 김선형 책임은 3,000t급 잠수함 개발의 기존 사례가 없던 만큼 건조 단계에서부터 시험평가 단계에 이르기까지 쏟아낸 대우조선해양의 노력을 밝혔다. 그들에게서 최고의 자리에 있어도 ‘초심’을 최고의 가치로 두는 명장의 모습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선진 군사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에서도 잠수함 건조에 실패한 사례가 많았기에 두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첫 잠항부터 개발시험평가 143종목, 통합시험평가 86종목, 운용시험평가 79종목과 관련된 정부품질보증 업무를 수행하며 여러 가지 품질 문제점을 해결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고민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그 두려움은 점차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바뀌었습니다.”
함정3팀에게 도산안창호함은 말 그대로 마음으로 낳은 자식과도 같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각별한 애정이 있는 함정이다. 대우조선해양도 더하면 더했지 그 마음이 부족하진 않을 터.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8월 장보고-III Batch-I 시제 함인 도산안창호함을 성공적으로 인도한 것처럼 후속함인 장보고-III Batch-I 2번함(안무함)도 내년에 차질 없이 인도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문상필 부서장의 포부 속에서 궁극적으로 장보고-III 잠수함의 수출을 목표로 대한민국의 국방력과 기술력을 알리는 대우조선해양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잠수함은 수중에서 작전을 펼치는 만큼 정숙성이 생명이다. 바다 안에서 은밀히 작전을 수행하며 전세를 휘어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함정3팀과 대우조선해양의 사이도 잠수함처럼 고요하다. ‘말이 필요 없는’ 필연적 관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신뢰 덕분이다. 대양해군의 조력자이자 나침반이 되어주는 그들이 함께 써 내려갈 대한민국 잠수함의 역사를 기대해보자.
도산안창호함은 자주국방의 꿈과 열정이 담긴 결정체입니다. 함 인도 이후에도 뛰어난 작전 수행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순기 관점의 품질보증을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향후 건조될 장보고-III급 잠수함의 무결함 인도 임무도 성공리에 완수하겠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장보고-III 사업에서 국내 최초 독자 설계 및 건조로 3,000톤급 중형 잠수함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도산안창호함의 성공적인 인도로 얻은 자신감과 경험을 통해 앞으로 건조할 잠수함도 세계 최고의 잠수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